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괴물, 온몸이 아가리로 덮혀 있다. 대가리에도, 등에도, 팔다리에도 아가리가 붙어 있다. 목격자들은 “피부에 박혀 갈라진 아가리들”이라고 묘사한다. 아가리들은 늘 뭔가를 씹고, 우물거리고, 빨고, 삼킨다. “햅, 햅, 햅(hap, hap, hap.)” 괴물은 뭘 처먹을 때마다 이런 소리를 낸다. “처먹어, 처먹어, 처먹어”라는 뜻이다. 아가리는 삐걱거리는 소리도 낸다.

괴물에게는 괴물 마누라가 있다. 괴물부부가 좋아하는 음식은 인간의 살과 오장육부다. 뇌도 즐겨 먹는다. 그래서 괴물의 아가리들은 늘 피범벅이다. 집에는 굴뚝이 있는데, 피처럼 붉은 연기가 피어 오른다. 부부의 식사준비는 하수인 시녀가 해준다.

경비원 역할을 하는 노예 놈들도 있다. 한놈은 ‘하늘의 구부러진 부리’라 불리는 괴조이며, 또다른 한놈은 ‘문의 회색 곰’이라 불리는 괴물곰이다. 놈들은 아가리 괴물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하수인이다. 그리하여 그 어떤 인간도, 그 어떤 존재도 괴물의 눈과 귀를 피할 수 없다. 경비원 놈들은 아가리 괴물의 분신이기도 하다.

옛날에 한 지혜로운 샤먼이 산에서 사냥하다 괴물부부를 만났다. 괴물의 마누라가 샤먼을 잡았다. 마누라는 무서운 힘으로 샤먼을 끌어 안더니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햅! 와서 삼켜버려! 햅!” 사먼은 몸부림쳐 괴물 마누라의 품을 가까스로 빠져 나왔다. 와중에 샤먼의 머리카락이 홀라당 빠져 버렸다.

샤먼은 죽을 힘을 다해 도망갔다. 숲으로, 동굴로, 이리저리 도망갔다. 부부는 추격했다. 샤먼은 간신히 괴물부부를 함정에 빠트렸다. 샤먼은 구덩이에 빠진 괴물부부를 태워 죽였다. 사먼은 부부의 재를 날렸다. 재 속에서 모기가 날아 놀랐다. 피에 굶주린 모기였다.

“다스 처먹은 아가리는 누구여?” 샤먼이 숫모기에게 물었다. “나여!” 숫모기가 대답했다. “국정원 특활비 처먹은 아가리는 누구여?” 샤먼이 암모기에게 물었다. “나여!” 암모기가 대답했다. 샤먼은 에프킬라 500통을 분사했다.

(부록)

아가리 괴물
캐나다의 북부 밴쿠버 섬과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에 거주하는 콰키우틀 족의 전설상 괴물. 아가리 괴물은 붉은 삼나무 껍질로 집을 덮음. 괴물의 마누라도 붉은 삼나무 껍질로 옷을 만들어 입음.

출연진
(1) 남편 : 아가리 괴물. 이름 Baxbakwalanuxsiwae. 박스바크왈라눅스시와에? 발음이 무진장 어려워 영어권에서도 별별 철자로 다 쓰고 있음. 별명은 식인종, 식인괴물, 세상 북쪽 끝의 식인자, 강어귀에서 인간을 최초로 잡아 처먹은 놈, 물에서 사람 잡아 처먹은 놈 등등,
(2) 마누라 : Qominaga
(3) 시녀 : Kinqalalala, the female slave of Baxwbakwalanuxusiwe

콰키우틀 족
고유언어를 쓰는 인구는 부족 전체의 5%(약 250명, 언제적 통계인지 모르겄슈)에 불과. 쇠락하고 있는 종족. 최근(이것도, 언제적 최근인지 모르겄음) 언어 및 문화 부흥운동을 펼치고 있음.

괴물의 식사담당 시녀가 준비한 해골들. 콰키우틀 족이 의식에 사용.

# 처먹습니다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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