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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미디어 25] 딸의 SNS를 훔쳐보다〈이용재 시나리오 작가ㆍ재단 기획편집위원〉
  • 관리자
  • 승인 2018.10.0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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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치 (Searching, 2018)
[연출] 아니쉬 차간티
[각본] 아니쉬 차간티, 세브 오하니언

실종된 딸을 찾는 아버지의 애타는 행보를 그린 영화다.

한 줄 요약은 식상하다. 유괴된 딸을 구하기 위해 리암 니슨이 난투를 벌이는 〈테이큰〉이나, 납치된 옆집 소녀를 구하기 위해 원빈이 가차 없이 칼부림을 해대는 〈아저씨〉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작품의 단장지애(斷腸之哀)는 양상이 다르다. 당황스럽고 비통한 아버지의 감정선은 마찬가지이지만, 사건은 오로지 컴퓨터나 스마트폰, 폐쇄회로 TV 화면 안에서만 벌어진다. 아버지는 달리고, 찌르고, 포효하는 대신 구글링을 하고, 유튜브나 페이스북을 뒤지고, 각종 게시판에 달린 댓글의 숲을 헤맨다.

처음엔 102분의 상영 시간 동안 단 한 장면도 디지털 기기의 화면을 벗어나지 않는 감독의 집요함에 경탄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어느새 우리 삶의 어떤 장면도 디지털 미디어를 벗어나지 못하는 세상이 됐다는 느낌에 한편 씁쓸하고, 끝내 섬뜩하다.

주인공이 PC로 시청하는 뉴스 화면은 좁은 공간의 답답함을 벗어나는 유용한 장치가 된다. 이 작품은 불과 13일 만에 촬영을 마쳤지만, 후반 작업에 2년이라는 시간이 들었다. 극장 스크린에 띄우기에는 실제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화면 해상도가 너무 낮아서 모든 화면을 고해상도 컴퓨터 그래픽으로 다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영화는 죽었다.”

영화판 술자리에서 더러 들리는 섣부른(?) 한탄이다. 요즘 1020 세대들은 두 시간이나 스마트폰을 포기해야 하는 극장에서의 관람 상황을 이해하지(견디지) 못한다거나, 그들에게 디지털 기기는 20년 전 이동 통신사의 광고처럼 ‘잠시 꺼두셔도 좋을’ 도구가 아니라 보조 배터리를 연결해서라도 필사적으로 켜두어야만 하는 일종의 장기(臟器)가 됐다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영화는 물론이고 TV 드라마도 손바닥 안의 스마트폰으로 소비하며 1, 2분 안에 짜릿한 장면이 나오지 않으면 곧바로 다른 콘텐츠를 선택한다는 지금의 젊은이들. 말하자면 모두가 주의력 결핍 장애(ADHD)를 겪는 셈이라는 건데. 과연 그럴까?

〈서치〉는 지난 8월 29일 국내 개봉 당시, 흥행 순위 3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9월로 접어들면서 국산 영화들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10월 초 현재 누적 관객은 290만 명. 입소문(실은 SNS 상의 소문)이 젊은 관객들을 불러들였다는 게 극장가의 분석이다.

재미있는 영화라면 1020 세대 역시 극장에서, 예의 바르게 감상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게 아닐까? ‘어른’의 시선으로 보면 그들의 SNS를 도배한 ‘ㅋㅋㅋ’ 투성이의 이야기들은 시답잖다. 그러나 젊은이들 눈에 그 어른들이 만든 영화는 ‘ㅋㅋㅋ’만도 못한 시시한 물건일지도 모른다.

복합 상영관들이 입장권보다 팝콘과 음료를 팔아 버는 돈이 더 많은 세상. 이 지경이 된 것은 제작, 배급, 상영을 수직 계열화한 재벌 때문일까? 아니면 영화를 팝콘의 곁다리로 여기는 무지몽매한 관객 때문일까? 혹시 ‘ㅋㅋㅋ’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품을 쏟아낸 영화인들의 책임은 없을까?


“저널리즘은 죽었다.”

사람들이 신문과 TV 대신 모바일로 뉴스를 소비하면서 전통 언론이 흔들리고 있다. 매체들은 온라인과 모바일에 적합한 뉴스를 고민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매출을 올릴까에 매달린다. 기사의 질은 낮아졌고 거의 모든 댓글은 ‘기레기’라는 야유로 시작한다. 당연히 구독률도 급전직하 중이다.

이건 네이버나 구글, 혹은 페이스북의 음모일까? 아니면 역시 독자가 무지몽매한 탓일까? 굳이 ‘영화 속 미디어’에 이 작품을 소개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다.


그밖에

* 아니쉬 차간티 감독은 1991년생. 인도계 미국인으로 유튜브에 올렸던 2분짜리 동영상이 하루만에 100만 뷰를 기록하면서 구글에 스카우트됐다. 2년간 구글의 광고를 제작하다가 첫 작품 〈서치〉를 만들었다.

** 영화의 설정에 따라 가족 구성원 모두를 한국계 배우들이 연기했다. 아빠 역의 존 조는 〈스타트랙, 2009〉 〈해롤드와 쿠마, 2004〉 등으로 낯익은 얼굴. 딸로 분한 미셸 라는 서른의 나이로 고등학생 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엄마 역의 사라 손은 손담비 등과 함께 S-Blush에서 활동했던 걸그룹 출신이다.


평점 : IMDB(7.9/10), 로튼토마토(93/100), 왓챠(3.8/5)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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