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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와 조선일보의 만찬 “한명숙 사건 처리 독촉”대법원, ‘조선일보 첩보 보고’ 등 비공개 문건 공개… 행정처 기조실 “산케이 지국장 사건에 적극 보도 의사”
  • 관리자
  • 승인 2018.08.0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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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법원행정처가 31일 오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 문건을 추가공개하면서 ‘조선일보 파일’ 실체가 드러났다. 해당 문건은 양 전 대법원장의 숙원사업이었던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보수언론을 어떻게 활용하고 로비하려 했는지 확인할 증거로 주목 받아왔다.

법원이 추가공개한 파일명 가운데 ‘조선일보’가 들어간 것은 “(150128)상고법원 기고문 조선일보 버전(김◎◎)”, “(150203)조선일보 상고법원 기고문(김◎◎)”, “(150203)조선일보 칼럼(이○○ 스타일)”, “(150330)조선일보 첩보 보고”, “(150331)조선일보 기고문”, “(150427)조선일보 홍보 전략”, “(150504)조선일보 기사 일정 및 콘텐츠 검토”, “(150506) 조선일보 방문 설명 자료”, “(150920)조선일보 보도 요청 사항” 등 9건이다. 이 문건들이 작성된 시기 조선일보 편집국장은 강효상 현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31일 오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 문건을 추가 공개했다. ‘조선일보 파일’ 중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것은 “(150330)조선일보 첩보 보고”였다. 사진=대법원 법원행정처 문건

이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파일은 “(150330)조선일보 첩보 보고”였다. 이 파일은 행정처 기획조정실이 2015년 3월30일 작성한 대외비 문건으로 같은 날 “최유력 언론사 사회부 차장 2인, 법조전문기자 1인과 만찬”을 했다고 적혀 있다. 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에 우호 여론을 만들려고 조선일보 기자들과 접촉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문건을 보면 ‘언론 관심사항과 접촉 결과’라는 항목 밑에 △산케이 지국장 형사사건에 대한 이해 제고 및 적극 보도 의사 △상고법원안 통과에 대한 전반적 회의감 △한명숙 사건 상고심에 대한 처리 독촉 등 소제목이 붙어 있다. 행정처와 조선일보 기자들이 만나 주고받은 이야기를 정리한 내용으로 보인다.

행정처 기조실은 이 문건에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 지국장 형사사건을 “BH 신임 비서실장 등 특별 관심 사건”이라고 설명한 뒤 “청와대 출입 여부 등에 관한 진실게임으로부터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언론의 자유와 한계’에 관한 풍부한 논의로 발전되도록 재판 배경 설명함”이라고 썼다.

가토 전 지국장은 2014년 8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를 쓴 뒤 박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선일보 기자들과의 만찬이 있던 2015년 3월30일은 이 재판 공판 날이었다.

행정처 기조실은 문건에 “산케이 지국장 사건과 관련해 (기자들이) 처음에는 재판장의 소송 지휘권 행사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다가 상세한 설명으로 정확히 이해한 후 그 자리에서 보도 분량 및 논조 강화함”이라고 부연했다. 만남 이후 조선일보 보도 분량과 논조 등에 변화가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상고법원안 통과에 대한 전반적 회의감’이라는 소제목 밑에는 “김모 전 헌법재판소장의 발언 언급”이라는 문장과 함께 “최근 ‘대법원이 될 수도 없는 상고법원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를 바로잡지 아니하고 무엇하고 있느냐’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고 함”이라는 서술이 있다. 이는 조선일보 기자들이 헌재 쪽으로부터 대법원의 상고법원 추진에 대한 우려를 들은 것으로 볼 수 있는 구절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한명숙 사건 상고심에 대한 처리 독촉’이다. 이는 조선일보 기자들이 한명숙 전 총리 상고심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으로 행정처는 이를 “상고심 처리 독촉”으로 표현한 뒤 “사건 처리 지연으로 인한 오해 소지 언급”이라고 썼다. 조선일보 기자들이 한 전 총리 상고심 처리가 지연되는 것과 관련해 행정처 입장에서 오해로 볼 수 있는 발언을 했을 것으로 유추되는 대목이다.

