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와 임시정부를 열렬히 지지한 조선일보

우연의 일치인지, 조선일보가 복간된 1945년 11월 23일 오후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 김구와 일행 14명이 ‘개인 자격’으로 귀국했다. 그것은 이승만의 경우와는 천양지차였다. 그는 10월 4일 미국의 뉴욕을 떠나 하와이와 괌을 거쳐 12일 도쿄에 도착한 뒤 그곳에서 며칠 머물며 미극동군 사령관 맥아더와 주한미8군 사령과 하지를 만났다. 그는 미군 군용기를 타고 10월 16일 오후 5시쯤 김포공항에 내렸다.

그에 비해 임시정부 요인들의 귀국은 미군정청의 까다로운 요구 때문에 형식과 절차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8월 15일 임시정부가 있던 중국 중경에서 일본이 항복했다는 소식을 들은 임시정부 요인들은 즉시 귀국하려고 했으나 미군정은 ‘정부로 행세하지 않고 개인 자격’으로 와서 “미군정의 질서 확립에 협력하라”는 조건을 내세웠다. 주석 김구와 임시정부 요인들은 미군정의 강경한 요구를 두고 한 동안 고민을 하다가 결국 그 조건을 받아들이고 11월 23일 오전 상해에서 미군 수송기에 올랐다.

동아일보는 조선일보보다 8일 늦은 12월 1일에 복간되었으므로 김구 일행의 귀국을 보도할 수 없었다. 그러나 설령 같은 날 복간되었다 하더라도 김구와 임시정부의 환국(還國)을 조선일보처럼 열렬히 환영했을는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동아일보는 사주인 김성수와 그의 지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던 한국민주당(한민당)의 기관지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김구와 임시정부 뉴스로 지면을 도배

복간 사흘째인 11월 24일자 조선일보는 ‘김구와 임시정부 귀국’ 특집 같았다. 1면 머리에는 「환영 임시정부 주석 일행 환영」이라는 큰 제목과 「3천만 동포의 지지받아 / 자주독립 완성에 매진」이라는 부제 아래 아래와 같은 기사가 실렸다.

그리운 고국에 첫걸음을 디딘 후로 감격에 싸인 채 하루 밤을 자고난 김구 선생은 24일 오후 8시 서울중앙방송국 ‘마이크’를 통하여 약 5분 동안 3천만 동포에게 보내는 첫 인사의 말을 다음과 같이 방송하였다.
친애하는 동포 여러분, 27년간이나 꿈에도 잊지 못하고 있던 조국강산에 발을 들여놓게 되니 감개무량합니다. 나는 지난 5일 중경을 떠나 상해로 와서 22일까지 머물다가 23일 상해를 떠나 당일 서울에 도착하였습니다. 나와 각원(閣員) 일동은 한갓 평민의 자격을 가지고 들어왔습니다. 앞으로는 여러분과 같이 우리의 독립 완성을 위하여 진력하겠습니다. 앞으로 전국 동포가 하나가 되어 우리의 국가독립의 시간을 최소한도로 단축시킵시다. 앞으로 여러분과 접촉할 기회도 많을 것이고 말할 기회도 많겠기에 오늘은 다만 나와 나의 동사(同事) 일동이 무사히 이곳에 도착되었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1면 제호 바로 옆에는 「김구 선생 일행을 환영함」이라는 사설이 자리를 잡았다.

