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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미디어 21] 기자들의 수다〈이용재 시나리오 작가ㆍ재단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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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1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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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히즈 걸 프라이데이(His Girl Friday, 1940)
[연출] 하워드 혹스
[각본] 찰스 레더러

모닝 포스트 기자 힐디 존슨(로잘린드 러셀)은 사주이자 전 남편인 월터 번스(캐리 그랜트)에게 일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한다. 결혼해서 살림만 하겠다는 것. 당신은 그렇게 살 수 없는 여자라며 콧방귀를 뀌는 월터에게 힐디는 보란 듯이 신랑감을 소개한다. 보험 세일즈맨 브루스 볼드윈(랠프 벨라미)이다.

힐디가 저 답답한 사내를 따라가도록 놔둬도 될까? 아니다. 월터는 힐디에게 미련이 있다. 내일 있을 결혼식을 위해 3시 기차를 타야 하는 힐디와 그걸 막아야 하는 월터. 격렬한 전투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좋아. 내 축복하지. 대신, 가기 전에 인터뷰 하나만 해 줘.”

월터는 미끼를 던진다. 정치적 이유로 급작스럽게 사형을 당하게 생긴 얼 윌리엄스를 인터뷰하라는 것. 힐디는 거절하지만, 월터는 권모술수의 달인이다. 가여운 사형수를 모른 척하고 행복할 수 있겠냐는 채찍부터 브루스의 보험을 팔아주겠다는 당근까지. 결국 힐디는 월터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인터뷰를 위해 힐디가 형사 법원 기자실로 들어서는 순간, 힐디와 월터의 전선에 또 하나의 전선이 더해진다. 힐디와 타사 기자들 사이의 특종 경쟁이다. 거기에 사형수 윌리엄스가 탈옥을 하고, 그의 친구가 쳐들어오고, 부패한 시장이 보안관과 협잡을 하는 가운데, 힐디의 장래 시어머니까지 나타나면서 보는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 엄청난 속도의 소동극이 벌어진다.

타사 기자들은 힐디가 언제 다시 기자실로 돌아올지를 두고 내기를 벌인다. 불타는 기사 욕심과 탁월한 취재능력을 재혼 때문에 썩힐 리 없다는 것. 그녀는 요즘 영화에서도 흔치 않은 능력 있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다.


〈히즈 걸 프라이데이〉는 인서트 수준의 몇 컷을 빼면 내내 모닝 포스트 편집국과 형사 법원 기자실 안에서 진행된다. 연극 같다. 기자 출신의 벤 헥트와 찰스 맥아더가 쓴 희곡  〈프론트 페이지〉가 원작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고, 1931년에 이미 영화화되었던 작품에 다시 손을 대면서 하워드 혹스 감독은 신의 한수를 둔다. 주인공 힐디 존슨을 여자로 바꿈으로써, 자기 자신 그 장르의 태두가 된 스크루볼 코미디의 걸작으로 완성해낸 것.

영화를 보는 동안 장면이 미묘하게 툭, 끊겼다가 계속되는 경우가 여럿이다. 당시엔 4백자 필름 한 롤이면 4분을 찍을 수 있는데, 그 시간을 넘길 정도로 대사가 길게 이어졌던 것. 촬영 감독이 필름을 가는 동안 배우들은 화장을 고치고 감독의 잔소리를 듣다가 중단된 시점에서 다시 연기를 시작했을 것이다. 신문의 영향력이 거대하던 시절, 아직 필름으로 영화를 찍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아내는 작품이다. 거의 80년 전 작품이지만, 세련된 유머와 실감나는 기자실 풍경은 어지간한 요즘 영화보다 확실히 좋다.


그밖에

* 영화 관련 서적들에  〈히즈 걸 프라이데이〉는 대개  〈연인 프라이데이〉라는 제목으로 언급되고 있다. 위키피디아에 올라온 제목은  〈그의 연인 프라이데이〉. 그러나 이 영화에는 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을 가진 자, 아무도 없다. 여주인공은 힐디 존슨.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을 계기로 프라이데이(Friday)가 충실한 수하 또는 유능한 직원의 뜻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민완 기자 힐디〉 정도로 옮기는 편이 나을 듯. 여기서는 혼란을 피하기 위해 원제 그대로  〈히즈 걸 프라이데 〉라고 적었다.

** 스크루볼 코미디의 핵심은 리듬감 있게 치고받는 대사들. 힐디 역의 로잘린드 러셀은 남자 주인공 대사만 멋지게 나올 것을 염려해 따로 카피라이터 출신의 작가를 고용했다. 그녀는 슬쩍슬쩍 대사를 고치고, 새로 얹기도 했지만 즉흥 연기에 열려 있던 하워드 혹스 감독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단 그녀와 합을 맞추는 게 중요했던 월터 역의 캐리 그랜트는 재빨리 알아채고 “오늘은 뭘 바꿨지?”하며 아침마다 확인했다고.

*** 이 영화의 원작인 희곡  〈프론트 페이지〉는 1974년, 빌리 와일더 감독에 의해 다시 한 번 영화화되었다. 이번에 힐디 존슨의 성은 다시 남자.  〈뜨거운 것이 좋아〉 등 빌리 와일더 감독의 걸작 코미디 여러 편에 출연한 바 있는 잭 레먼이 맡아서 연기했다.

평점 : IMDB(8.0/10), 로튼 토마토(98/100), 왓챠(3.8/5.0)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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