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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 죄[서촌 칼럼] 이원락 언론학 박사ㆍ재단 기획편집위원
  • 관리자
  • 승인 2018.03.2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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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동부구치소로 압송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명박은 억울하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기업인한테서 수천 억 원씩 받았다.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 가기 바쁜 재벌 총수들을 청와대로 직접 불러 갈취를 했다. 자리에  늦은 모 총수는 아예 재벌을 해체당하고도 죽어지내야 했다.
재벌에 근무하면서 이를 지켜본 이명박은 치를 떨었다. 대통령이 되어 이러한 ‘구악’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다짐했고 결국 실천했다. 그는 전임자들처럼 총수들을 불러 협박하지도 않았고, 수천 억을 뜯지도 않았다. 여태까지 드러난 바로는 후보 시절부터 한국 경제에 조금의 지장도 없을 범위에서 몇 억, 몇 십 억을 소소하게 받았을 뿐이다.
이 정도면 깨끗한 대통령이라는 칭찬을 받지 못할망정, 부정과 부패의 대통령으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박정희는 말할 것도 없고, 몇몇 전임자는 안기부, 경찰을 동원해 정권 불만 세력을 마구 잡아다가 고문하고 협박했다. 군인들이 거리에서 언론인을 칼로 찌른 게 노태우 정권 시절이다. 물리력에 의한 공포 정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이명박은 시대에 뒤진 대통령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독재 정권과 달리 자신을 헐뜯는 세력에도 불법 연행이나 고문, 테러를 시도하지 않았다. 그들이 적극적으로 저항해도 물리력을 자제하고 사찰과 댓글 작업 등을 동원했을 뿐이다. 과거 무지막지한 폭력에서 이토록 멀리 왔는데도 정권을 위해 불법적인 공권력을 휘두른 음흉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는 억울할 뿐이다.

다스도 그렇다. 옛날에는 다 그렇게 했다. 건설회사 사장들은 개발 계획을 미리 알아서 주변에 남의 이름으로 땅을 사놓아 돈을 벌었다. 재벌 총수에 충성하면 납품 회사 하나쯤 받아 지인 회사로 위장하여 운영하곤 했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땅 짚고 헤엄치면서 돈을 벌었다. 웬만한 사람 다 아는 얘기다. 다 알면서도 그냥 넘어가던 얘기다. 그걸 무슨 새삼스러운 일인 양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니 어찌하란 말인가.

이명박은 자신이 겪은 전임 대통령들을 역사의 죄인으로 이끄는 행태를 지켜보았다. 대통령이 되면서 그들과 다른 새로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다짐했고, 또 실천했다. 그러고도 결국 반면교사로 삼은 전임자들처럼 역사의 죄인이 되었다.

이명박은 세상이 바뀐 것을 알았다. 그러나 계속 바뀌는 것을 깨닫지 못 했다. 그가 겪은 대통령들의 문제는 알았지만, 자신의 시대 대통령에게 무엇이 요구되는지는 알지 못 했다. 전임자들의 시대였다면 이명박이 지금처럼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박근혜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들은 과거의 눈으로 현재를 살아가면서 미래를 재단했다.
앞으로도 과거의 눈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한 이명박은 계속 억울할 것이다. 그리고 박근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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