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만의 춘대신(春大神)은 봄의 신이다. 전세계 봄의 신들은 대개 뽀시시하게 생겼지만 춘대신은 무섭게 생겼다. 하는 일이 뽀시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춘대신은 나쁜짓하다 잡혀온 혼령들이 심문받아 의식을 잃고 졸도하면 깨우는 역할을 한다. 근데 그 깨우는 방법이 참으로 뽀시시하다. 아름답다. 심지어 미학적이다. 정신 잃은 놈들에게 꽃바구니에서 꽃을 뽑아 던지는 것이다. 꽃을 맞은 놈들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일어난다.

봄이 온다. 평양에 봄이 온다. 서울에 봄이 온다. 꽁꽁 얼어붙어 있던 남북간 빙벽이 거짓말처럼 녹고 있다. 얼음을 녹이는 과정에서 피차간에 뭔가 서운한 것들이 생길 수도 있겠다. 생각이 다를 수도 있겠다. 그래도 끝까지 “죽이네 살리네” 하면서 서로 바늘 돋친 말은 피하면 좋겠다. 섭섭하고 생각이 다르면, 그때마다 꽃을 던지자. 그리고 다시 얘기하고 또 얘기하자. 봄이 왔다.

(부록)

춘대신
봄의 신. 중국 네 계절 신들 가운데 하나. Chun Da Shen. 무서운 용 얼굴. 옷색깔 청색.

꽃바구니
춘대신의 필수품. hua lan. 花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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