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지 7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재조사 얘기가 나오고 있다.” - 〈채널A 6월 12일〉

“천암함 폭침 직후 송영무 국방부장관 내정자가 북한의 소행이 아닐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장관 내정자로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 〈TV조선 6월 13일〉

위에 소개한 두 종편채널의 방송의 보도는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점을 바탕으로 한 기사다. 〈채널A〉 기사는 6.15공동선언 발표 17주년을 기념해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 언론본부와 학술본부, 그리고 코리아국제평화포럼(KIPF)가 12일 마련한 〈천안함 7년, ‘합리적 의문’을 다시 묻는다〉 좌담회를 연 것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의 일부다.

〈TV조선〉 기사는 송영무 국방부장관 내정자가 사건이 발생한 그 해 4월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말처럼 한·미 공동작전 중에 북한이 도발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면서 자격 논란을 제기하는 내용의 한 부분이다.

천안함 비극의 원인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 위 두 기사에서도 짙게 드러난다. 장병 46명이 원통하게 숨진 이 사건의 발생 원인을 놓고 우리 사회는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해양강국이라는 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서글픈 일이고 조국을 위해 순국한 영령들에게 너무 송구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국가보안법에 의해 북한과 관련해서는 이른바 ‘합리적인 의심’조차 금기시 되어 있는 막힌 사회이고 천안함 논란 역시 불통의 영역에 갇혀 있다. 천안함 사고 원인에 대한 정부 조사 태도를 비판하다가 피소되어 수년째 재판을 치르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 이 사회의 참혹한 현실이다.

천안함 사건의 핵심적 논란은 무엇인가? 그것은 국제사회가 인정한 사고원인이 아직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비극적 사건은 한국 정부가 내놓은 진상조사 결과에 대해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정부가 그에 대한 진위여부를 규명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자칫 영구미제 사건으로 분류될지 모를 위험에 처해있다.

지금까지 제기된 사고 원인은 어뢰설, 기뢰설, 내부 폭발설, 피로 파괴설, 좌초설 등 다양하다. 이런 혼선은 정부가 주도한 원인 규명이나 증거, 사실관계 제시 등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젊은 장병들이 신성한 국방의무를 수행하면서 참혹한 죽음을 당했다면 정부는 최첨단 기술 등을 동원해 최상의 결론을 제시했어야한다.

그러나 정부의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많은 의혹이 쏟아지면서 이 사건은 자칫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미스테리 사건으로 분류될 위험이 초래됐다. 정부가 혼선을 자초한 것이다. 이는 정부가 순국 장병들의 명예를 위해 어떤 식으로 노력해야 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례의 하나다.

이 사건은 지난 2010년 3월26일 밤 9시22분께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해군 초계함인 1200톤급 천안함이 침몰해 탑승했던 승조원 104명 중 58명이 구조됐고, 40명은 사망, 6명은 실종됐다. 천안함 사고 직후 국방부는 사고 직후 사고 해역에서 북진하는 괴물체를 북 잠수정으로 보고 전투기가 급 발진했지만 새떼였으며 북한 개입 증거는 없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히기도 했다.

그 후 한국 정부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스웨덴과 한국의 전문가들을 참여시킨 조사단을 발족했고 이 조사단은 2010년 5월 20일 북한의 소형 잠수함이 발사한 어뢰에 의해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요지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북한은 자신들과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합동 조사를 주장했고 지금도 그런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사고 주범이라는 결론을 제시했지만 이에 대한 의혹의 단초를 제기한 것은 정부 당국이었다. 북한 개입이 없다고 했다가 말을 바꾼 정부 당국은 천안함을 공격한 북한 잠수정에 대해 조사 보고서에는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기자들에게 구두로 설명했다. 북한 기지에서 잠수정이 출발해 천안함을 폭침했는지에 대해 구체적 증거를 통해서가 아닌 추정만으로 언급한 것이다. 이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정부는 ‘북한이 아니면 누가했겠느냐’는 식으로 말을 가로막았다. 정부는 이 조사결과를 토대로 5.24조치를 취해 남북관계를 전면 단절시켰다.

정부 조사단은 2010년 9월 13일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으나 천안함 사고에 대해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은 비극을 초래한 ‘행위자’를 명시 하지 않았고 중국과 러시아도 한국 정부의 발표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 조사단은 북한에서 제조한 고성능폭약 250㎏ 규모의 어뢰에 의한 수중폭발로 발생한 충격파와 버블효과로 천안함이 절단됐다고 밝히면서 조사과정에서 수집한 어뢰파편에 ''1번 어뢰''라는 한글이 확인됐다는 점도 공개했다.

그러나 수중 폭발에 수반되는 폭음, 섬광, 화상, 고막 파괴 등과 같은 피해가 발행치 않았다는 점 등이 의혹으로 제기됐다. ''1번 어뢰'' 글씨와 어뢰에 붙었는 침전물 등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국내외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조사결과를 반박하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의혹을 풀기 위한 공동 조사를 제의했지만 정부는 응하지 않고 있다. 천안함의 비극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할 정부가 의혹을 자초할 정도의 허술한 조사 결과를 내놓은 뒤 의혹을 방치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순국 장병들이 희생된 원인에 대해 한점 의혹 없이 규명해야 할 정부의 책무가 이행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천안함 사고는 미제 사건으로 분류된다. 그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사건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천안함 비극이 벌어질 당시는 한미 키리졸브 훈련이 한참 진행되면서 사고에서 멀지 않은 바다에 한미 전함 60여척이 작전 중이었다. 특히 한반도에서 남북의 충돌 위험이 가장 높은 서해 북방한계선 부근 상공에는 미국의 첩보 위성과 첩보기들이 24시간 북한을 감시하고 있다. 이 사고의 진실에 대해 미국은 정확히 알고 있다고 보아야한다. 그런데도 미국은 침묵하고 있다.

결국 여러 가지 설이 난무하면서 희생 장병들만이 원인 미상의 사고를 당했다는 최악의 불명예스런 상황에 처하게 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태는 그러나 오래 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우선 천안함 사고에서 생존한 장병 50여명이 언젠가는 입을 열고 진실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진상을 정확히 알고 있는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날이 오기만을 앉아서 기다려서는 안 된다. 그들도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자들도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비극의 주인공들이다.

정부가 의혹을 자초해놓고 국민을 분열시키고 방치하거나 남북관계를 훼손하는 일이 벌어졌다면 이는 중차대한 국기문란 사건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북한은 물론 전 세계를 향해 어떻게 얼굴을 들 수 있을까. 촛불 혁명이 새 정부를 탄생시킨 것은 천안함 사고에 얽힌 의혹을 해명하면서 진상을 밝히라는 시대적 요구에 다름 아니다.

천안함의 진실은 지금까지 입증된 사실이나 제기된 의혹 속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이다. 진실이 승리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러나 살아남은 자들은 오늘과 같은 상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것은 안 된다. 만약 정치적 득실을 따지면서 게으름 핀다면 천안함 사고는 국제적 미제 사건으로 분류되는 참혹한 일이 벌어져 희생된 장병과 대한민국은 심각한 불명예를 떠안게 될지 모른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새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는 점검 작업 등을 시급히 벌여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그것은 촛불의 명령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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