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도둑질로 생계를 이어가던 청년이 언론 사주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라고 써놓고 보니 간난신고를 겪고 마침내 세상을 뒤흔들 특종을 써내며 마무리되는 근성물처럼 보인다. 다시 써보자. 이 영화는 청년 백수가 괴물 기레기로 변신하는 이야기다. 언론을 소재로 하는 영화들이 흔히 먹물기 머금은 캐릭터와 배경을 채택하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가방 끈 짧은 주인공이 음울한 느와르의 공간을 폭주하는 모습을 그린다.

주인공 루 블룸(제이크 질렌할)은 LA에서 공사판 자재를 훔쳐 근근이 먹고 사는 한심한 청춘. 어느 밤 도로변을 걷다가 교통사고 현장에 이른다. 엉망으로 부서진 자동차, 거기에 낀 피투성이 피해자. 그 끔찍한 현장에 프리랜서 포토 저널리스트(그렇게 부를 수 있다면!)들이 달려들어 카메라를 들이댄다. 사고 영상을 지역 방송국에 팔 수 있다는 말에 루의 눈이 반짝인다. 그는 바로 비싼 자전거를 한 대 훔친다. 그걸 전당포에 잡힌다. 그 돈으로 싸구려 캠코더와 경찰 무전을 엿들을 무전기를 산다. 루는 그렇게 저널리스트가 된다.

초짜 저널리스트는 몇 차례 ‘물을 먹던’ 끝에 우연히 얻어 걸린 차량 탈취 사건으로 마수걸이에 성공한다. 영상을 사들인 지역 방송국의 뉴스 PD 니나 로미나(르네 루소)가 루에게 충고한다.

“우리가 방송하려는 건 말야. 예를 들면 어떤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길거리를 뛰어다니는 거야. 목을 찔린 채 말이지.”

루가 고개를 끄덕인다.

“저는 빨리 배우는 사람이에요.”

니나는 아침 식사 시간대 방송하는 뉴스에 루가 찍어온 피범벅 영상을 여과 없이 내보낸다. 고용 계약 만기가 코앞에 다가온 절박한 시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담당하는 모닝 뉴스의 시청률마저 꼴찌를 기록하는 상황. 그녀는 좌고우면할 여유가 없다.

루는 자신의 말처럼 빠르게 방송이 원하는 걸 배우면서 엽기적인 현장을 누구보다 빨리 찍어내는 포토 저널리스트로 부상한다. 니나와 루의 갑을 관계는 곧 뒤집힌다. 루는 영상 독점판매를 조건으로 니나에게 잠자리를 요구하기에 이르고, 루의 눈빛은 이제 광기로 번득이기 시작한다.

“진짜처럼 보이기만 한다면 가짜 증거라도 상관없어.”

마침내 루는 시청자들이 혹할 만한 그림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한다. 사건 현장을 조작하는 건 물론, 사건을 아예 만들어내면서 그는 관객을 끝이 보이지 않는 ‘기레기 월드’의 심연으로 이끈다. 특종을 위한 특종에 매달리는 청년의 빗나간 집념은 사회물이었던 영화의 톤을 호러의 핏빛으로 바꾼다. 관객이 초반에 느낄 법한 청년에 대한 연민은 어느새 공포가 된다.

카메라를 소총 삼아 특종이란 이름의 총탄을 난사하는 소시오패스 저널리즘이라고나 할까. 영화 속 악당은 상업 영화의 공식을 벗어나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관객에겐 찝찝할 수밖에 없는 이 결말 덕분에 영화는 훨씬 효과적으로 현실을 환기한다.

그밖에

*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던 댄 길로이의 감독 입봉작.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로 올랐으나 수상엔 실패.
** 극중 내내 튀어나올 것 같은 루의 눈동자는 제이크 질렌할이 일부러 눈을 깜박이지 않고 최대한 부릅뜨고 연기한 결과.
*** 극중 여성 PD 니나로 나왔던 르네 루소는 댄 길로이 감독의 아내.

평점 : IMDB(7.9/10), 로튼 토마토(95/100), 왓챠(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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