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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이의 정의로움, 삶의 공정함[서촌 칼럼] 이원락 언론학 박사 · 재단 기획편집위원
  • 관리자
  • 승인 2018.02.0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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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지하철 입구에, 아니면 동네 어귀에 쪼그리고 앉아 소소한 잡화나 채소 따위를 파는 노인네를 지나친다. 그럴 때마다 얼마를 벌까 궁금하다. 내가 셈은 어둡지만, 그 물건 다 팔아봤자 몇 만 원 어치도 채 안 될 것 같다. 동네 어귀 낡은 경트럭의 붕어빵은 팔아서 또 얼마를 벌까?

내가 일하는 영등포 뒷골목에는 이 추위에도 헤진 겉옷에 목장갑 겹 끼고 손수레 끌며 빈 상자 줍는 노인들이 보인다. 키처럼 높게 쌓아 가면 얼마를 벌까? 하루 종일 추위에 떨며 일해 2,3만 원 벌면 뿌듯해 하지 않을까? 내가 너무 우습게 봤나? 그래도 몇 만 원이면 운수 좋은 날로 여기지 않을까?

밤 늦게 귀가하다가 자그마한 식당이나 주점의 텅 빈 홀을 지키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보면 또 궁금해진다. 이들은 오늘 하루 얼마를 벌었을까?

우리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촛불을 들었다. 촛불의 집행자인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 빠른 속도로 공권력은 정의로워지고 언론은 공정해지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지난해 4월 서울 집값 중간치가 6억을 넘어섰는데, 올 1월 7억으로 뛰었단다. 5억을 처음 돌파한 것이 2009년 7월이라고 하니 6억까지 7년 9개월 걸렸다. 이명박, 박근혜 두 대통령이 힘을 합쳐 이룬 실적을 문 대통령은 9개월 만에 달성했다. 이 추세가 유지되면 문 대통령 퇴임 전까지 서울 집값 중간치는 12억을 넘는다. 물론 서울 이야기다.

이데일리 2월 1일자 보도에 따르면 1월 서울 집값이 0.86% 올라 월간 기준으로 10년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사진 = 이데일리

서울에서도 고루 오르지는 않는다. 지난달 강남 11구 중위 가격은 3.5% 올랐으나 강북 14구는 1.65% 올랐다고 한다. 아마도 강남 11구를 다시 강남, 서초, 송파의 노른자위 3구와 나머지 8구로 나눠 비교하면 또다시 큰 차등이 나타날 것이다.

강남 3구에서도 잘 사는 축에 속할 금융 자산 10억 이상 부자들의 부동산 자산은 지난 1년 새 45억에서 62억으로 17억이 늘었다고 한다. 많이 가질수록 더욱 많이 가지게 되는 세상이다.

3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1월 서울 주택(아파트, 연립·다세대주택, 단독주택) 매매가격은 지난달보다 0.86% 올라 2008년 7월(0.91%) 이후 9년6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구별로 보면 강남구가 2.72%로 가장 많이 올랐다. 이어 송파(2.45%)·서초(1.80%)·양천(1.52%)·강동구(1.32%) 순으로 상승했다. 사진 = 이데일리

한겨울에 온 몸 떨며 병든 몸 움직여 종일 일해야 몇 만 원도 못 벌고, 가진 돈에 빚까지 더해 가게 열어 밤낮 없이 일해서 잘해야 월 몇 백 만 원 버는데, 집 한 채만으로 9개월에 1억을 벌고, 가진 재산이 1년 새 저절로 17억 느는 세상이 정의롭고 공정한 세상일까? 그것도 촛불 혁명을 완성하려는 문재인 정부에서 없는 자들의 벌이는 갈수록 쪼그라들지만 가진 자들의 부는 비탈을 구르는 눈덩이처럼 커진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벌이의 정의로움, 삶의 공정함이 아닐까?

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도덕성과 정의감, 그리고 어려운 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능력은 그렇지 못 하다.

추운 거리에서 하루 몇 만 원 벌면 운수 좋은 날로 여기는 이들은 서울 집값이 9개월 새 1억 오르고 강남은 더 올랐다는 소식에 무슨 생각을 할까? 아마도 많은 이들은 하루하루를 힘겹게 넘기느라고 그런 뉴스를 접할 기회도 없을 것이다. 설혹 그런 소식을 접한 이들도 어쩌면 강남은 자신들과 다른 세상으로 여겨 분노의 감정을 상실했는지도 모른다. 그저 나 같이 집으로 남들만큼 벌지 못한 자가 강남이 배가 아파 없는 이들을 빗대 분노하고 있을 뿐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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