해방의 조선 3천만 민중이 날마다 기다리는 대한임시정부 김구 주석 일행을 이제 맞이하였다. 강토가 일인의 침범으로 짓밟히자 우리의 지사들은 해외로 망명하여 그동안 만리 이역에서 온갖 고난과 형극의 길을 걸어가면서 오직 한 줄기 조국의 해방과 자유독립을 기원하며 싸워오다가 이제야 비로소 정든 이 땅을 밟게 되었다. 얼마나 괴로운 투쟁이었으며 얼마나 환희에 넘치는 귀향인가. 몽고의 사막과 상해의 거리에서 혹은 멀리 미주와 하와이에서 그리운 이 강산을 항상 바라보며 혈(血)과 루(淚)의 애끓는 싸움을 싸워온 우리의 지사 우리의 형제 우리의 동포 그대들의 심정은 곧 압박과 착취 아래 신음하던 국내 동포 심정이었다. 지난날의 시간과 공간이 아무리 우리들이 처한 바 거리를 절감케 하였다 하더라도 우리 동포 형제의 골(骨)과 육(肉)을 같이한 이 심정만은 영원히 격리하지 못하였다. 해외와 해내가 서로 힘을 합하여 싸웠나니 우리에게는 너무나 거룩하고 엄숙한 사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
(…) 우리는 우리의 위대한 혁명 지사 김구 선생을 맞이하여 이 땅의 역사가 바르고 정당하게 결실되기를 바라며 해외 해내가 혼연일체가 되어 그 새로운 역사의 첫 장이 바르게 쓰여지기를 열망하는 바 간절하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이끌고 항일독립투쟁을 벌여온 김구의 귀국을 열렬히 환영하는 것은 당시 조선 민중의 뜻에 부합한다 하더라도, 조선일보의 이 사설은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1937년 일본군이 본격적으로 중국을 침략하기 시작한 이래 조선일보는 “그리운 이 강산을 바라보며 혈과 루의 애끓는 싸움을 싸워온 우리의 지사 우리의 형제 우리의 동포”에 대해 우호적인 기사나 논설을 쓴 적이 전혀 없었다.

“해외와 해내가 서로 힘을 합하여 싸웠나니 우리에게는 너무나 거룩하고 엄숙한 사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여기서 ‘우리’는 누구인가? 조선일보 사장 방응모를 비롯한 사원들인가, 아니면 막연히 국내에서 독립투쟁을 하던 이들을 가리키는가? 상식적으로 보면, 신문사의 공식 견해를 밝히는 사설에서 ‘우리’는 바로 그 언론사를 지칭한다.

중일전쟁 기간에 조선일보는 장개석의 국민정부는 ‘대일본제국’이 섬멸해야 할 ‘적’이라고 공격하면서 ‘신동아 질서 건설’을 위해서는 장개석을 돕는 영국과 미국 등 연합국을 아시아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정부가 일본의 적이라면 대한민국 임시정부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국민정부는 태평양전쟁이 일어난 뒤부터는 종전에 임시정부를 은밀히 돕던 방침을 바꾸어 공식적으로 재정을 지원하고 ‘광복군’과 공개적으로 제휴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구는 중국에서 일본군을 테러와 육탄으로 공격하던 항일투쟁세력의 ‘총사령관 격’이었다.

1932년 4월 윤봉길이 상해 홍구공원에서 일으킨 ‘의거’가 대표적이다. 김구의 승낙을 받은 윤봉길은 상해파견군 사령관인 육군대장 시라카와와 일본거류민단장 가와바다에게 수류탄을 던져 폭사시키고, 제3함대사령관인 해군중장 노무라와 주중공사 시게미쓰 등에게 중상을 입혔다. 그 사건은 중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온 세계에 충격을 일으켰다. ‘천황 폐하의 충직한 신민들’이 보기에는 용납할 수 없는 ‘폭거’였을 것이다.

그런 경력을 지닌 김구를 조선일보의 사설은 ‘우리의 위대한 혁명지사’라고 찬양했다. 1940년에 강제폐간을 당하던 날까지 ‘언론보국’을 외치며 온갖 기사와 사설로 ‘성전’을 찬미하고 ‘천황 폐하의 만수무강’을 빌던 바로 그 ‘언론인들’이 복간된 조선일보에서 똑같은 붓으로 전혀 다른 글들을 쓰게 된 것이었다.

