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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퇴 맞은 ‘박근혜·양승태 재판거래’ 의혹13년 만에 나온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승소 판결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ㆍ동아투위 위원장〉
  • 관리자
  • 승인 2018.10.3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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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시기에 대법원장 양승태가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청와대를 상대로 재판거래를 했다는 의혹들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로 꼽히던 ‘일본 비위 맞추기’가 30일 대법원에서 철퇴를 맞았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강제징용을 당해 임금도 받지 못하면서 노동을 한 이춘식 등 4명이 2005년 2월 일본 기업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한 것이다. 재판이 무려 13년 8개월이나 계속되는 동안, 해당 기업에서 강제노동을 한 피해자 9명 가운데 8명이 세상을 떠났다.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4·오른쪽)씨가 소감을 말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한겨레

‘이름도 명예도 없이’ 살던 그들이 한을 품은 채 숨을 거두게 만든 ‘주범’은 박근혜와 양승태, 그리고 일본 총리 아베 신조라고 단정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는 2015년 12월 일본군 성노예(세칭 위안부)로 잡혀가 인권을 유린당한 할머니들과 한마디 의논도 하지 않은 채 아베가 보낸 10억 엔을 덥석 받아 ‘화해·치유재단’이라는 것을 만들어 과거사 청산의 길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렸다. 1965년에 굴욕적 한일회담을 타결해 ‘청구권자금’이라는 명목으로 겨우 3억 달러를 받고 모든 배상과 보상의 법적 근거를 없애려고 했던 아버지 박정희를 본받아서 그랬을까?

근자에 ‘양승태 사법농단’을 수사한 검찰은 박근혜 청와대가 강제징용 판결을 두고 대법원과 거래를 한 정황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2013년 이후 박근혜의 지시를 받은 비서실장 김기춘과 외교부장관 윤병세가 법원행정처 차장 차한성·박병대와 ‘공모’해 재판 과정에 개입하면서 공판을 일부러 연기시켰다는 것이다. 검찰은 사법부의 최고의사결정권자인 양승태가 그런 사실을 보고받았음이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법원행정처는 외교부의 민원 해결에 발 벗고 나섰다. ‘일본 공사가 2012년 6월 방문해 판결이 확정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했다’는 요구를 접수했다. 2013년 9월 행정처 사법정책실은 ‘강제노동자 판결 관련·외교부와의 관계’ 문건을 작성해 판사 해외 파견과 고위 법관 외국 방문 시 의전을 맡는 외교부의 입장대로 재판을 미루는 것을 검토했다. 2014년 11월에는 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재판 결과를 두고 ‘조정 및 화해 시도’, ‘전원합의체 판단’ 등 5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재판 연기 방안을 지지한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한겨레, 10월 30일자 기사)

1945년 8월 태평양전쟁이 끝난 이후 일본의 역대 정부 가운데 거의 모두는 일제가 조선강점기에 저지른 만행과 착취 등에 관해 공식적으로 사과한 적이 없다. 거족적 항쟁인 3·1운동 당시의 양민 학살은 물론이고 식민지의 인력을 무참하게 혹사하고 자원을 마구잡이로 수탈한 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이승만은 일본을 상대로 저자세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일본군 장교 출신인 박정희는 친일파의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내면서 민족의 상처를 외면하고 자신의 독재정권을 지탱하는 수단으로 일본의 지배세력과 은밀하게 손을 잡았다.

지금 감옥에 갇혀 있는 박근혜는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의 확정 판결에 관한 뉴스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혹시 ‘내가 그렇게도 공을 들여 아베와 최선의 친선 관계를 맺어 놓았는데, 대법원이 저런 판결로 두 나라 관계를 망치다니’라고 혼잣말을 하는 것은 아닌지?

부패하고 타락한 권력이 저지른 부정과 비리는 언젠가는 밝혀지기 마련이다. 근래 양승태 사법농단 관련자들과 증거 압수수색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 영장 기각을 남발하던 사법부가 모처럼 전 행정처 차장 임종헌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승소 판결을 내림으로써 ‘오명’을 조금이나마 씻게 되었다. 사법 개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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