이어 행정처 기조실은 기자들과 만남을 토대로 “한명숙 사건 등 주요 관심 사건에 관해 (결론이 아닌) 선고 예정 기일 등 사건 진행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언론의 상당한 호감 확보 가능”이라고 썼다.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던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상고심 선고는 5개월 뒤인 2015년 8월에 열렸다.

행정처는 문서 말미에 “(상고법원) 법안 발의 의원들의 무관심, 기자들 사이에서의 무관심, 일반 국민의 무관심을 두루 언급”이라고 쓴 뒤 “전면적 홍보 강화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행정처는 “전직 대법관의 반대 발언은 상고법원 추진에 치명타가 될 수 있으므로 전직 대법관들 상대 설득 강화 및 적극적 찬성자로 언론 기고 등에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행정처 기조실과 사법정책실이 2015년 4월25일 작성한 ‘조선일보를 통한 상고법원 홍보 전략’ 문건. 사진=대법원 법원행정처 문건

행정처 기조실과 사법정책실이 2015년 4월25일 작성한 ‘조선일보를 통한 상고법원 홍보 전략’(파일명 ‘조선일보 홍보 전략’)에는 “5월 4주~6월 1주”를 “집중 게재 시기”로 규정하고 게재할 콘텐츠로 “설문조사, 지상 좌담회, 사내(논설위원 등) 칼럼”을 예시로 나열했다. 6월 국회 개원 직전 홍보 집중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행정처는 상고법원 홍보를 위한 설문조사 주체 중 하나로 조선일보를 꼽으며 “설문조사 결과에 따른 보도 여부 통제 가능”을 장점으로 꼽았다. 행정처는 조선일보가 서울지방변호사회보다 설문조사 주체로 나서는 안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보고 “전문 설문조사 기관에 지급할 용역 대금 지원 필요”라고 명시했다.

그 방법으로 “조선일보에 상고법원 관련 광고 등을 게재하면서 광고비에 설문조사 실시 대금을 포함해 지급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고 명시한 뒤 구체적으로 “사법부 공보 홍보 활동 지원 세목 9억9900만 원 편성”이라고 썼다. 다만 조선일보가 상고법원 설문조사를 실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 시기 조선일보에서 설문조사 보도는 찾을 수 없었지만 상고법원 특집 보도는 있었다. 조선일보 2015년 5월28일자 1면 톱기사 제목은 “‘上告법원’ 논의, 國民 입장에서 보라”였고 이날 3면에는 “대법원에 年3만7000건… ‘기다리기 지친다, 졸속재판도 싫다’”라는 제목으로 상고법원 관련 기사가 보도됐다. 전반적으로 상고법원 찬반 논리를 소개한 기사이나 제목과 부제목을 통해 찬성 논리에 무게를 실었다.

또 다른 문건은 상고법원 찬성 논조의 기고 관련 글들이다. 이진강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지난 2015년 2월6일 “上告법원이 필요한 이유”라는 글을 조선일보에 기고했다. 행정처 문건 가운데 “(150128)상고법원 기고문 조선일보 버전(김◎◎)”, “(150203)조선일보 상고법원 기고문(김◎◎)”, “(150203)조선일보 칼럼(이OO 스타일)” 등은 이 전 협회장 기고 글과 도입부가 유사하다.

이 전 협회장은 3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조선일보 기고는 내가 직접 쓴 것”이라며 “법원행정처에서 상고법원에 관해 글 하나를 써달라고 해서 써줬다. 언론에 실리게 해주겠다고 했고 나중에 보니 조선일보에 실렸더라. 조선일보에서 고료도 받았다”고 말했다. 앞서 상고법원 찬성 논조의 오연천 전 서울대 총장의 조선일보 기고(2015년 4월13일자 “대법원 정상화를 위한 출발점, 상고법원”)의 경우 행정처 대필 정황이 검찰에 의해 포착됐다. 오 전 총장의 기고 역시 “(150331)조선일보 기고문”라는 파일명으로 행정처 문건 목록에 있다.

* 이글은 2018년 07월 31일(화)자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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