‘김구 주석 일행’의 귀국을 환영하는 기사와 사설이 실린 11월 25일자 조선일보는 모두 2면이었는데 지면의 거의 전체가 관련 기사로 채워졌다. 1면에는 ‘민족 위해 수화(水火) 불사 / 김구 주석 입경 스테트멘트’, ‘환국 영수(領袖)의 약력’, ‘각당 각파의 동정’, ‘목표는 독립 촉성 / 여론과 민의를 적극 존중 / ’국내정세는 차차 판단/ 우선 시급한 건 통일/ 김구 선생과 기자단 감격의 회견‘, 엄 선전부장과의 일문일답’, ‘혈(血)의 투쟁으로 일관 /임시정부 27년 약사(略史)’가 올라 있다. 2면 머리는 ‘거리마다 환호성 창일(漲溢)’일 차지하고 있고, ‘확고한 정치노선에 서서 / 현실을 정확히 파악 / 급속한 자주독립이 3천만의 열망’, ‘아연(俄然), 중심부 / 내방이 부절(不絶)하는 숙소’, ‘거인의 음성 / 김구 선생의 첫 방송’, ‘환영의 가두행진 / 26일 임시정부봉영회 주최로’, ‘다만 기쁜 마음뿐 / 앞으로의 책임은 중대 / 학병 출신 광복군 장준하 씨 담(談)’이 지면을 채우고 있다.

조선일보의 ‘김구 선생 영웅화’

11월 27일자 조선일보에는 김구에게 최대의 경의를 표하는 장문의 기사가 줄을 잇고 있다. 2면 머리에 오른 기사(「새벽 정원을 소요하시며 / 건국의 고요한 묵상 / 김구 선생 환국 제3일 / 방문객으로 일요의 휴식도 없이 다망」」)를 먼저 보기로 하자.

김구 선생 귀국 제3일의 아침은 고요히 밝았다. 진통기에 처한 조선 자주 독립 건국의 새 산파실이라고도 할 수 있는 김구 선생을 비롯하여 대한임시정부 일행의 숙소인 서울 죽첨정(竹添町) 최창학 씨 댁에는 첫겨울 이른 아침 약간 추움을 무릅쓰고 모여 싸인 운아 같은 군중이 선생과 그 일행되시는 분들의 얼굴이나마 한 번 보려고 첫새벽부터 사람의 담을 이루고 웅성거린다.
그렇다. 우리의 지도자이시고 너그러우신 어버이를 뵈옵는데 무슨 주저할 일이 있고 거리낄 점이 있으랴. 그립던 얼굴로 그 모습 마음껏 보자. 힘껏 붙들고 가슴 헤치고 하소하여 보자.
이날 아침 칠순의 고령임에도 아직 장년만 못지않게 건강하신 심신이 건강 그대로의 선생은 아침 6시 좀 지나 벌써 기침하여 잠옷에 단장을 짚으시고 밤서리에 젖은 상록수 푸른 정원을 조용한 묵상 속에 소요하시고 8시 빵과 우유 과일뿐인 간소한 조반을 마치시고 쉴 사이 없이 아침부터 기다리던 방문객의 물밀듯한 면회가 시작되었다.
수많은 방문객 중에 정광조, 김기전, 장도빈, 조병옥, 백관수, 안재홍 씨들의 얼굴도 보이고 작곡가 안기영 씨의 얼굴도 보였다. 남향으로 포근한 햇빛을 담뿍 받은 선생 전용의 응접실에서는 간간이 들리는 선생의 부드러운 음성에 섞여 명랑한 웃음소리가 그칠 줄 몰랐다.

이 기사는 무기명으로 되어 있는데, 사적(私的)인 시각으로 갖은 찬사와 감탄과 존경의 염(念)을 표시하고 있다. 감상문인지 수필인지 분간할 수 없을 지경이다. 조선일보 발행인과 편집인의 의도가 여실히 반영된 글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같은 2면에 실린 「광복에 일체를 바치신 김구 선생」 역시 그에게 바치는 치상의 찬사이다.

