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매

(1)

북유럽 신화다. 동쪽 무쇠의 숲에 앙그르보다라는 거인족 출신의 악질 노파가 살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불행을 선물하는게 취미인 할망구였다. 이름의 뜻부터 ‘비통을 가져오는 자’ ‘슬픔을 선물하는 자’였다.

할망구에게 거인의 아들인 한 잡놈이 접근했다. 놈은 할망구가 사는 곳을 찾아가 한동안 머물다 오곤 했다. 괴기한 소문이 퍼졌다. 놈이 어느날 할망구의 심장을 먹었다는 것이다.

삼남매

둘 사이에 거구의 삼남매가 태어났다. 애비와 애미의 악성을 그대로 이어받은 저질의 괴물 새끼들이었다. 첫째는 늑대였다. 둘째는 뱀이었다. 셋째는 죽음의 여귀였다. 사람들은 삼남매를 일컬어 “세 마리의 끔찍한 피조물”(three horrible creatures)이라며 혀를 찼다.

예언자는 “삼남매가 세상을 개판으로 만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신들도 끔찍한 삼남매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신들은 그 위험한 종자들을 그냥 내버려두면 세상이 망하리라 걱정했다. 신들은 삼남매를 손보기로 하고 작업에 들어갔다.

신들은 늑대새끼를 잡아다 감시하면서 길렀다. 놈은 시간이 흐르면서 덩치가 커지고, 자만심이 하늘을 찔렀다. 신들은 놈이 마침내 거대해지자 위턱과 아래턱을 꿰뚫는 칼을 박아 넣은 뒤 매달았다.

삼남매를 사랑스레 바라보는 엄마(맨왼쪽)

뱀은 바다에 던져 버렸다. 하지만 놈은 죽지 않고 무럭무럭 자랐다. 마침내 덩치가 대지를 에워쌀 정도로 커졌다. 종당에는 제 아가리로 제 꼬리를 물 정도로 거대해졌다. 놈은 바다 바닥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 ‘세상의 종말’을 기다리고 있다. 종말의 그날, 놈은 바다에서 풍랑을 일으키고 육지에 올라 독을 뿜을 것이다.

막내딸은 죽음의 나라에 던져 버렸다. 탐욕스럽고, 가혹했으며, 잔인했다. 그녀 이름의 뜻은 ‘은폐, 숨김’이었다. 여귀는 땅밑 아홉 세계의 지배자가 되었다.

(2)

동방예의지국의 신화다. 그 예의지국에 예의를 밥말아 먹은 부잣집 할망구가 살았다. 악질 노파였다. 아침에 눈 뜨면 눈 감을 때까지 하루종일 샤우팅을 했다. 샤우팅은 크라잉넛 이상이었다. 머슴과 하녀들에게 개새끼 소새끼 하면서 상욕을 다했다. 사람을 폭행하기도 하고 뭘 던지기도 했다. 얼굴 못알아보고 '할머니'라고 호칭한 머슴을 쫓아냈다.

거인가족

사람들에게 불행을 선물하는게 취미인 할망구였다. 별명이 ‘비통을 가져오는 할매’ ‘슬픔을 선물하는 할망구’였다.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는 병아리 코딱지만큼도 없는 노파였다.

할망구는 부잣집 도련님과 결혼했다. 도련님도 만만찮은 분이었다.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는 병아리 오줌만큼도 없는 도련님이었다. 둘 사이에 삼남매가 태어났다. 애비와 애미의 악성을 그대로 이어받은 불가해의 괴물들이었다.

삼남매

세월이 흐르면서 할망구와 도련님, 삼남매의 괴물짓은 점점 더 심해졌다. 특히 로커처럼, 짐승처럼 포효하는 걸 보면 사람인지 짐승인지 헷갈렸다. 꿀꿀이 창법이었다. 그들은 세상을 개판으로 만들었다. 세상은 그들을 손보기로 하고 작업에 들어갔다. 언론, 공정위, 금감원 등등, 잘해.

(부록)

애비
로키. 거인족인 파르바우티(Fárbauti : 재앙의 고통)의 사악한 아들놈. 나쁜짓 하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귀씻소 최다출연.

애미
앙그르보다(Angrboða or Angrboda : Old Norse "the one who brings grief" or "she-who-offers-sorrow"). 사악한 거인 노파.

삼남내 출생의 비밀
애비가 노파의 심장을 처먹은 뒤 스스로 임신하여 삼남매를 출산했다는 설 있음. 새끼들이 출산하자 “그것들이 세상에 깽판을 칠 것”이라는 예언이 나돌게 됨.

뱀
요르뭉간드(Jörmungandr, Jormungand). 인간세상의 대지를 둘러싸고 있는 사악한 거대뱀.

늑대
펜리스울브(Fenrisúlfr), 펜리르(Fenrir). 사악한 거대 늑대. 언어에 재능이 있어 인간과 신의 말을 동시 구사. 자만심이 하늘을 찌르던 놈. 죽이지 않고 매단 건 신들의 실수였다. 놈은 과연 예언대로 훗날 대왕신을 잡아먹는 등 제대로 을 정도로 깽판을 제대로 친다.

죽음의 여괴
헬(Hel), 헬라(Hela). 사악한 거대녀. 키도 크고 덩치도 크다. 죽음의 땅에 던져짐. 죽은 자들의 여왕. Hel was banished to live in Helheim one of the nine worlds in Norse mythology which she made into her do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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