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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체계 달성을 저해하는 두 개의 쇠말뚝단계적 동시적 추진으로 가닥 잡은 듯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ㆍ언론사회학 박사〉
  • 관리자
  • 승인 2018.06.22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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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가 어떻게 추진될 것인가. 이는 당사국들이 정상회담 등을 통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그 전망이 밝다고 할 수 있지만 최종 단계까지의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정상회담 두 차례 이후 열린 6.12 북미정상회담, 미국과 한국 정부의 `을지 프리덤가디언’ 훈련 중단과 북중정상회담, 미군 유해 2여백 여구 송환 등으로 이어지면서 동북아 정세의 지각 변동이 지속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는 관련국들이 총론 차원에서는 합의가 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기 각론 차원의 논의는 현재 진행형이고 앞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을지 프리덤가디언’ 훈련중단은 북미정상회담 이후 처음 제기된 신뢰 구축 조치로 북한의 핵 실험장 폐기와 함께 ‘행동대 행동’의 원칙이 실천된 것으로 평가된다. 한반도에서의 전면전을 가정한 `을지 프리덤가디언’ 훈련은 `키 리졸브’ 와 `독수리’ 훈련과 함께 3대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하나로 지난해의 경우 미군 1만7천500 명, 한국군 5만 명이 참가했다. 북한이 오랫동안 훈련 중단을 요구했던 `을지 프리덤가디언’ 훈련은 핵 추진 항공모함과 B-52 폭격기 등 전략자산이 동원되고, 북한 수뇌부에 대한 참수작전도 거론되면서 미국 측이 주장하는 방어훈련이 아니라 도발적 훈련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드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을 시사한 뒤 실행하면서 미국 보수 세력의 반대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2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세 번째 정상회담과 관련해 ‘ 중국도 북한 비핵화의 중요성에 동의하고 있다. 미국의 목표는 여전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CVID 방식에 의한) 북한의 비핵화로 대북 제재는 그대로 유지된다. 미국의 최대 압박 캠페인에 대한 중국의 계속적인 지원을 기대 한다’고 말했다<미국의소리방송 2018년 6월 21일>.

미국의 대북 정책 추진에서 강경파로 알려져 있는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20일 6·12 북미정상회담에 따른 후속 비핵화 협상과 관련, "길게 늘어지고 지연되는 회담은 미래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빨리 움직이고 싶다. 북한도 진지하다면 마찬가지로 빨리 움직이길 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폭스뉴스 '폭스 앤 프렌즈' 방송 인터뷰에서 북미정상회담 평가에 대한 질문에 "나는 대통령이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북한이 수십 년간의 개발 끝에 핵무기 프로그램과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을 포기하고 그러한 접근법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결별해 국제적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결정적이고 극적인 선택에 직면해 있다는 걸 분명히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폐기 대상에 핵·미사일에 더해 생화학무기도 명시한 것이다<미국의소리방송 2018년 6월 21일>.

사진=연합뉴스

한편 북미정상회담과 함께 주목을 받는 것이 파격적으로 진행되는 북중관계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일 3차 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정세'에서 양국의 '전략·전술적 협동'을 강화하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연합뉴스 2018년 6월 21일>. 북중정상회담은 3개월 사이에 3번 열렸다.

북중정상회담이 열리는 날 중국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완화·해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당국자는 한반도 비핵화 단계를 동결·신고·검증·폐기·재검증·감독체계 구축 등 6단계로 나눈 뒤 "북한이 지금 하는 것은 동결단계의 일이고, 동결단계의 시작단계라고 생각한다. 현재로선 북한이 자기의 핵 활동을 완전히 중단하겠다고 선포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연합뉴스 2018년 6월 21일>.

