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원인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나중에 배를 떠났어야 할 사람이면서도 가장 먼저 탈출을 해버린 선장의 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건 분노를 넘어 차라리 어처구니가 없다고 해야 할 정도인데 그러나 나는 세월호 내의 의사결정구조의 비민주성에도 또한 구조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본다. ''배에서는 모든 판단은 선장이 한다''고 하는 의식이 사고 당시 급박한 순간의 불합리한 판단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분명 최종 판단은 선장이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래서 모든 판단력을 선장에게 일임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면, 그래서 선장의 한 마디가 없었기에 다른 승무원들이 기계처럼 행동했다면 그 ''무뇌성''이야말로 3년 전 참사의 또 다른 주범이다.

바다 위의 고립된 공간에서 수많은 변수를 헤치며 항해해야 하는 배의 특수성을 감안한다고 해도 선내에서의 모든 판단이 오로지 선장만의 몫일 수는 없다. 각자의 역할에서 모두가 저 나름의 선장이었어야 했다. 모두가 자기 위치에서 총체적인 판단으로써 선장의 잘못된 판단(판단을 하기는 했다면)을 막았어야 했다. 그러나 한 사람만 올려다보며 죽어라 앞만 보고 가는 행태, 그 ‘소용돌이’가 세월호를 삼켜버렸다. 오랜 주한 미대사관 근무 경험을 통해 한국사회를 통찰한 그레고리 핸더슨이 한국을 ‘하나의 구심점, 최상의 한 점을 중심으로 빨려들어가는 소용돌이의 사회’라고 했을 때의 그 소용돌이가 세월호 아이들의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

세월호와 세월호의 아이들을 집어삼켰던 소용돌이는 한국 사회 곳곳에, 모든 분야의 저변에 뿌리가 깊다. 그리고 그것에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의 민주화’의 중요한 과제가 제기된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 민주정의 황금기와 그에 뒤이은 급몰락도 유사한 교훈을 반면교사로써 던진다. 페리클레스라는 걸출한 지도자가 아테네를 이끌었던 시기의 30년간은 그리스 민주정의 절정기였고, 그리스 문명의 전성기였다. 그러나 그가 죽고 나서 얼마 안 돼 아테네는 급속히 쇠퇴한다. 스파르타에게 패한 이후 그리스 민주정과 아테네 문명은 영영 시들어버렸다. 그렇게 급하게 찾아온 황혼기에 제물로 바쳐진 이가 다름 아닌 소크라테스였다.

여기에 페리클레스 시대의 양면성, 그 빛과 그늘이 있었는데, 역사가 투키티데스가 "아테네는 겉모습은 민주정치였지만 실제로는 한 사람이 지배하는 나라다"라고 말했듯 페리클레스 황금기는 비범한 한 사람이 수십년간 권력을 장악하면서 다스린, ''왕정 이상의 민주정''이었다.

한국 사회에 페리클레스처럼 뛰어난 지도자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극단적인 1인 중심 사회라는 점에서는 페리클레스 시대와 흡사한 면이 있다. 아니 한국 사회는 그 이상의 ‘극점 사회’다. 어느 조직이든 최고결정권자, 인사권자를 중심으로 종대로 정렬한다. 2중 3중, 아니 10중 100중의 상위자에 대한 하위자의 지배-복종 관계가 형성된다.

촛불 혁명이 제기한 한국사회 대개혁의 과제를 나는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넓은 민주주의, 더 작은 민주주의’로 요약하고 싶은데, 그 같은 민주주의 확장과 저변화 세밀화의 한 요체는

이 같은 소용돌이 구조의 해체에 있다고 본다.

