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구멍은 필리핀의 악취 여귀다. 어디선가 문득 ‘역겨운 사향 냄새’가 풍겨오면 구멍이 근처에 있다는 증거다. 사람은 ‘역겨운 사향 냄새’ 때문에 숨을 못쉰다. 1987년 연세대 앞에서 터진 최루탄 냄새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숨이 턱턱 막힌다. 사람은 죽을 지경이나 아직 숨은 붙어있다.

구멍은 장발 여귀이기도 하다. 박정희 시절, 한국에서 살았다면 장발단속에 걸려 무기징역을 받았을 것이다. 그 정도로 길고도 긴 장발이다. ‘역겨운 사향 냄새’ 때문에 이미 정신이 혼미해진 사람을 그 머리카락으로 포획한다. 머리카락을 올가미삼아 사람을 완전 말아 버린다. 동시적으로 이뤄지는 일이지만, 머리카락으로 목도 조른다. 사람은 죽는다.

사람이 죽으면 구멍의 식사가 시작된다. 구멍은 사람 몸뚱아리의 온갖 구멍을 통해 피와 정기를 쪽쪽 빨아먹는다. 구멍을 통해 쪽 빨린 사람은 거죽만 남기고 빈 껍데기가 된다. 말라 비틀어진다. 마지막으로 구멍의 사체 훼손이 시작된다. 구멍은 사체를 눌러 뭉개버린다.

누구 머리가 길어보인댜?

(2)

구멍 얘기를 하는 것은 ‘안철수 유승민 통합선언’ 때문이다. 유승민은 '선언'을 통해 이런 말씀을 하셨다. “한국정치는 낡고 부패한 기득권 보수, 무책임하고 위험한 진보가 양극단을 독점하면서 진영의 논리에 빠져 있습니다. 양극단의 정치는 민생을 해결하고 나라를 튼튼하게 지키는 정치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싸우는 듯하지만 사실은 서로를 이용하면서 나쁜 공생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있습니다.”

이게 말인지 방군지 모르겠다. 다만 “서로를 이용하면서 나쁜 공생구조를 고착화시킨다”라는 말은 주어만 바꾸면 정말 공감가는 말이다. 이렇게 말이다. “유승민과 안철수는 서로를 이용하면서 나쁜 공생 구조를 고착화시킨다” 흐음, 생각해보니 이것도 아니다. 주어를 바꿔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문제는 “둘의 공생공존이 얼마나 갈지”다. 부정적인 여론이 많다. 둘의 공생공존은 고착화되지 않을 것같다. 두 사람 이름에 ‘케미’라는 말을 붙여 검색해보라. “케미가 맞겠느냐, 실익 없다”같은 분석이 줄줄이 나온다.

실익은 고사하고, 최악의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한쪽이 구멍이 되어 다른쪽 구멍을 쪼오옥 빨아먹는 경우다. 그렇다면 누가 구멍이 되고, 누가 누구의 구멍이 될까. 이건 순 개인적인 추론이지만, 나는 유승민이 구멍이 될 것으로 본다. 그 구멍이 빨아먹는 구멍인지, 빨리는 구멍인지? 흐흐, 제가 대강 짐작은 갑니다만, 그건 두고 봅시다.

(3)

구멍 얘기를 하는 것은 엊그제 나온 ‘보수단체 회원 200만원 받고 삭발’이라는 기사 때문이기도 하다. 어버이연합 장부를 뒤져보니 ‘집회 삭발식 200만원’이라는 내용이 나오더란다. 구멍을 한국으로 초청해서 안철수-유승민 두 사람 머리 중 누가 더 긴 것 같냐고 물어보려 했더니 힘들겠다. 한국에 이렇게 무시무시한 200만원짜리 삭발 괴물, 이발 귀신들이 있는데 무서워서 어떻게 오냐구.

(부록)

구멍
Gumon. 이름의 뜻은 ‘엮는다, 얽는다, 엉키게 한다’ 등. 엮는다 하니 또 박근혜 생각나네. 머리카락 덩어리. 이발 절대 안함. 특기는 쪼옥 빨아먹기. 국정원같은 음침한 곳 선호. 필리핀 사람들은 “이 괴물을 막으려면 불로 지져”라고 말씀하시는데, 내 생각에는 삼성동 소재 보수이발소의 가위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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