또 평화협정 추진과 관련해 "정전협정에서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은 진작 했어야 하는 일이다. 우리는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정전협정 체결자로서 우리는 응당한 역할을 할 것이다. 적극적으로 역할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평화협정 이후 주한미군 성격 변화나 철수 등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나라든 외국에 군대가 주둔하는 것을 반대한다. 아울러 우리는 주한미군이 역사적 원인이 있다는 것도 안다"며 "남북·북미·한미 간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사드 갈등'과 관련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에 따라 한국에서 더 사드가 필요한지 의문이다. 핵 문제가 어떤 단계에 이르면 사드가 한국에서 철수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중국외교부 당국자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중국과 북한이 상정하고 있는 추진 로드맵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여전히 북한의 신속한 추가 조치를 강조하면서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는 유엔의 제재는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이런 입장에 한국은 전적으로 동조하고 있으며 중국도 부분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반도 비핵화 추진 방식은 관련 당사국간에 활발히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 가운데 현재까지 공개된 한미 정부 측 정보와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단계적 동시적 추진’으로 가닥이 잡힌 듯하다. 이는 미국 정부 등이 주장했던, 북한이 단기간 내에 핵과 미사일을 폐기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미국의 CBS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무기가 더 이상 위협요인이 아니게 될 때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고 얘기하면서 비핵화 과정이 20% 완료됐을 때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연합뉴스 2018년 6월15일>. 비핵화 이행 기간도 트럼프 대통령 임기 이전이 아닌 최소 10여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미국무부 등에서는 CVID 방식으로 단기간에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나 CVID는 항복한 국가에게나 요구할 수 있는 것으로 ‘이행할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는 제국주의적 책략’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성명에 CVID를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 잘못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국내 진보통일운동진영이 했던 것과 비슷한 논리를 주장하면서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의 조야나 국내 일부 정치권은 국내 수구세력과 동일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이는 향후 북미협상이 얼마나 힘들 것인가를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의 불안한 행보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협상 프로세스는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나 2005년 6자회담 9·19공동성명 등과 달리 정상이 큰 틀에서 합의하고 나서 실무자들이 세부 사항을 협상하는 '톱다운'(top down) 방식으로 상황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노력은 제네바 협상이나 6자회담 등을 통해 시도되었지만 불발된 바 있으나 이번의 경우 세계사적 의미로 박수갈채를 받은 북미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해 어느 때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동시에 미국의 정치권과 언론 기득권 세력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추진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 추진에서 나름대로 확고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어 박수갈채를 받고 있지만 국내외 정치적 충돌과 불협화음 누적, 2012년 대선과 관련된 러시아 스캔들, 도덕성 문제 등에서 미국 언론 등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 만에 하나 그가 정치적으로 낙마할 경우 북미관계가 원위치 될 위험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제일주의와 경제논리를 앞세우면서 상궤를 벗어난 외교 정책과 관세보복 정책으로 ‘동지를 적으로, 적을 동지로 대한다.’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이란 핵 협정에서 미국이 탈퇴할 것을 밝혀 유럽연합과 2차 대전 종전 이후 최초로 정면 격돌했고 중국과의 무역 전쟁, 이스라엘 미 대사관 이전으로 중동 정세 격화, 성소수자에 대한 정부 정책 후퇴, 비인도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불법이민법 강행 추진 등으로 사사건건 문제를 일으키는 대통령으로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미국의 기득권 세력은 트럼프에 대한 공세를 북미정상회담 이후 강화하면서 올인하는 양상이다.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자신을 사면할 수 있다는 '셀프 사면' 권한을 헌법으로 보장받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그의 미국 내 정치적 위상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는 것도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 구축을 통한 재선 달성의 목표를 달성키 위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한 메시지 남발과 말 바꾸기, 독선적 언행 등의 문제점으로 인한 그늘이 짙어지고 있어 만에 하나 한반도 비핵화 추진도 언제든 뒤집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트럼프는 비주류 부동산 재벌로 성공한 자신의 노하우를 정치에 적용하면서 과거 대통령과 전혀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국제 외교에서도 비정상적인 협상 방식으로 기업 간 과실 따먹기 경쟁과 같은 치킨 게임 수법을 동원하고 있어 그 부작용이 심각하고 그 대가를 언젠가 치를 것으로 우려된다.

