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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성질머리[서촌 칼럼] 이원락 언론학 박사ㆍ재단 기획편집위원
  • 관리자
  • 승인 2018.05.16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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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 앉았다가 우연한 궁금증에 빠졌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막말은 꿋꿋하다. 정치의 수준을 떨어뜨리고 시민들이 당에 등을 돌린다고 말려도 소용없다. 원내 대표가 ‘우리 준표가 달라졌어요’ 프로젝트까지 기획했으나 그때 뿐이다. 어느 모로 보아도 막말을 하지 않는 것이 득인데 홍 대표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 홍준표 엑스맨 설이다. 본디 여당 편으로 자유한국당에서 본색을 감추고 간계를 펼치고 있다는 말이다.
명색 먹물 출신이 그런 우스갯소리로 인지부조화를 해소할 수는 없다. 차라리 범인(凡人)의 무지(無知) 설을 창안해 본다.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다선 국회의원 경력에 도백까지 지낸 제1 야당 대표라면 범인이 접할 수 없는 심오한 계산 능력을 가졌을 것이다. 제 얕은 지식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조롱하는 건 자신이 무식한 줄도 모르는 부끄러운 행태일 뿐이다. 배운 인간이라면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도 막말 대열에 가세했다. 야당 원내 총무의 단식을 두고 “깜도 안 되는 특검 들어주니 텐트 속에 드러누워 버렸다”, “배알이 꼴려......” 하고 퍼부었다. 정치판에서 “깜도 안 되는”이란 말은 홍 대표의 전매특허인줄 알았더니 아닌가 보다. 그러고 보니 새삼스럽지는 않다. 홍 대표에 비할 수야 없지만 추 대표도 예전부터 심심치 않게 막말을 던지곤 했다. 여당 대표나 제1 야당 대표 모두 막말에 내로라 하니, 범인의 무지 설이 유력하다.

사진 = JTBC 관련 보도 화면 갈무리

막말에 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지하철을 나오는데 출구에서 멀쩡한 티켓이 이미 처리되었다며 차단기가 튀어나왔다. 당황스럽다. 다시 시도해도 상황이 바뀌지 않았다. 그 출구로 다른 시민들은 별 일 없이 나갔다. 남 보기 부끄러운 것이 슬슬 짜증난다. 그냥 차단기를 훌쩍 뛰어 넘을 수도 있지만, 낼 돈 다 내고 마치 무임승차한 듯이 나오긴 싫었다. 직원을 불러 상황을 설명했더니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출구를 열어주었다. 나의 불편함에 대한 직원의 무심함에 짜증이 폭발해 인상 쓰며 신경질 섞어 내뱉었다. “아니, 바쁜 승객 이렇게 시간 잡아먹고 불편하게 해도 됩니까?” 시간 보내려 도서관 가는 길이었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하고 싶어 바쁜 사람이 되었다. 직원은 내 얼굴을 한 번 흘끗 보고는 말했다. “죄송합니다. 기계다 보니 아무리 신경 써도 완벽하지 못 합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아차 싶었다. 또 짜증낸 것이다. 나이 들수록 짜증이 추해 보여서 어떤 경우에도 남에게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이지 말자고 다짐에 또 다짐하며 지내는 중이다. 한때 IT업계에 몸 담아서 아무리 완벽한 기계도 오류가 날 수 있다고 예전에 체득했다. 게다가 하릴없는 내가 허비한 시간이라야 2~3분이다. 그걸 가지고 짜증을 내보이다니. 그놈의 성질머리는 아무리 수양을 해도 어찌 안 된다.

그거였다. 홍 대표의 막말도 추 대표의 막말도 또 모모한 정치인들의 막말도 무슨 간계나 심오한 계산이 아니었다. 그저 제 성정 탓이었다.
나야 짜증 부려 주변에서 고약한 인간이라는 소리 듣는 걸로 다지만, 그 분들 말 한 마디에는 정치판의 흐름이 달라진다. 그런 자리에 있다면 자신의 정당과 그 정당이 대변하는 시민들의 이해관계까지 갉아먹는 성정을 어떻게 해야 하지 않을까.
아서라. 내가 그 상황이라고 한들 성정이 바뀌겠냐. 그냥 그렇게 살다 가도록 내버려둬야지 어쩌겠나.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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