방송사-제작사-독립제작자 등이 참여한 독립창작자 인권선언문 선포식 현장에서 방송작가들이 실질적인 내용이 없는 생색내기용 인권선언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방송협회·한국독립PD협회·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PD연합회·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등 7개 단체는 9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상생 방송제작을 위한 독립창작자 인권선언’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도 참석했다.

[ 관련기사 : 방송계 7개 단체 ‘독립창작자 인권선언문’ 발표 ]

방송작가들은 해당 선언문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대신 인권선언문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는 독립 ‘창작자’가 아닌 방송 ‘노동자’입니다” “알맹이 없는 인권선언 Oh, No 최저임금 서면계약 의무화” 등의 문구가 있는 피켓을 들었다.

9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인권선언문 선포식에 방송작가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이들은 “인권선언의 내용이 ‘방송노동자도 사람이다’라는 당연한 명제를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유일한 의미는 아이러니하게 그간 방송사들이 비정규직 프리랜서 인권을 유린해왔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송작가·독립PD 등 비정규직들은 이날 발표한 인권선언문이 올해 상반기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시했던 초안에서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초안에 있지만 이번 인권선언문에 빠진 내용은 △방송사와 제작사가 안전한 방송제작 환경을 조성할 의무 △서면계약 체결 △최저임금 이상의 적정한 임금 지급 △방송 조기종영·축소 등의 정보 공유 △성희롱 방지 등 인권교육 실시·고충상담창구 마련 △성폭력 발생시 방송사·제작사가 2차 피해 방지 등 적극 구제조치 △독립창작자가 참여하는 ‘상생협의체(가칭)’ 운영 등이다.

9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인권선언문 선포식에 방송작가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방송사들의 반대로 방통위가 초안을 관철하지 못하고 결국 한국독립PD협회에 인권선언문 작성 등을 넘겼다. 독립PD협회는 주요 책임주체인 방송사를 설득하는데 노력을 쏟았고, 이 과정에서 방송작가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방송작가유니온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초안에 있던 서면계약 체결·최저임금 보장 등이 삭제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비정규직 프리랜서를 ‘독립창작자’로 지칭한 시각도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한 뒤 “우린 독립된 창작자가 아니라 방송사 혹은 독립제작사(외주사)에 고용된 노동자”라고 주장했다.

또한 “인권선언에 그치면서 임신·출산·육아 등 모성보호 내용을 포함했으나 출산휴가 보장 강제 등 실질 내용을 담고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는 생색내기식 인권선언으로 해결될 수 없다”며 “방송사를 움직일 실질 권한이 있는 방통위가 인권선언에 그칠 게 아니라 권한을 발동해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이글은 2018년 11월 10일(토)자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