트럼프의 이런 특성을 전제로 할 때 한반도 비핵화 추진 또한 많은 한계와 위험 요인을 안고 는 것으로 우려된다. 트럼프가 필요할 경우 손바닥 뒤집듯 한반도 비핵화를 중단하거나 원점으로 돌리는 것과 같은 태도로 표변할 가능성이 있고 그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만사를 제쳐놓고 열심인 것은 사실이다.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 미국의 일부 언론은 회담의 총평을 통해 ‘김정은 기획, 문재인 감독, 트럼프 출연’이라는 식으로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미 정상회담에 응한 것에 대해 미국은 ‘대북 압박 정책이 성공한 결과’라고 자평하고 있지만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완성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북한의 핵 공격력이 미국 유권자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것을 주목한 트럼프가 한반도 비핵화를 2020년 대통령 재선에 활용할 정치적 카드로 선택한 것이다 각주1) . 그러나 트럼프에 대한 미국 기득권층의 비판이 심화되면서 그의 대북 정책 추진에 대한 공세도 강화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냉혹한 국제관계는 힘의 논리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을 살펴야 하고 향후 한반도 정세 변화도 이런 원칙의 지배를 받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을 국제 외교무대의 주인공으로 만들고 있는 핵심 요인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라고 보아야 한다. 북한도 이 점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며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체제안전보장도 핵과 미사일이 협상용으로 유효할 때 가능하다는 점을 전체 협상 과정의 기본 원칙으로 삼을 것이다. 북한이 대미 협상용을 삼을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북한의 이런 입장은 북미간에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 작성과 그 실천 과정 등에 핵심적 요인으로 반영될 것이며 그 결과 협상이 상당기간 장기화되고 그 내용도 정교화 될 것을 예고한다. 이는 외견상 ‘말대 말, 행동대 행동’의 실천으로 구체화될 것 인 바 지난 수개월 전부터 북미가 보여준 몇 가지 조치도 이에 해당한다. 즉 한미의 `을지 프리덤가디언’ 훈련 중단과 북측의 핵실험장 폐기, 미군 유해 송환 등이 그것이다. 중국이 한반도 해법으로 제시했던 ‘쌍중단, 쌍궤병행’도 국제관계에서 주권국들이 자국의 국력을 배경으로 주고받는 외교관계 기본 틀의 하나라 하겠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서로 주고받을 카드가 없을 경우 자칫 갑과 을의 관계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이 최대한 고심하는 부분이고 미국이 북한을 윽박지르듯 정치선전을 강화하는 이유다.

한미동맹, 평화체제 추진 이전에 검토해야

향후 북미관계가 기본적인 국제 외교의 틀에서 진행된다 할 경우 한국도 이점에 유의해 가까운 미래를 설계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남북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교류협력 증진을 약속했는데 이의 이행을 위해서도 필요한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즉 남측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 정상적인 외교력을 발휘하기 위해 우선 미국에 종속적인 군사동맹 관계를 정상화해 해야 한다. 동시에 남북의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위한 정상적인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해 국가보안법을 폐기해야 한다. 한미군사동맹, 즉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국보법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의 평화와 안정 달성을 저해하는 두 개의 쇠말뚝인 것이다. 각주2) .

이 두 개의 쇠말뚝의 현실 구속력은 대단하다.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취한 조치는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국보법의 틀 안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문 정권이 한미동맹관계를 위배하면서 대북관계를 추진한다는 것은 한미관계나 정권의 속성을 고려할 때 불가능한 일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르면 미국은 슈퍼 갑, 한국은 슈퍼 을이다. 21세기 지구촌에서 찾아보기 힘든 불평등 조약이다. 심하게 말해 미국의 군사식민지라 하겠다. 그리고 문 정권이 추진한 남북관계 또한 통치권 차원이 적용되었을 뿐 일반국민은 국보법에 여전히 갇힌 상태였다.

한미상호방위조약 4 조는 미군의 한반도 배치를 미국의 ‘권리(right)’로 규정하고, 이를 한국이 허용하고 미국이 수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있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소파),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도 이 조항에서 파생된 하위법체계로 미국의 우월한 지위를 인정하는 형식으로 주한미군에 대한 시설, 구역, 경비를 한국이 부담하게 만들고 있다. 소파의 정식 명칭은 ‘대한민국과 아메리카 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이다. 방위비분담협정은 SOFA 5조(주한미군에 대한 시설과 구역은 한국이 제공하고 주둔 경비는 미국이 부담하는 내용)의 적용과 관련한 예외적 특별 조치를 담았다. SOFA가 주한미군의 주둔 경비를 미국이 부담하게 만들어졌는데도 SOFA 5조의 예외적 협정을 별도로 만든 것이다.

