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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도실리아누스는 장갑 두 개를 잃어버렸나이다. 장갑 훔쳐간 자는 여신님의 성전에서 눈을 잃어 미치광이가 되게 해주소서” “트레티아 마리아를 저주하노니 그녀의 간이랑 허파가 되섞이게 해주소서” “저의 브로치를 훔쳐간 자를 벌하여 물같은 액체가 되게 해주소서” “제 지갑에서 은화 여섯닢 훔쳐간 자....” “훔쳐간 자 벙어리가 되게....” “그 도둑은 여신님의 신전에서 전신마비가 되게....” “내 돈 훔쳐간 자는 불면증에 걸려 평생 잠 못이루게 해주소서” “특정 신체부위의 기능을 중지시겨 주소서” “에잇, 다 필요없으니 죽여주셔!”

1979~1980년, 영국 바스 시(City of Bath)에서 130여개의 태블릿이 발굴됐다. 로마 점령기인 4세기 때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이었다. 태블릿의 글자나 단어, 문장은 역순으로 작성된 경우가 많아 학자들은 낑낑대며 해석해야 했다. 해석을 해보니 앞에서 소개한 저주의 말들이 태반이었다.

한데 태블릿의 문장에는 흥미로운 내용이 함께 포함돼 있었다. “여신이여, 도둑맞은 물건을 희생자인 나한테 돌려주소서”가 아니라 “잃어버린 물건을 되찾으면 나한테 돌려주지 말고 여신께서 챙겨 가지시라”는 문장이 함께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저주’보다는 ‘정의실현’에 방점이 찍혀 있었단 얘기다.

이 때문에 태블릿은 처음 ‘저주의 태블릿’(curse tablets)으로 흔히 불렸으나, 몇몇 뜻있는 학자들은 ‘저주’보다는 ‘정의’에 주목하여 ‘정의의 기도문’(prayers for justice, judicial prayers)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도난물품을 자신이 되돌려받지 않고 여신에게 바친다는 건 정의의 실현이라는 해석이다. 태블릿을 만든 사람들은 개인적 원한도 담았겠지만, 정의의 실현을 여신에게 빌었다는 것이다.

태블릿에 등장하는 여신은 술리스다. 오늘날의 영국 서머싯 지역에서 온천, 목욕, 목욕탕, 스파를 담당하던 여신이시다. 지역의 모신(母神)이기도 하다. 옛날 그 지역 사람들은 신전도 세워 모셨다.

장값 잃어버린 도실리아누스가 만든 태블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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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현재. 이명박근혜와 떨거지들의 온갖 도둑질에 경악하고 있는 사람들은 정의의 실현을 염원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정치보복 운운한다. 정치적 저주라는 것이다. 하지만 턱도 없는 얘기다.

나는 여지껏 “이명박근혜가 훔쳐간 내 세금 나한테 다시 돌려달라”는 얘기를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들은 “이명박근혜가 훔쳐간 세금을 빼앗아 국고로 환수하라”고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정의를 실현해달라는 요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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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
돈, 물건 잃은 사람들이 태블릿을 만드는 건 원래 그리스, 로마인들의 풍습. 내용은 다양하여 학대받아 죽은 어린이를 위한 태블릿도 있었고, “내 사랑 이루게 해달라”는 태블릿도 있었음. 태블릿의 기도문을 배달하는 존재는 주로 저승세계 근무자, 죽은 자들이었음. 주로 플루토(하데스의 후신으로 저승의 지배자), 카론(죽은 자를 저승으로 실어나르는 죽음의 뱃사공), 헤카테(지하세계를 다스리는 여신) 등이 우체부 역할. 태블릿은 성전 벽에 못질하여 박거나, 성지나 무덤에 묻거나, 우물이나 연못에 던졌음. 초기에는 납으로 만들다가 나중엔 구리, 주석으로도 만듦.

영국의 태블릿
로저 토물린이라는 분이 1988년 태블릿의 내용 총정리. 130여개 태플릿 가운데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도난물품에 대한 내용이었음. 도난당한 사연과 도둑놈의 범죄내용 상세 기술.
으레 “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그가 죄가 있다면....” “그가 자신이 한 말을 어기고 있다면....” “도둑이 남자건 여자건, 노예이건 자유민이건, 이교도이건 기독교인이건....” 같은 문장들이 관용구처럼 사용되고 있음. 대부분 구어체의 라틴어 혹은 영국식 라틴어로 쓰여 있음.
태블릿에 따르면 도난품은 주로 의류, 보석류, 돈, 생활용품 등등. 희생자들은 대부분 흑수저 출신으로 추정. 또 개미 털어먹은 놈 떠오르네....
부두교나 한국 전설고향에 나오는 저주 인형과는 성격이 좀 다르군요.

로저 토물린

로마의 태블릿
대개 얇은 납에 작은글자를 긁어 새겨넣음. 구멍을 내기도 함. 상업용 태블릿도 판매했는데, 나쁜놈 이름 새겨넣을 공간은 여백으로 남겨두었음.

목욕탕 도둑
로마시대 공중 목욕탕에서 분실사건 자주 발생. 목욕탕 도난과 관련된 법률도 제정. 목욕탕 도둑은 로마시대의 문학작품에도 자주 등장.

바스 시 지도(왼쪽)와 트레티아 마리아를 비난하는 태블릿(오른쪽)

바스 시
City of Bath. 로마인들이 점령시기에 영국에 건설한 도시. 온천으로 유명.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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