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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반성하고 은혜 갚으라[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284)] 이승호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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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1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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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동굴에서 수행 중이었다. 가끔 호랑이 한 마리가 찾아와 스님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사라지곤 했다. 그러다 스님과 호랑이는 절친이 돼 함께 놀기도 했다.

어느날 저녁, 호랑이가 찾아와 아가리를 벌린 채 눈물을 흘렸다. 스님이 놈의 아가리 안을 살펴보니 뭔가가 목구멍에 걸려 있었다. 금비녀였다. 스님은 금비녀를 빼주곤 호통쳤다. “네 이놈! 또다시 사람 잡아먹으면 천벌을 받을 것이니라!” 호랑이는 크게 반성하곤 비실비실 사라졌다.

“아가리 벌려봐”

호랑이는 ‘은혜 갚은 호랑이’ 전설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하여 얼마 뒤 놈은 멧돼지 한 마리를 잡아 스님을 찾았다.  스님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네 이놈, 수행 중 중에게 고기를 먹으라니! 또다시 이런 짓 하면 천벌을 받을 것이니라!” 스님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흘리며 이렇게 호통쳤다. 호랑이는 크게 반성하곤 비실비실 사라졌다.

“더 벌려.....”

어느 겨울날, 호랑이가 또 찾아왔다. 스님은 놈이 빈손으로 온 걸 보곤 실망했지만 내색은 할 수 없었다. 호랑이는 자기를 따라오라는 듯 스님의 옷자락을 물고 잡아끌었다. 스님은 속으로 ‘선물이 무거워 혼자힘으로 갖고 오지 못한 모양이구나’ 생각하며 못이기는 척 따라갔다.

호랑이가 스님을 끌고 간 곳은 폭포 아래였다. 스님이 보니 웬 곱게 생긴 젊은 여자가 쓰러져 있었다. 스님은 “미투가 아니더라도.... 나는 수행 중 중 아닌가.....” 어쩌구 중얼거리며 여자를 동굴로 엎고 가 정성을 다해 돌봤다.

얘기가 기니 중간생략한다. 젊은 여자는 부잣집 무남독녀였다. 여자의 애비는 보답으로 스님에게 절을 지어주었다. 애비는 “절 있는 쪽이 우리 집안에 희소식을 알려준 방위이니 절 이름을 희방사(喜方寺)라 해도 되겠는지요” 하고 부탁했다. 스님은 속으로 ‘내 법명을 따면 좋을텐데.....’ 라고 생각했지만 내색은 할 수 없었다.

그리하야 호랑이는 결국 ‘은혜갚은 호랑이’의 주인공이 되었던 것이다. 이상, 소백산에 있는 희방사와 희방폭포에 얽힌 전설이다. 기무사 얘기 하려고 이 전설을 들려드렸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기무사의 상징동물은 호랑이다.

이제 진지한 얘기니까 말투도 진지하게 바꾼다. 기무사 홈페이지 소개를 보면 ‘호랑이는 산중의 왕으로서 용맹과 위엄을 갖추고 있으며, 수호신의 의미와 함께 친밀감과 신뢰감을 주는 신성한 동물로, 군 통수권자에 대한 절대충성과 군을 보호하고 자유민주체제 수호를 위해 어떠한 역경에 처하여서도 신의를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대원들의 모범된 자세를 상징....’이라는 문장이 나온다. ‘국가와 민족의 안위를 위해 위국충성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 올 수 있었던 것은 부대원들의 가슴 속에서 맥을 이어오고 있는 절대충성의 부대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구절도 있다.

기무사가 촛불정국 와중에 계엄령을 계획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명백한 내란음모다. 쿠데타를 일으켜 제이, 제삼의 박정희나 전두환을 꿈 꾼 자들이 있었을까. 박근혜에 대한 맹목적 절대충성의 다짐이었을까. 기무사는 ‘자유민주체제 수호’ 하지 않아도 좋으니 고춧가루나 뿌리지 말아달라. ‘군 통수권자에 대한 절대충성’도 왜곡하지 말라. 절 세워주는 호랑이는 못돼도, 절 부숴버리는 호랑이는 되지 말라. 반성하는 호랑이의 모습을 보여달라. 국민에게 은혜갚은 모습을 보여달라. 이 말, 진지하게 들어달라.

(부록)


스님
두운대사(杜雲大師, 신라 선덕여왕 시기). 태백산에서 수행하다 소백산 연화봉의 동굴에서 은둔 정진.


젊은 여자
서라벌 거주. 혼례 치르고 첫날밤 행사 참석차 신방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뭔가 뒤에서 등을 덮쳐 봉변 당함.


희방사
선덕여왕 12년(643)에 건립. 1850년 화재로 재건. 한국전쟁 와중에 다시 불에 탐. 1954년 재건. 제가요, 고등학교 여름방학 때 친구들과 함께 절 근처에서 저녁을 지어 먹게 되었지요. 막 먹으려는데 스님 한 분이 지나가길래 “스님, 한그릇 같이 뜨시지요”라고 권유했어요. 스님 합석. 반찬은 날것과 익힌 것 그러니까 김치와 김치찌개였어요. 멸치 들어간 사실 깨닫곤 나도 모르게 그만 “멸치 들어갔는데 어쩌지요!” 외침. 스님, 어색해 하시며 수저 내려 놓으셨지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일생 일대의 실수. 그때 그 스님, 죄송합니다....타불....

기무와 기무사
기무(機務)=어려운 말. ‘근본이 되는일’, ‘중요하고도 기밀한 정무(政務)'. 고종이 국정 총괄을 위해 설치한 통리기무아문(通理機務衙門), 갑오개혁 때 정치-군사에 관한 일체의 일을 담당하던 군국기무처(軍國機務處) 등의 국가기구에 사용 전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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