한미 상호방위조약 4조가 미국에 크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듯 이 4조에서 파생된 지위협정, 방위비분담협정도 마찬가지다. 군사동맹에서 미국이 갑이고 한국이 을인 구조가 이 부분에서 고착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군 사령관이 행사하게 되면서 미국이 한국의 군사주권을 상당 부분 대행하는 구조가 정착되었다. 논란이 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국 배치도 미국이 상호방위조약 4조에 따른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이었고 한국은 ‘허용’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고 보인다. 이 조약이 존속되는 한 제2, 제3의 사드 사태를 막을 수 없다는 결론을 피하기 어렵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은 주한미군의 권리에서 파생된 협정이라서 미군이 시설과 구역 이용 시 발생하는 환경 오염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시행에 관한 민사특별법'(주한미군민사법)을 만들어 시행하면서 주한미군 구성원 등이 한국 정부 외의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배상법'에 따라 손해를 배상하고 있다. 서울시는 용산 미군기지 주변 지하수 정화에 들인 서울시 예산이 매년 5억원 규모에 달하자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했다<파이낸셜뉴스 2018년 6월 13일>. 이와 관련 시민단체는 SOFA 개정을 요구하고 있으나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가 건재 하는 한 그 개정이 법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즉 SOFA 개정이 아닌 한미상호방위조약 개폐를 주장해야 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후 한미군사훈련중단과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언급하자 미국의 기득권 세력은 일제히 한목소리로 북한에 퍼주기를 한 것이라고 트럼프를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재벌 출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국가대 국가의 평등한 협상’의 룰을 익힌 것으로 보이는데 비해 미국의 기득권 세력은 미 제국주의적 침략성과 난폭성을 여전히 미국의 특권으로 여기는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미 기득권 세력은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에 대해 “절대 안 된다.”는 소리를 합창하고 있는데 이는 주한미군의 특권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깡패적 논리에 다름 아니다.

미국은 북미정상회담 등을 통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시에도 주한미군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전제를 유포시켰고 한국 정부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즉 주한미군은 유엔사 소속이면서 한미연합사 소속이라는 이유를 앞세운다. 그러나 이는 눈감고 아옹하면서 국제사회를 기만하는 측면이 있다. 즉 현재의 주한미군이 최초로 주둔할 당시 분명 유엔사 소속이었다는 점에서 한미연합사 소속이라고 둘러대는 것은 억지가 아니냐하는 반론을 피하기 어렵다. 중국은 자국이 정전협정 당사국으로 평화협정 체결 시 반드시 협정 서명국의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평화협정 체결 당시 중국이 주한미군 문제를 강력 거론할 가능성이 크다. 북측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에 대해 합의해 준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것은 공을 중국에 넘긴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미국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지 않으면서 버틴 것도 주한미군 때문이지만 평화협정이 맺어져도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할 수 있는 꼼수의 하나로 한미연합사령부를 만들었다. 미국은 제국주의답게 용의주도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여기서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의 존재를 결부시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즉 평화협정은 전쟁을 원천적으로 배제할 시스템을 만드는 것인데 미군이 한국에서 제국주의적 특혜를 누릴 수 있게 해주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계속 현재와 같이 살아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평화협정 자체의 추진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을사늑약’과 한미상호방위조약

국가 간 관계는 서로 상대방의 손바닥 안에 있는 협상 카드를 확인하면서 벌이는 게임과 같다.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 남측 정부가 트럼프와 미국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동일한 보조를 맞출 수는 있다. 판이 깨질 것을 두려워하면서 그렇게 할 수는 있다. 그러나 통일운동권은 어떤가? 운동권은 정치권이 아니다. 정치권이 하지 못하는 논리를 펴야 한다. 그러면서 정치권을 리드라고 제어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주한미군에 대해 한국 정치권과 운동권, 언론이 침묵하는 것은 미국, 중국 등이 어떻게 볼 것인가를 상상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결사적으로 챙기는 것은 그 전략적 중요성이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은 중국의 목을 겨누는 비수이면서 일본의 핵무장을 저지하고 한국군의 대북 군사행동을 억제하는 등 그 효용성이 엄청나다. 트럼프가 그 철수를 이야기하는 것은 북미협상 과정에서 거론되는 논리에 따른 입 발린 말에 불과한 것으로 상상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가타부타 언급하기는 곤란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부분에 대해 남측 통일운동진영이 완전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필리핀과 미국이 맺은 방위협력강화협정(ECDA)이 본문 12개 조항을 통해 미국이 반입하는 무기를 재래식 무기로 국한하고 미군이 사용하는 필리핀 내 기지의 환경 보호 등 세세한 문제까지 필리핀의 주권을 보장하고 있어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크게 비교된다. ECDA는 필리핀 영토에 미국의 핵무기 반입 금지와 영구적 미군기지 건설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현재 한국이 세계 12-3위권 경제 강국에, 미국 등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기를 수입하는 국가의 위상으로 성장한 점을 고려해 한미상호방위조약은 21세기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으로 필리핀과 미국의 방위협정 수준으로 고치거나 폐기해야 한다.