위대한 애국의 혁명투사 김구 선생을 맞이하여 현재 흠앙하는 동포들의 시선은 일제히 죽첨정 최창학 씨 집인 선생의 숙사로 총집중이 되어 날마다 문밖에는 각 정당 관계자를 비롯하여 어떻게 해서라도 잠깐 동안 선생의 얼굴만이라도 한 번 대하여 보려는 군중으로 겹겹이 성을 이루고 있거니와 이들과 함께 시내에는 누구보다도 선생의 환국을 마음으로 즐거워 하고 있는 한 사람의 노인이 있다. 그는 현재 서울 인사정 ‘대한민국임시정부 환국준비회’ 선전원으로 이미 몇 달 전부터 선생이 돌아오는 날을 손꼽아 고대하며 오직 준비회 일에만 전심하여 오던 류세관(65) 씨이다. 씨는 원래 전라북도 부안군 하서면 장신리 출생으로 일찍이 하와이로 건너가 이승만 박사 수하에 있다가 상해에 임시정부가 수립되자 다시 상해로 건너가 이번에는 10여 년 동안이나 김구 선생과 기거를 같이하다시피 한 사람이다. 25일 아침 김구 선생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준비회로 기자가 찾아가니 씨는 얼굴에는 엷은 긍지의 빛을 감추지 못하나 귀가 어두워 하는 수 없이 일일이 종이에 써서 물어보는 기자의 질문에 대략 다음과 같은 추억담을 말한다. 씨가 귀가 어두운 것은 나이의 탓이 아니라 일찍이 임시정부의 사명을 띠고 조선에 입국하였을 때 일본경찰에 체포되어 잔인한 고문 끝에 두 귀가 아주 먹어버린 것이라 한다.

인정과 의지의 투사 / 열화 같은 의협심으로 싸워 오신 분 / 류세관 씨 담
내가 하와이로 간 것은 벌써 1904년 때 일이었고 여기서 상해로 간 것은 기미년이었으니 이때부터 나는 상해에서 김구 선생을 모시고 10여 년을 함께 지낸 것입니다. 그동안 기다리다 못하여 지친 끝에 별안간 김구 선생이 들어오셨다는 말을 듣고 어제 숙사를 찾아가서 결국은 선생의 얼굴을 대하니 별안간 지난날에 고생을 하시던 일이 일시에 생각이 나서 참을 수 없이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
(…) 선생은 외면은 퍽 평온한 듯하나 마음속에는 언제나 의협심의 불덩이가 들어 있어 과감한 직접 행동을 주저없이 계속하시는 분입니다. 현재와 같이 중요한 때 선생이 돌아오신 것은 아마 하늘이 지시한 일이나 아닌가 생각합니다. 앞으로 선생의 손을 통하여 잃어버렸던 우리 강토를 다시 반듯이 도로 찾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인터뷰의 당사자인 유세관 씨는 담담한 어조로 김구와의 재회에 관한 소감을 말하고 있는 데 반해 기자가 그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극도로 흥분해서 김구를 찬양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장엄한 임시정부 봉영회’

서울에서 열린 ‘임시정부 봉영(奉迎)’ 행사에 관한 조선일보의 12월 2일자 보도는 감격과 흥분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3천만 민주의 지정(至情) 어린 / 환호와 감격의 파도 / 장엄! 임시정부 봉영의 기(旗)행렬
짓밟히고 허물어진 조국을 뒤에 남기고 기어이 이 강산 이 나라를 찾고야 만다는 철석같은 신념을 가지고 고국을 떠난 지 27년! 그동안 풍찬노숙의 갖은 고초를 겪어가면서 때로는 직접 행동으로 혹은 비장한 외교수단으로 광복에 일생을 바친 우리의 위대한 지도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 김구 선생이 그리운 고국에 해방의 발을 들여놓은 지도 벌써 일주일 나머지! 오래 그리고 그리던 아버지를 맞이하는 듯한 지정으로 이들 선배들을 환영하려는 감정은 3천리 이 강산에 넘쳐흐르고 있다.
이러한 지정이 뭉치고 얽히어 오늘 1일에는 임시정부봉영회 주최의 기행렬이 막혔던 민족적 감정의 첫 물결로 터져 나온 것이다. 지난 8월 15일의 감격이 너무도 돌연스런 기쁨의 파도였다면 오늘의 이 감격이야말로 마음으로부터 기쁘고 정성껏 흘러내리는 감격의 용솟음이리라. 이날 집합회장인 서울운동장에는 국군 학생 시민들 사람의 물결 깃발 물결 물결 물결로 입추의 여지가 없는 장관 속에 오후 1시 정각 윤보선 씨의 사회로 봉영회 절차는 시작되었다. (…)
감격에 찬 대한민국임시정부 봉영 기행렬은 그칠 줄 모르는 장사진을 지어 동대문으로부터 종로 화신 앞을 지나서 안동 네거리 조선생명 본사 앞에 와서 잠시 멈춘다. 이 빌딩 2층에는 봉영에 열광한 군중에 답례하려고 김구 선생 리승만 박사 기타 요인들이 벌써 30분 전부터 서서 기다리고 있다. (…) 행렬이 앞에 와서 소리 높이 만세를 부를 때마다 선생은 감격에 어리운 듯 국기를 흔들면서 만세를 불러준다. 김구 리승만 두 선생 눈에는 무엇이 빛나는 듯! 이때부터 봉영을 축복하는 듯 서설이 휘날린다. 노 선생은 추위도 잊은 듯 닦아세워 놓은 듯 움직일 줄을 모른다. 얼마나 노 지사의 가슴은 감격에 벅찼으랴! 그리고 마음으로부터 몇 번이나 아직도 가시덤불 같은 건국의 구상과 굳센 결심을 하셨으랴! 행렬은 이리하여 감격에 에워싸인 채로 서설을 맞으면서 시청 앞에 와서 해산되었다.

