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대 후반인지, 혹은 2000년 초반의 일인지 분명치 않다.

김상조 교수가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으로 있었던 때인가, 재벌개혁감시단 단장으로 있었던 때인가도 분명치 않다.

참여연대가 지금 위치(서촌)가 아니라 관철동 종로경찰서 앞에 있었을 때인데 어느 날 김 교수와 진보 언론인들 간 간담회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아주 강한 어조로, 김 교수가 조선일보에 칼럼을 쓰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

(사실 진보적 지식인들이 조선일보에 칼럼을 쓰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에 대한 정해진 기준은 없다. 종편에 출연하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 때 김 교수의 해명은 “어떤 사안에 대한 진보적 시각과 의견을 영향력이 큰 신문에 내보내고 싶은 욕심 외에 전혀 다른 뜻은 없다”는 것이었다고 기억한다.

물론 다른 이들도 대개 그런 해명을 하지만 실지로는 수구언론에 대한 아부, 매명(賣名), 심지어는 다른 신문보다 많은 원고료에 욕심을 내는 경우가 많다.

나는 “진보적 지식인이 조선일보에 글을 싣는 것은 우리 진영의 시각과 의견을 널리 알린다는 의미 보다는, 조선일보의 편협함과 편향성을 가리고, 수구논조를 강화하는 양념 역할을 하기 쉽고, 결국은 수구언론 조선일보의 영향력을 키우고 선전 확장시키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내 평소 견해를 밝혔다.

김 교수는 내 의견을 자세히 경청하더니 곧 고개를 끄덕이며 “아! 그런 면이 있군요!” 수긍하면서 “제가 조선일보에 글 쓰는 문제를 다시 고려해 보겠습니다”고 약속하는 것이었다.

그 이래 나는 조선일보 지면에서 김상조 교수의 글을 본 기억이 없다.(최근 10여 년 이상 조선일보를 본 적이 없으므로 계속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오늘 청문회 날 그 때의 기억이 새로운데, 그 기억이 남긴 김 교수에 대한 이미지는 ‘실력있고, 원칙이 분명하고, 자존심이 강하지만,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하면 두려움이나 망설임없이 바꿀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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