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이용마 기자가 복직한 박성제, 박성호 기자와 함께 MBC 보도국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이치열 기자

2017년 12월 11일은 기쁜 날이다. 이용마 기자를 비롯한 부당해고 된  문화방송국 언론 노동자들이 복직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시장주의 가면을 쓴 시장 독재정권 언론 폭압 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5년 9개월 동안 해고 노동자 신세였다. 추측컨대, 외로웠을 것이다. 피눈물의 세월이었을 것이다. 개인의 영달보다 공익을 추구했다는 이유로 생계가 막막해진 현실이 기가 막혔을 것이다. 그래서 더 치열하게 해고 복직 투쟁을 벌였을 것이다. 그들은 간간이 울분을 삭이느라 술병에서, 책에서, 스피커에서 그리고 등산 스틱에서 위안을 얻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문화방송 해고 노동자들은 언론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했을 것이다. 어떻게 언론의 자유를 실현해야하는지도 구체적으로 고민했을 것이다. 그 오랜 고독의 시간을 견디어 내고, 마침내 복직한 문화방송 해고 노동자 동지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모순적이게도 2017년 12월 11일이 마냥 기쁘지만 않았다. 고 안종필 등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 선배들의 명예회복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정희 정권의 부당한 권력에 맞섰다는 이유로 동아일보와 동아방송 언론인 113명은 지난 1974년 3월 회사에서 쫒겨났다. 한국 언론사상 언론인 대량 해고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부당 해고된 그들은 복직투쟁을 43년 동안 진행하고 있다. 동아투위 복직 투쟁은 직장으로 되돌아가겠다는 일신상의 안위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자유언론을 실천하기 위해선 민주주의가 선행조건임을 깨닫고 군사 독재정권 타도 운동도 함께 진행했다. 독재정권이 무너진 뒤에도 동아투위 위원들은 복직되지 못했다. 그 혹독한 세월동안 동아투위 선배들은 병마와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다. 안종필 노조위원장은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던 1980년 서울의 봄날에 고문 휴유증으로 세상을 떠나야 했다. 이런 기막힌 사연은 동아투위 선배들의 일상이었다. 동아일보에서 해고됐다는 이유로 취직을 할 수도 없었다. 먹고살기 위해 분식집을 열었지만 안기부(국가정보원)의 감시가 심해 장사를 할 수 없었다. 다행히 일반 회사에 취직한 사람들조차 해외출장을 갈려고 해도 비자가 나오지 않아 포기해야 했다. 해고된 지 20년이 지난 1990년 초반에서야 동아투위 위원들은 정부기관의 감시를 벗어날 수 있었다. 민주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그들의 복직은 이뤄지지 않았다. 백발이 다 된 동아투위 위원들은 아직도 복직을 포기하지 않았다. 자유언론실천을 주장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된 부당한 권력의 사과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자로서 명예를 회복 받기 위해서다.

고 안종필 동아투위 위원과 이용마 기자는 부당한 권력의 폭압의 칼날을 자유언론실천이라는 방패로 맞서다 해고됐다는 공통점이 있고 복직이라는 단어를 놓고 차이점을 보인다. 실은 한국 언론 역사에서 안종필과 이용마로 기억되는 많은 민주언론인들이 있다. 안종필로 대표되는 군사독재정권 아래에서의 민주 언론인들은 정치 민주화와 민주언론 건설 투쟁에 헌신했다. 목숨을 내놓고 벌인 싸움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복직되지 못했다. 회사에서 복직시켜 주지 않았고, 대한민국 사회도 그들의 명예회복을 외면하고 있다.  반면, 이용마로 대표되는 시장 독재주의 체제의 민주 언론인들은 언론사 내부의 비민주적 요소들을 폭로하고 법적 투쟁을 통해 국민들에게 민주 언론의 정당성을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그들의 노력과 희생은 촛불 시민 혁명과 만나 복직됐다.

좀 불공평하지 않은가. 민주언론을 위해 헌신했는데 누구는 복직되고 누구는 명예회복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 사실이 불편하지 않은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고루한 법리적 논쟁을 벌이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민주언론을 위해 싸운 고귀한 영혼들에게 경이를 표해야 한다는 말이다.  자유언론실천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해고되는 이 반복의 불행한 역사의 고리를 끊어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다음에 또 다른 안종필과 이용마를 만나지 않을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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