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과 홍보맨 사이의 먹이사슬을 다룬 흔치 않은 영화다.

60년도 더 된 영화지만, 예나 지금이나 아쉬운 쪽은 홍보맨이다. 고객에게 우호적인 기사가 나와야 먹고 살 수 있으니 평소 언론인에게 잘 보여야 하는 것. 단순히 고객을 잘 봐 달라 부탁하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부지런히 뉴스와 가십을 물어다 바치며 그의 2진 기자 노릇을 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영화 속 언론인들은 홍보맨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갑질’을 한다.

뉴욕의 요식업소나 연예인들의 홍보를 대행하는 시드니 팔코(토니 커티스)는 요즘 먹고 살기 힘들다. 고객들의 계약 해지가 잇따르면서 사무실 임대료마저 버거운 상황. 그때 유력 언론인이 그에게 부탁을 한다.

‘소중한 여동생이 딴따라 놈한테 넘어갔으니 둘 사이를 갈라놓으라.’

어이없는 ‘민원’을 한 구악 언론인은 J.J.헌세커(버트 랭커스터). 그는 신디케이트에 소속된 칼럼니스트인데 텔레비전 쇼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한 인물이다. 배우건 연주자건 헌세커의 기사에 한 줄 언급되는 날이면 팔자가 달라지는 마당. 팔코로서는 그의 부탁을 거절할 도리가 없다.

미국의 영화 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헌세커와 팔코의 관계를 ‘쓰레기장에서 큰 개가 식사를 하는데, 작은 개가 다리 사이에 꼬리를 숨긴 채 부스러기를 바라고 주변을 도는 모습’이라고 표현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얼핏 코미디 아닌가 싶지만 이 영화는 묵직하고 컴컴한 필름 누아르의 길을 따라간다. 여동생에 대한 헌세커의 비정상적인 집착은 괴기스럽고, 출세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팔코의 눈빛에는 살기가 등등하다.

홍보맨 팔코는 헌세커의 하수인을 자처하고, 그의 여동생 남자친구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이 과정에서 팔코는 술대접은 물론 성상납도 서슴지 않으며, 헌세커는 부패 경찰까지 동원한다.

견디다 못한 여동생은 남자친구에게 결별을 선언한다. 마침내 최고의 칼럼니스트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에 팔코는 감개무량한데, 헌세커의 전화가 걸려온다. 이제 둘을 기다리는 건 뜻밖의 결말이다.

그밖에

* 알프레드 히치콕이 연출한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의 시나리오 작가, 어네스트 리먼의 중편 소설이 원작. 그가 직접 영화로 각색했다.
** 개봉 당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해가 갈수록 평판이 좋아진 영화. 평단은 특히 촬영과 각본을 높이 샀다. 1993년 미국 의회 도서관은 “문화적, 역사적, 미학적으로 의미 있는 작품”이라며 국립 영화 등기소(National Film Registry)에 이 작품을 등재했다.

평점 : IMDB(8.2/10), 로튼 토마토(98/100), 왓챠(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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