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2일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MBC)파업이 징계 사태까지 간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당시 여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였고 미래권력이었던 박근혜의 말은 MBC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이는 MBC노조가 170일의 파업을 접고 업무에 복귀하는데 적지 않은 작용을 했다. 그러나 박근혜는 대통령에 당선된 후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에 이르기까지 4년 동안 MBC 문제의 해결은커녕 MBC를 철저하게 파괴시키기 위한 공작을 진행시켰다. 이를 실제 실행에 옮긴 사장과 경영진, 그리고 방문진은 나치의 인종청소를 방불케 하는 MBC의 형질개조 작업을 벌였다. MBC 내부의 기존 구성원들을 이유 불문하고 전보ㆍ징계함으로써 제작현장에서 쫓아내고 그 자리는 그들의 이념에 동조하고 고분고분 말 잘 듣는 경력사원으로 채웠다.

박근혜가 파면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지 3개월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MBC에 변화의 바람은 불지 않는다. 임기가 남은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방문진 이사들은 당당하게 자리를 지키면서 ‘퇴진’을 외치는 90퍼센트 넘는 사내 구성원들과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방송장악’이라고 매도하고 ‘언론자유’를 운위하는 등 기세가 등등하다.

이러한 현실은 2008년 이명박이 집권했을 당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명박은 집권하자마자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의 사장 교체에 나섰다. 감사원을 동원해 정연주 당시 KBS사장에 대한 엉터리 해임사유를 만드는 동시에, 온갖 치졸하고 부당한 방법으로 KBS 이사회 구성을 바꿔 정 사장을 해임시켰다. 정연주 사장은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섰지만 대법원의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을 때는 이미 사장으로서의 임기가 끝난 상태였다. 엄기영 MBC사장에게는 ‘무능’이라는 딱지를 붙여 모욕을 준 뒤, 강원도지사 한나라당 공천 떡고물을 주어 스스로 물러나게끔 했다. 그는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 도전했지만 떨어졌다. 이명박 정권의 이같은 방송장악 방식은 형식과 절차라는 겉모습에서 합법을 가장하고 있지만 조금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협박, 회유, 교사(敎唆)에 의한 자격 박탈, 권력 남용 등 온갖 탈법과 불법으로 가득 차있다.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정부는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저질렀던 반인륜적이고 불법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촛불로 탄생한 정부인만큼 MBC 문제의 해결 과정은 민주주의 원칙을 충실히 지키고 형식과 절차 뿐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정정당당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듯이 공영방송의 역할과 방송환경의 건강성을 되찾아야 할 작금의 상황에서 공영방송 MBC와 KBS를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MBC만 하더라도 지난 2월 김장겸 사장이 선임된 후 〈MBC스페셜-탄핵〉, 〈6.10항쟁〉 등 중요한 방송 프로그램들을 특별한 사유 없이 불방시키거나 제작을 중단시켰다. 이는 공영방송의 책무를 포기한 것이며 그 과정은 명백한 방송법 위반이다. 게다가 늘 그러했듯이 방문진은 그러한 경영진의 불법에 눈을 감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는 〈PD수첩〉 ‘한상균을 향한 두 개의 시선’의 제작이 불허되고 이에 저항한 PD수첩팀이 제작거부의 집단행동을 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제작거부가 열흘이 넘었지만 해결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MBC는 게시물을 통해 “〈PD수첩〉이 민주노총의 ‘청부’ 제작소로 전락했다”는 망발을 서슴지 않았다. 제작을 불허한 사유 또한 선을 넘어선 논리비약이다. 해당 PD들이 민주노총 산하의 언론노조 조합원이므로 “당해 사업자 또는 그 종사자가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가 되는 사안”이므로 방송심의규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그 논리대로라면 MBC보도국 조합원들은 민주노총 관련 뉴스를 보도하면 안 된다. 그 논법을 확대하면 방송협회 산하에 있는 MBC는 같은 방송협회 산하의 KBS 수신료 문제를 보도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에 소속된 MBC는 대한민국의 이해가 걸려 있는 ‘위안부 문제’, ‘한미 FTA’ 등의 사안을 다뤄서는 안 된다. MBC가 방송심의규정을 그렇게 중시한다면 정작 위반 사례는 따로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지난 3월 〈특집 100분 토론〉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MBC를 비판한 것에 대해 MBC는 〈뉴스데스크〉에 무려 3꼭지를 할애해 강도 높게 비난한 것이야말로 똑 떨어지는 심의규정 위반이다. 기실 MBC는 자사의 이해가 걸린 사안을 일방으로 보도해 방송사유화의 비판을 받았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님을 기억할 것이다.

MBC는 또한 이번 〈PD수첩〉 관련하여 “대법원 확정판결을 부정하는 내용을 방송하는 것은 대한민국 사법체계를 부정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 역사에서 잘못된 사법부의 판단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던가.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진보당 사건, 인혁당 사건 등 과거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난 수많은 사건들이 후일 재심을 통해 무죄로 판결난 사실들을 기억한다면 언론의 책무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고민이 있어야 한다. 진정한 언론의 역할은 잘못된 사법부의 판단을 평가하고 비판함으로써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온갖 불법과 탈법을 밥 먹듯이 저지르고 있는 공영방송과 그 관리감독기구에 대해 단호한 조치가 내려져야 한다. 규제기구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영방송 부역자들이 자신들에 대한 비판에 대해 적반하장으로 ‘방송장악’, ‘언론자유’ 따위의 뻔뻔스런 주장을 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를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부작위의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특정 이념에 사로잡혀 방송의 공정성을 내팽개친 구체적 증거들이 낱낱이 드러났다. 구성원들을 불법으로 전보?징계하고 패소가 불 보듯 한 소송을 위해 천문학적 소송비를 날리는 파렴치한 배임행위가 계속되고 있다. 인사권과 편성권을 장악한 부역자들이 사내 구성원들의 취재와 제작의 권리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박근혜라는 무도한 권력이 이러한 부역자들의 불법과 패륜을 비호해왔지만 촛불정부가 들어선 지금에도 이런 불법행위가 지속되는 것은 언어도단이며 그 책임은 이제 문재인 정부로 돌아간다.

31일 여름휴가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임명했다. 이로써 5인의 방송통신위원회 위원 구성이 완료됐다.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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