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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미디어 11] 저널리즘, 문학을 만나다〈이용재 시나리오 작가ㆍ재단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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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2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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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카포티 (Capote, 2005)
[연출] 베넷 밀러
[각본] 댄 푸터만

1959년 미국 캔자스의 한 농장에서 일가족 4명이 샷건으로 잔인하게 살해당한다. 범인은 두 명의 떠돌이 사내. 〈뉴욕타임스〉에서 사건을 접한 소설가는 ‘저널리즘의 취재 방법론과 소설의 작법’을 적용한 글을 쓰기로 마음먹고 친구와 함께 캔자스로 향한다.

이 소설가는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쓴 트루먼 카포티. 그가 ‘자료 조사원 겸 경호원’이 돼 달라며 동행을 부탁한 친구는 〈앵무새 죽이기〉를 쓴 넬리 하퍼 리였다. 둘의 작업은 잡지 〈뉴요커〉에 4회에 걸쳐 연재된 데 이어 1966년 〈인 콜드 블러드〉로 출간됐다.

〈인 콜드 블러드〉는 ‘논픽션 소설’이라는 형용모순의 장르를 개척한 작품으로 1960년대부터 미국 언론계를 풍미했던 ‘뉴 저널리즘’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엄밀한 객관성을 신조로 삼는 기성 언론과 달리 주관적 관찰과 상세한 묘사를 풍부하게 곁들임으로써 독자를 더 깊숙이 설득하려는 시도였다. 이 방식은 (좋은 소설이 그러하듯) 인물과 그가 속한 세계를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데 유효했다.

이 영화는 20대에 이미 소설가로 눈부신 성공을 거두고 뉴욕 사교계의 총아로 살아가던 30대의 카포티(필립 세이무어 호프만)가 리(캐서린 키너)와 함께 캔자스로 가서 〈인 콜드 블러드〉를 쓰는 과정을 따라간다.

두 명의 살인자를 취재하는 내내 카포티는 미묘하고 분열된 모습을 보인다. 유능한 변호사를 붙여주는 등 의지할 만한 친구 노릇을 하다가도 책 출간 일정에 대해 질문을 받을라 치면 철저하게 거짓말을 하는 식이다.

카포티는 동성애자. 살인자 스미스를 인터뷰하다가 그와 사랑에 빠졌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는 범인 중 예민하고 내성적인 페리 스미스(클리프턴 콜린스)에게 끌리기도 한다. 부모의 이혼으로 네 살부터 아홉 살까지 친척 집에 얹혀 살았던 카포티로서는 페리의 불우한 어린 시절이 남의 일 같지 않았을 것.

“같은 집에서 자라다가 나는 앞문으로 나가고, 그는 뒷문으로 나간 것 같은 느낌이다”

범인은 물론, 사건이 발생한 동네의 관련자들을 인터뷰해 8천 쪽에 달하는 취재 노트를 작성한 카포티. 그리하여 가난과 고통에 잠식당한 영혼이 살인을 저지르고, 그 범죄가 사형이라는 또 다른 죽음으로 단죄되는 비극적 서사시를 6년여 만에 완성한다.

〈인 콜드 블러드〉가 출간되었을 당시 〈뉴욕타임스〉는 ‘이 시대가 여전히 비극적이라는 절절하고, 무시무시한 증거를 보여주는 걸작’이라고 상찬했다.

그밖에

* 살인자 취재원을 두고 소설적 격정과 저널리즘의 냉정함 사이에서 줄타기 하는 작가의 고뇌를 핍진하게 연기한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은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 카포티와 하퍼 리는 소꿉친구. 카포티는 작은 체구와 특이한 옷차림 때문에 급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선머슴 캐릭터였던 하퍼 리가 그를 보호해주었다.

*** 〈인 콜드 블러드〉가 출간됐을 때 카포티는 리에게 어떠한 크레디트도 주지 않고, 자신의 연인인 잭 던피에게 책을 헌정했다. 이 일로 리는 적지 않게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평점 : IMDB(7.4/10), 로튼 토마토(90/100), 왓챠(3.7/5)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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