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 뉴스 PD와 TV기자 2명의 삼각관계를 바탕으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인정받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이들의 야망과 사랑을 담았다.’

30년 전 중앙일보는 이 영화의 국내 개봉에 즈음하여 줄거리를 이렇게 요약했다. ‘미녀 PD’란 표현이 위화감을 주는 것 말곤 대체로 맞다. 삼각관계를 다루는 로맨스 영화다.

워싱턴의 방송국에서 일하는 제인(홀리 헌터) 앞에 두 사내가 있다. 한 명은 투철한 사명감으로 날카롭게 기사를 발굴하는 똑똑한 동료 기자 애런(앨버트 브룩스)이고, 다른 한 명은 이제 막 입사한 톰(윌리엄 허트)으로 “뉴스에 나오는 기사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하”는 고졸 기자다.

간절하게 앵커가 되고픈 애런은 포토제닉하지 못한 외모에 카메라 울렁증이 있는 반면, 어리바리한 톰은 카메라 앞에만 서면 빛이 난다. 그저 외모만 훤한 게 아니라, 생방송 중 PD가 인이어 마이크로 귀띔하는 정보를 차분하게 자기 이야기처럼 전하는 재주가 남다르다. 인이어와 프롬프터만 있으면 그는 시청자들에게 세상 똑똑한 남자다.

한편 똑똑한 남자 애런은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겠다며 주말에 한 번만 앵커를 시켜달라고 상사를 조른다. 그러나 셔츠 목덜미가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을 쏟으며 쩔쩔매는 그. 동료들이 안쓰러운 마음에 던진 한마디가 아프게 다가온다. “닉슨보다 땀을 더 흘리는 것 같아”.

제인과 애런은 오랜 동료지만, 둘의 관계는 딱 거기까지. 애런이 농반진반 연심을 내보이지만, 제인은 농담으로만 받는다. 그러던 제인이 굴러온 돌, 톰의 매력에 끌리기 시작한다. 이야기가 이렇게 삼각 로맨스물에 그쳤더라면 이 작품이 오스카에서 무려 7개 부문의 후보가 되긴 힘들었을 것이다. 달달한 로맨스의 저변에는 80년대 말 미국 방송가의 풍경과 그들의 직업적 고민을 깔려있다.

“방송 보도는 점점 스타시스템에 의존합니다. 앵커의 영향력이 너무 커서 보도의 공정성을 위협합니다. 방송사는 이윤을 위해 예능 프로의 비중이 위험할 정도로 늘리고 있습니다”

제인의 치열한 직업적 고민이 톰의 느슨한 직업윤리와 충돌하면서 영화는 로맨스물의 궤도를 벗어난다. 톰은 데이트 강간 피해자를 인터뷰한 리포트로 방송국 안팎에서 칭찬받는다. 인터뷰 중에 피해 여성의 피맺힌 하소연을 들으며 톰은 눈물지었고 그 장면을 리포트에 삽입했다. 애런은 “불필요한 장면”이라며 톰을 비난하지만, 제인을 포함한 보도국의 여성들은 그의 리포트에 깊이 공감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감동의 컷은 사후에 연기해 짜깁기한 조작이었음이 들통난다. 경악한 제인은 톰에게 결별을 선언한다.

“언론 윤리를 이따위로 팽개쳐놓고 나를 사소한 트집이나 잡는 여자로 만들어?”

그런데 이 영화, 결말이 묘하다. 감독은 톰을 응징하지 않는다. ‘7년 뒤’라는 자막과 함께 나오는 에필로그에서 톰은 런던 특파원을 다녀와 오히려 잘 나가는 앵커가 됐다. 톰의 출세는 언론인이 사건 대신 자신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요사이 빗나간 보도 행태를 예견하는 듯해 씁쓸하다. 한편 에필로그 속 애런은 여전히 꼬장꼬장한 기자 정신을 잃지 않았고, 제인은 보도국장 자리를 제안받으며 승승장구한다. 셋이 공존하는 후일담을 통해 감독은 현실이란 절망과 희망이 뒤엉켜있는 무언가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평점 : IMDB(7.2/10), 로튼토마트(98/100), 왓챠(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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