언론 개혁도 크게 다를 게 없다. 구조적 근본적인 개혁의 한 축은 조직의 민주화에 있다. 언론 종사자들을 주권자로 세우는 것, 즉 주권자의 주권화에 있다. 언론 외부적으로 사회적 통제의 강화에 의한 탈사유화, 공유화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으로 내부적으로 운영과 의사결정의 민주화를 이루는 것에 있다. 물론 여기에는 지금 많이 얘기되고 있는 언론개혁 정책들 중 신문의 편집권 독립 보장을 위한 여러 장치들, 즉 편집규약 및 편집위원회 설치 의무화와 같은 제도적 장치들이 분명 필요하다. 2009년 한나라당의 신문법 개정안 날치기 통과로 축소된 편집위원회 관련 조항을 복구, 강화해 신문사의 편집위원회 및 편집규약을 의무 규정으로 명시하는 것이나 신문 산업 진흥을 위한 정부 지원은 신문 경영과 편집의 엄격한 분리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과 같은 법규의 개선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와 함께, 어쩌면 더욱 중요한 것이 능동적 시민들이 일하는 언론, 수평적이며 역동적인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조직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기자들에게 시민성을 불어넣는 것이어야 한다. 기자는 기자 이전에 시민이어야 하는 것이며 언론사는 언론기업 이전에 민주적 조직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언론은 한때 우리의 학교 현실에 대해 냉소적인 비판을 담아 했던 말,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학생을 가르친다’는 조롱처럼 ‘19세기적 기업의식을 지닌 경영자와 20세기적 의식을 지닌 기자가 21세기적 의식을 지닌 국민들을 상대로 언론활동을 펼치는 상황’인지 모른다. 어느 직장보다 내부에 민주시민성으로 채운 이들에 의해 민주주의 원리가 작동해야 하는 조직이지만 실제로는 거꾸로다. 비판을 무기로 휘두르지만 자기자신에게는 비판으로부터 면책이 되는 영역으로 스스로를 성역화해 왔다. 그것은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한 듯하지만 실은 스스로를 가두는 것이었다.

언론사 구성원들이 능동적 시민이 된다는 것은 자신을 보호한 듯하지만 실은 격리하고 가뒀던 그 감옥을 부수는 것이다. 스스로를 ‘3중의 주권자’로 만드는 것이다. 즉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의 주권자로 만드는 것이며, 언론이라는 위임권력을 부여받은 국민의 대변자로서의 주권자로 만드는 것이며, 조직 내에서 한 성원으로서 그 직급과 역할이 무엇이든 간에 하나의 독자적 인격으로서의 주권자로 만드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주권자로서의 의식과 실천을 자기정립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 언론의 특징 중의 하나인 편집국-보도국의 군대식 선후배 관계를 하나의 예로 들어보자. 기자들이 대개 수습기자로서 첫발을 뗄 때 이들은 군대 이상의 상하관계에 편입된다. 나이와 경력을 떠나 그 사람의 그 전까지의 삶의 모든 경험은 입사 선후배라는 관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린다. 이 같은 엄격한 규율과 상하관계에서는 속보를 추구하는 언론에서 신속한 판단과 의사결정에 민주주의적 의사소통은 ‘비용’으로 간주하는 의식이 엿보인다. 그리고 그런 문화가 언론이라는 전문 조직의 하나의 고유한 특질이며 속성인 것처럼 여겨져 왔다. 그런 의식은 한국남성의 정신적 특질을 형성하는 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군대 경험과 어울려 언론 바깥의 사회에서도 하나의 상식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우리의 군대의 그 같은 무조건적 지배-복종 관계가 군대 일반이 아닌 일본제국주의 군대의 문화의 유물이라는 것인 것에 대한 자각과 함께 작가 조지 오웰이 스페인 내전 참전기 <카탈로니아 찬가>에서 말했듯 ‘혁명적 규율’은 정치적 의식에 달려 있다는 것, 즉 왜 명령에 따라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달려 있으며 그래서 상하급자 간에 상호 공경과 존대를 하는 것이 군대의 전투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높인다는 체험담을 통해서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우리의 언론은 3중의 주권화를 통해 2중의 민주화를 수행해야 한다. 사회의 공기(公器)로서 한국사회 민주화의 한 역할을 맡는 한편으로 언론사 내부의 민주화를 이뤄내야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먼저 민주주의에 대해 좀 더 많이 배워야 한다. “민주주의는 특정한 제도나 고정된 관념이 아니라 끊임없이 학습하고 진화시켜야 할 ‘기술’이며 총체적인 변화의 과정이다”는 ‘민주주의 전문가’ 프란시스 무어 라페의 말처럼,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에리히 프롬의 말처럼 민주주의에도 기술이 필요한 것이며 그래서 언론인들은 독서나 요리, 축구의 드리블 기술처럼 민주주의의 기술부터 배워야 한다. 민주주의를 ‘발전된 정체(正體)’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발전된 주체’를 필요로 한다는 것에 대한 자각과 함께 경청, 논쟁, 중재, 협상, 성찰 등과 같은 민주주의의 기술을 우리는 열심히 배우고 습득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언론 개혁을 위한 ‘시민학(市民學)’ ‘공민학(公民學)’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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