‘독립할 때까지는 합하자’

김구와 임시정부에 대한 조선일보의 뜨거운 찬사와 높은 기대는 12월 19일자 사설(「임시정부 영수 환영하는 날」)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오늘, 단군기원 4278년 12월 19일은 우리 3천만 동포가 한결같이 기리어 사모하고 저마다 손꼽아 고대하던 대한임시정부 김구 주석을 비롯하여 정부의 영수 여러분과 혁명의 선배 여러분을 정식으로 맞이하는 환영의 날이다.
이날 서울서는 환영회의 임원 여러분의 손으로 정성스럽게 준비된 모든 절차가 진행될 것이요 120만 시민이 열의를 다하여 혹은 거리에서 혹은 일터에서 환영의 뜻을 표할 것은 물론 전국 방방곡곡에서도 서울과 마찬가지로 성대한 환영의 정을 표하리라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는 환영회의 절차를 성대히 한다든가 기행렬을 굉장히 한다든가 꽃전차를 거리로 내어몬다든가 만세를 높이 부른다든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든가-이 따위 방법으로써 우리 임시정부 영수 여러분을 맞이함으로써 우리의 할 일을 다 하였다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것인가. (…)
아니라, 아니라, 그렇지 않다. 30년 그리던 아버지와 아들이 만났다면 절을 먼저 할 것인가 손목을 잡을 것인가. (…) 그보다도 우리는 좀 더 냉정히 생각하여 보자. 임시정부 영수 여러분이 해외에서 무엇을 하였는가. 또 그분들은 고국에 돌아온 오늘날 무엇을 하고 있는가. 또 우리들 3천만은 그동안 무슨 일을 소망하고 무엇을 하였는가. 두말 할 것 없이 해외에서나 해내에서나 ‘독립’을 생각하고 ‘독립’을 위하여 일하였고 ‘독립’하기 위하여 죽었고 ‘독립’하기 위하여 오늘날까지 살아왔다.
그러면 우리는 지금 ‘독립’을 하였는가. 아니다. ‘독립’은 우리의 눈앞에 있으나 우리의 힘이 모자란다. 무슨 힘이 모자라는가. ‘뭉치는 힘’ ‘합하는 힘’이 모자란다. 뭉치자 아무 소리도 하지 말고 뭉치자. 합하자 독립할 때까지는 합하자. 이렇게 하는 것이 정말로 해외선배를 환영하는 일이 될 것이요 조선독립을 빨리 성취하는 제일 가까운 길이 될 것이니 이 마음이 행동이 없이 다만 환영회를 성대히 함은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 사설은 당시 좌와 우, 그리고 양 진영 안에서도 여러 파로 나뉘어 해방정국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애쓰던 세력들을 준엄하게 나무라면서 김구가 이끄는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뭉칠 것을 촉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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