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깜짝발표’를 했다. 보도자료 제목은 “한성숙 대표 ‘뉴스 편집 더 이상 안 한다’”다. 그러나 첫 화면이 아닌 공간에서 인공지능 뉴스편집을 전면 도입한다는 방침이어서 공정성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는 건 아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9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3분기부터 모바일 대문 화면에서 더 이상 뉴스 편집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재 모바일 메인 기본 화면에서 네이버는 편집자에 의한 뉴스 편집과 배열을 해왔다. 공정성 논란이 이어지자 수익 감소가 예상됨에도 첫화면에서 뉴스편집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대응한 것이다. 네이버는 과거 PC에서도 뉴스 직접 편집을 포기하고 언론사 구독에 따라 뉴스를 노출하는 뉴스스탠드를 도입한 바 있다.

한성숙 대표는 “우선 비우고 난 다음 무엇을 채울지 고민하겠다”면서 모바일 메인 화면을 어떻게 바꿀지는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에 따르면 검색창이 있는 기본 화면에 개인의 선택에 따라 뉴스, 각종 주제판 콘텐츠 등을 직접 선택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 사진=김현정 PD

네이버 모바일에서 뉴스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네이버 모바일에서 손가락을 튕기는 방식으로 챕터(판)를 한번 옮기면 ‘뉴스판’이 나오게 된다. 여기에는 PC 뉴스스탠드처럼 이용자가 구독버튼을 누른 언론사가 직접 편집한 뉴스(네이버 채널)를 보여주는 화면이 나온다. 네이버는 ‘뉴스피드판’ 신설도 검토하는데 여기에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에어스’를 통해 취향 맞춤형 뉴스를 제공하는 화면이 나오게 된다.

네이버는 뉴스를 클릭하면 네이버 페이지가 아닌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하는 아웃링크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성숙 대표는 “아웃링크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면서 “일괄적인 아웃링크 도입은 어렵지만 원하는 언론사들이 있으면 개별 협의를 통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이전에 언론에 알려드린 것처럼 구글과 마찬가지로 전재료(포털이 언론사에 주는 기사 제공 대가)는 없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단, 네이버는 과거 아웃링크 서비스였던 ‘뉴스캐스트’ 때 언론사의 지나치게 많은 광고 노출, 언론사 사이트 보안 소홀로 악성코드가 심어진 문제 등을 감안해 ‘아웃링크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 원칙에 따라 아웃링크를 도입할 계획이다. 한성숙 대표는 “가이드라인의 구체적인 내용은 앞으로 논의해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네이버는 댓글 문제 대책도 제시했는데 네이버의 직접 관여를 줄이고 매크로 방지를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우선, 네이버 인링크 댓글의 정렬 방식, 댓글 허용여부는 해당 언론사가 정하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저작권자’인 언론사가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댓글 문제의 책임을 언론으로 돌리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크로 방지와 관련해 네이버는 오는 지방선거 때까지 정치, 선거 관련 뉴스 댓글을 최신순으로 정렬할 방침이고 매크로 공격에 대한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고, 매크로 공격 의심시 바로 경찰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네이버는 사실상 실명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SNS 로그인만으로도 댓글을 달 수 있는 소셜 로그인 시스템을 없애고 △동일 전화번호가 중복된 복수 계정의 댓글을 제한하고 △비행기 모드 등을 통한 IP 변경을 포착하기 위해 통신사에 협조를 요청하겠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성숙 대표는 “뉴스편집 방식을 버리고 공간과 기술만 제공하는 역할로 물러나 네이버 본연의 정보와 기술 플랫폼에서 답을 찾겠다”며 ‘네이버가 플랫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네이버가 사실상 ‘언론’이기 때문에 책무를 져야 한다는 비판에 대해 ‘중립적 플랫폼’을 강조하면서 대응한 것이다.

그러나 네이버의 발표에는 모순이 있다. 뉴스편집을 하지 않겠다고 했고 다수 언론 역시 이 발표를 인용했지만 ‘뉴스피드’판을 통해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의한 뉴스편집을 전면에 도입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인위적인 뉴스편집은 앞으로도 이어지게 된다. 인공지능 알고리즘 또한 주관적 편집의 결과물인 데다 맞춤화된 뉴스제공이 정치적 편향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네이버 모바일 개편 화면. 그래픽=이우림 기자

이와 관련 한성숙 대표는 “인공지능 뉴스편집은 언론사 직접 편집의 보완적 성격이다. 해외 기술기업들이 인공지능 추천을 하는 상황에서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을 뿐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
네이버가 독립 위원회, 포럼을 통해 권한을 내려놓은 상황에서 이와 상반된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네이버의 뉴스 제휴는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서 전담하고 있고, 댓글 문제는 댓글이용자포럼이, 알고리즘 뉴스배열 문제는 뉴스배열공론화포럼에서 주도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특히, 현재 언론사 제휴방식은 심사에 따라 낮은 점수를 받은 매체가 ‘아웃링크’ 제휴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네이버가 언론사와 협의에 따른 아웃링크를 도입하려면 제휴평가위 규정 개정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한성숙 대표는 “앞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만 답했다.

* 이글은 2018년 05월 09일(수)자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원문기사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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