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연재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스위스 할배의 '맨발스키'[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295)] 이승호 동화작가
  • 관리자
  • 승인 2018.07.31 13:27
  • 댓글 0
“나는 올림픽 맨발스키 종목 금메달 출신이유.”

징그럽게 덥다. 서울의 경우 오늘(7월31일) 38도, 내일(8월1일) 39도란다. 오늘, 관측 이래 최악의 폭염이 찾아오고 내일 다시 그 기록이 경신된단 얘기다. 사람 체온을 훌쩍 넘어서는 살인더위다. 근데 문제는 태풍 종다리가 어찌어찌 무슨 작용을 해서 더 뜨거워질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벌거벗고 얼음이나 눈 위를 뒹굴면 얼마나 짜릿하고 시원할까. 아참, 벌거벗으면 경범죄로 안기부나 중정에 끌려가니 그냥 양말 벗고 맨발로 눈 위를 달리자. 얼마나 시원할까. 이 열지옥에 그런 복 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복 받으신 분들이 있다. 스위스의 알프스, 프랑스의 몽블랑 등 고산지대에 사는 난쟁이 산신령들이시다. 허구헌날 맨발 스키를 타신다. 발 자체가 스키고 썰매다. 발 자체가 눈신발(snowshoes)이다. 눈 위를 달리는데 최적화된, 엄청 큰 발이다. 눈사태가 나면 그 위에서 서핑도 즐기신다.

할배들의 한국 친구 신구가 “니들이 더위맛을 알어?” 하고 물으면 프랑스 사람은 못알아듣는 불어로 “아몰랑, 아몰랑”이라고 대답한다. 아마 발냄새, 무좀 걱정도 안하고 사실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스키광이며 서핑광인 할아버지들은 여름보다 겨울을 좋아한다. 그래도 일년에 한번 여름은 오는 법. 여름이 되면 할아버지들은 동굴 안에서 하면(夏眠)하신다. 여름이 끝날 때까지 긴 잠을 주무신다. 첫눈 내리는 날, 할아버지들은 가슴 두근거리며 일제히 눈을 뜰 것이다.

맨발스키 놀이가 삶의 목적이지만 착한일도 하신다. 예를 들면 사람이 눈 속에서 위험해지면 휘파람을 불어 알려준다. 못듣고 눈에 파묻히면 꺼내 구조해준다. 길 잃은 양을 목동에게 찾아주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 할아버지들을 바베가지(barbegazi)라고 부른다. 프랑스말 ‘barbe-glacée’에서 유래한 말인데 ‘얼어붙은 수염, frozen beard’이란 뜻이다. 하지만 뵙고 싶어도 뵙기 힘든 분들이다. 광화문에 절대 안나오신다. 추운 산, 그것도 주로 높은 곳에서 놀기 때문에 사람 눈에는 거의 띄지 않는다.

“더울 땐 눈 사우나, 눈 서핑이 최고여....”

그건 그렇고, 허구헌날 거리로 나와 태극기와 성조기 흔드시던 대한민국 할배들도 요즘은 좀 뜸한 모양이다. 뵙고 싶어도 뵙기 힘들다. 날씨탓인 모양이다. 다행이다. 차암 다행이다. 건강 조심하셔야지.

“김영감! 더운디 고생하지 말고 일루 놀러와!”

(부록)


바베가지
Barbegazi are mythical creatures from Swiss and French mythology. A variety of dwarf or gnome. They travel in the mountains that are their home by skiing with their massive feet, or using them as snowshoes. Their greatest known excitement is surfing on avalanches with their remarkably large feet.


북미로 이민
일부 프랑스 사람들이 북미로 이민갈 때 묻어가심. 여기선 가끔 들키심. A modern addition to this myth is the rumored migration of the Barbegazi to North America, predominantly to a locale of French origin in northwest Minnesota named Roseau County. Numerous sightings have been reported along the Roseau River, in the depths of the often frigid northern Minnesota winters.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