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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ㆍ김정은ㆍ트럼프의 동행, 세계사 흐름 바꿀 수 있을까〈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ㆍ동아투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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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1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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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은 1960년 4월, 1980년 5월과 더불어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뜨거운 시기였다.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박근혜 파면’을 선고한 데 따라 19대 대선이 치러져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기 때문이다. 그 봄이 이명박ㆍ박근혜 정권 9년의 적폐를 청산하고 민주평화체제를 세우는 출발점이었다면 올해 봄은 1945년 이래 73년 동안 지속되어 온 한반도의 분단을 극복할 수 있는 전망이 아주 밝아진 역사적 전기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5월1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을 했다. 사진=청와대

이명박ㆍ박근혜 정권 내내 꽁꽁 얼어붙어 있었고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뒤에도 10개월 가까이 냉전 상태에 빠져 있던 남북 관계에 결정적으로 숨통을 터준 것은 평창겨울철올림픽이었다. 그동안 남북 대화를 완강하게 거부하던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올해 1월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남조선에서 머지않아 열리는 겨울철올림픽경기대회에 (ㆍㆍㆍ) 대표단 파견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6일 독일에서 발표한 ‘신 베를린 선언’에서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겠다”며 ‘북한이 참가하는 평화올림픽’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었다.

북한의 ‘최고 통치자’인 김정은 위원장은 2017년 후반기 내내 문 대통령의 ‘화해와 평화공존’ 제안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특히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저주에 가까운 설전을 벌였다. 트럼프가 김 위원장을 ‘꼬마 로켓맨’이라고 조롱하면 그는 ‘노망 난 늙은이’라고 받아쳤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해 국회에서 “(북한은) 우리를 시험하지 말라”고 하자 북한의 노동신문은 “늙다리 깡패의 구역질 나는 상통(얼굴)을 죽탕쳐(짓이겨) 버리자”고 했다.

그러나 지난 2월 9일 개막되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졌다. 북한의 적극적 참여와 남한의 파격적 환대로 평창올림픽이 ‘사상 최고의 평화 축제’라는 세계 주요 언론의 평가를 받으면서 73년 동안 굳게 버티고 있는 분단의 장벽이 허물어지는 듯한 느낌까지 주었다. 트럼프 정권은 평창올림픽 기간에 북한을 냉대했다. 그러나 지난 5일 평양을 방문한 문 대통령의 특사단이 김 위원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오는 4월 말에 남북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북ㆍ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확인”한 뒤 지난 8일(미국 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북한의 제안(북ㆍ미 정상회담)을 전하자 트럼프는 그것을 즉각 수락하며 날짜를 5월 이내로 정하는 데 동의했다.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 등을 하지 않기로 한 것”도 큰 요인이었을 것이다.

지난 3월5일 북한 노동당 본부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김정은 위원장을 접견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부터 한반도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신 베를린 선언’이 나오기 이틀 전인 7월 5일 북한은 ICBM급 ‘화성-14형’ 발사 실험을 했다. 9월 3일 북한은 제6차 핵실험을 한 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장착할 수 있는 수소탄 시험에 완전히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 이후에도 11월 29일까지 미사일 발사가 잇달아 있었다. 북한은 마지막으로 발사된 ‘화성-15형’이 미국 본토 어느 곳이나 공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과 미국은 올해 춘삼월 들어 정상회담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국제적으로 공언하고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세계 주요 언론매체들은 이런 결과를 이끌어낸 문 대통령의 외교적 능력을 극찬했다. 1945년 8ㆍ15 해방 이래 우리 겨레가 뼈아프게 경험했듯이 한반도의 분단 때문에 빚어지는 모든 문제는 쉽사리 해결될 수가 없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주도한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 운동이 ‘핵보유국’임을 선언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화답을 이끌어내면서 트럼프 대통령까지 동행하게 만드는 결과를 빚어낸 것이다.

오는 4월에 열릴 남북 정상회담과 5월의 북ㆍ미 정상회담에서 다루어질 의제들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것은 ‘북한 체제의 안전 보장’을 전제로 한 비핵화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특사단을 면담한 자리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대화의 상대로서 (미국으로부터)진지한 대접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를 문서를 통해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된다고 해서 미국이 ‘불가피한 경우’를 명분으로 북한을 군사적으로 위협할 개연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북한이, 그리고 남한과 북한이 전쟁을 하지 않도록 확실한 국제법적 장치를 하려면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할 것이다.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유엔군 총사령관을 일방 당사자로, 조선 인민군 최고사령관과 중국 인민군지원사령관을 다른 일방으로 체결한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은 대한민국을 배제한 협정에 불과하므로 남한과 미국을 일방으로, 북한과 중국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평화협정이 이루어져야 상호 불가침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 gettyimagesbank, 연합뉴스

현재 상황에 비추어 보면 남한과 북한, 그리고 중국은 평화협정 체결에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70년이 넘도록 북한을 봉쇄하고 고립시킴으로써 국내외에서 다양한 이득을 얻어 온 미국의 극우세력과 군산복합체가 트럼프가 평화협정 회담에 참여하는 것을 수수방관할지 의문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현재 나라 안팎에서 정치ㆍ경제ㆍ외교적으로 궁지에 몰려 있는 트럼프는 자신의 재선을 위해 획기적 돌파구를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 분명하다. 오는 11월의 중간선거 결과가 가장 큰 변수가 될 텐데, 트럼프가 평양이나 판문점 또는 워싱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평화협정 체결 문제에 합의한다면 그는 단숨에 국제평화의 역군으로 떠오르면서 중간선거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 국제경제 질서를 파괴하는 보호무역주의,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언행 때문에 호된 비판을 받는가 하면, ‘러시아 게이트’로 인해 사법처리 위기에 맞닥뜨려 있고, ‘거짓말쟁이’ 또는 ‘미치광이’라는 비난을 듣고 있는 트럼프이지만,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동북아시아의 정치적 균형을 이루는 데 기여한다면 남북한의 겨레는 물론이고 인접한 나라들의 국민에게서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사람이라고 칭송을 받을 수도 있다.

평화협정은 남한과 북한의 국방비를 최소화하고 경제협력을 강화하며, 북한이 베트남과 쿠바처럼 국제사회로 진출할 기회를 극대화 할 것이다. 이런 가능성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세계사의 흐름은 평화와 연대의 방향으로 도도하게 흘러가리라. 그런 역사적 공로를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을 공동으로 수여한다는 결정이 나온다면 세계 여론은 찬성 쪽이 압도적이지 않을까? 이런 기대가 ‘봄날의 꿈’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 이 글은 〈미디어오늘〉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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