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친구 14명에게 각 1백만 달러의 현금 가방을 안겨 세상을 놀라게 한 ‘쾌척’ 조지 클루니 선생이 12년 전 각본, 연출,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1950년대 초 미국 사회를 휩쓴 매카시 선풍에 맞섰던 언론인들을 그린 영화로 CBS의 간판 뉴스 프로 <See It Now>의 전설적 앵커 에드워드 머로우(데이빗 스트라던), 프로듀서 프레드 프렌들리(조지 클루니), 기자 조 워시바(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그 주인공들이다. 줄거리는 실화와 대동소이하다.

작품 외적인 부분이 흥미롭다. 조지 클루니는 각본, 연출, 출연의 대가로 각 1달러씩 3달러만 받았을 뿐만 아니라, (덕분에 영화는 시대극임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에서는 저예산인 750만 달러에 제작이 가능했다) 부족한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기 집을 담보로 잡히기까지 했다.

이 작품에 대한 클루니의 열정은 제작 현장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촬영 기간 내내 매일 아침 배우들을 모아 놓고 영화의 실제 배경인 1953년 당시 신문 사본을 나눠줬다. 배우들은 한 시간 반 동안 수동 타자기로 기사를 타이핑한 다음, 그 기사를 발제하는 가상 편집회의를 열었다. 배우들을 그 시절 저널리스트 역할에 몰입시키기 위한 감독의 기발한 워밍업이었다.

클루니 ‘감독’은 실화에 조미료를 거의 뿌리지 않았다. 실내 장면 위주로 진행되는 심심한 이 흑백 영화는 그러나 사실이 줄 수 있는 묵직한 소회를 남기는 데 성공했다.

영화는 머로우의 연설로 끝을 맺는다.

“TV는 지식을 주고 깨달음을 줍니다. 심지어 영감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목적으로 사용할 때만 그렇습니다. 그렇게 쓰지 않는다면 TV는 박스에 담긴 전선과 전구 꾸러미에 불과합니다. 굿 나잇 앤 굿 럭!”

마치 오늘날의 방송 판을 예언한 듯한 연설은 훗날 ‘전구와 전선 박스 연설(The lights and wires in a box speech)’로 불리며 방송 저널리즘 관련 가장 유명한 연설 가운데 하나로 꼽히게 된다.

생방송 중인 머로우. 이 영화의 거의 모든 신에 흡연자가 등장한다!

그밖에

* 영화의 제목인 ‘굿 나잇 앤 굿 럭’은 머로우가 <See It Now>의 말미에 시청자들에게 했던 인사말에서 따왔다. 원래는 그 보다 앞선 2차 대전 때 런던에서 종군기자로 활약하던 머로우가 리포트를 맺을 때 썼던 멘트. 독일군의 야간 공습이 횡행하던 당시 런던 시민들의 생존을 기원하던 말이었다.

** 언론인 출신인 클루니의 부친은 이 영화를 보고 “제대로 했네”라며 아들을 격려했다.

*** 공동 각본가이자 제작자인 그랜트 헤슬로는 1982년 무명의 클루니가 프로필 사진 찍을 돈이 없어 전전긍긍할 때 200달러를 선뜻 내줬던 빈천지교. 최근 클루니가 1백만 달러씩 나눠준 14명의 친구 가운데 한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점] IMDB(7.5/10), 로튼 토마토(93/100}, 왓챠(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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