6.12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일부 미국 언론은 북한이 65년간 요구했던 북미대화라는 점에서 북한이 승리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제국주의 속성은 간단치 않다. 한반도 비핵화의 단계별, 동시적 이행 과정에서 언제 배신하고 본래의 침략적 근성을 드러낼지 알 수 없다. 이런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 북중정상회담이 아닌가 한다.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한 안전판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고 중국도 그것이 자국 이익에 부합하다고 보고 행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서 드러난 그 실체는 카스라 테프트밀약과 그 이후에서 드러난다. 미국이 1905년 7월 카스라 테프트밀약을 통해 일본의 한반도 강점을 묵인한 뒤 그해 11월 대한제국의 외교권과 국방권을 일제가 강탈한 ‘을사늑약’이 체결되었다. 미국은 1919년 3.1항일운동이 발생하자 미국 공관이 일제의 만행을 외면하고 미국 언론의 보도를 철저히 통제해 일제를 실질적으로 지원했다. 미국은 일제가 항복한 이후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독도 문제를 제외함으로써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의 근거를 제공했다. 이는 미국이 한반도 정책에서 카스라 테프트밀약을 참고하거나 준수한 결과의 하나로 해석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한미상호방위조약의 특권을 앞으로 미국이 쉽게 양보하거나 포기할 것으로 생각키 어렵다. 정치권이 이를 외면한다 해도 언론, 통일운동진영은 반드시 그 문제점을 지적해 후환을 남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근혜 정권 시절 발생한 금강산 관광 중단과 천안함 사고와 5.24선언, 개성공단 폐쇄 등에 대해 대단히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깊이 살필 일이다. 촛불 혁명의 정신을 살피면서 추진할 남북관계는 상호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적폐청산 차원에서 다뤄야 할 남북관련 사안이 많은데도 이를 방치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북한여종업원 기획탈북 논란도 그 가운데 하나다. 민변 등이 국정원의 문제점 등을 적지 않게 제시하는 등 기획탈북 공작 혐의가 농후한데도 현 정권은 침묵했다. 그러다가 JTBC의 폭로성 보도가 나오고 법원 소송이 진행되자 그것을 방관만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에 100% 호응하는 상황에서 북미 및 남북관계 활성화를 시도하는 것도 그 한계가 명백하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국보법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고 있는 것 또한 불행한 일이다. 매사가 그렇듯이 뿌린 만큼 거두게 된다. 눈치를 보면서 양다리 걸치는 지혜의 한계는 명백하다. 주변 정세의 등에 올라타는 식으로는 감동을 주기 어렵고 자칫 위태롭게 될 수도 있다.

각주 1) 미국인들의 6∙12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54%는 북미회담이 핵전쟁 가능성을 감소시켰다고 답했고 또 응답자 52%는 이번 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이 동등하게 이득을 봤다고 대답해 북한이 더 많은 이득을 취했다고 대답한 응답자(33%)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북한으로부터 더 이상 핵위협이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0%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는 미국 퀴니피액 대학이 미국 전역의 유권자 905명을 대상으로 6월 14일부터 나흘간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밝혀졌다<자유아시아방송 2018년 6월 20일>.

각주 2) 국보법은 현재의 남북관계에 대한 올바른 해석과 설명, 미래 남북관계에 대한 정상적인 상상을 범죄시하고 전 국민을 자기검열의 틀 속에 가둬놓는 희대의 악법이다. 이런 악법이 존속하는 속에서 정상적인 남북관계나 동북아 평화체제를 구상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국보법은 시급히 철폐되어야 할 악법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면 관계상 더 이상의 언급을 생략한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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