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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강기석 재단 운영위원〉
  • 관리자
  • 승인 2017.08.1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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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택시운전사'' 중에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또 있었다.

송강호와 위르겐 힌츠페터 등 일행이 유해진 집에서 저녁을 먹고 둘러 앉았다.

대학생 류준열이 묻는다.

"저 사람은 왜 이렇게 위험한 곳에 (외국에서까지) 취재하러 왔대요?"

이럴 때 한국 기자들이라면 백이면 백 다 이렇게 비장하게 답할 것이다.

"언론인의 사명감이지 뭐.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

그런데 한국말을 모르는 힌츠페터 대신 송강호가 불쑥 나서서 대신 답한다.

아니, 말로 답하는 것이 아니라 오른손을 쑥 내밀고 검지와 중지를 엄지로 삭삭삭 문지른다.

"돈 때문이지 뭐! 돈 벌을라고 온거야!"라는 의미다.

이 대목에서 시나리오 작가에게 경탄했다.

(기자 출신인) 내가 보기에 이 대목은 뭐든지 돈으로 환산하려는 택시운전사 송강호의 시각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기자 포함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거의 모든 직업인이 가져야 할 ''직업의식''에 대한 통찰이었다.

힌츠페터는 광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 보다는,

남들이 안 가는 위험지역에 가서 취재하면 더 많은 돈과 명성을 쌓을 수 있다는 생각에 광주에 갔을 확률이 높다.

악착같이 필름을 지킨 것은 그것이 돈덩어리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힌츠페터의 위업에 흠이 간다고?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그는 위대한 기자다.

돈을 주는 직업(기자)과 그 직업이 요구하는 행위(취재)에 누구보다 충실했다.

그의 투철한 직업 정신이 한국 국민에게 위대한 업적을 선사한 것이다.

언론인의 사명을 외치며, 뒤로는 약간의 뇌물에 기사를 틀고 숨기며 자기의 직업과, 자기에게 봉급을 주는 회사와, 자기에게 기대를 거는 사회와 국가를 배신하는 기자들이 우글거린다.

광고를 주면, 자기 아이를 취직시켜주면, 좋은 기사, 좋은 지면으로 보답하겠다고 맹세하는 이들이 그들이다.

이 사람들이 좋은 지면 만든다고 위험지역에 가서 목숨 걸고 카메라를 들지는 않을 것이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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