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유권자에게 가장 큰 축제다. 현대판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첫걸음이다. 선거가 제대로 되어야 민주주의가 올바르게 될 수 있다.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가야 하는 이유다. 모두 투표를 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에 적극 참여하는 방법의 하나다.

19대 대통령이 뽑힌다. 이번 대선은 촛불대선이었다. 장미대선은 언론 등이 붙인 이름이지만 대선의 역사적 의미가 흐려지는 것 같아 꺼림칙하다. 이번 대선은 이명박근혜 적폐가 대선을 앞당긴 것이라는 점이 가장 앞선다. 이를 부정하는 것은 문제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민주주의의 원칙을 준수하는 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도록 하기는 해야 한다. 가짜뉴스가 판치는 세상이 되었으니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무책임한 언행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의식도 동시에 강조되어야 한다. 그래야 법치가 확립된다.

대선 결과가 나오는 것은 새로운 출발에 불과하다. 국내외적 정세로 보아 대선 이후가 대단히 엄혹하다. 국내 정치, 경제, 사회가 어지럽고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 나라의 민주주의, 평화통일 문제 등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큰 관심과 통큰 노력이 필요하다. 새 대통령은 고도의 정치력과 돌파력을 발휘해야 한다. 모두를 감동시킬 새로운, 생산적이고, 행복을 가져다주는 미래를 창조한다는 각오가 중요하다.

이번 대선은 이 사회가 희망을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이명박근혜가 민주주의와 헌법을 후퇴시켜 사방이 온통 어지럽지만 그래도 개혁될 희망을 갖게 된 것이 다.새 대통령이 그 짐을 져야 한다. 대통령은 선출직 가운데 국민에게가 가장 큰 권력을 위임받은 정치 머슴이다. 항상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자세로 정치를 해야 한다.

그래서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엄청 크다. 중국 공자, 맹자의 가르침을 현대식으로 소개하면, 훌륭한 대통령은 활쏘기의 달인인 명궁과 같아야 한다. 활을 잘 쏘아 맞히기 위해서는 힘과 기술이 겸비되어야 하는 것처럼 정치도 마찬가지다. 힘만으로는 멀리 쏠 수 있지만 과녁을 정확히 맞히려면 숙달된 솜씨가 있어야 한다. 명궁이 명궁이려면 힘과 기술을 모두 갖춰야 하는 것처럼 정치도 마찬가지다. 힘만으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탁월한 정치력이 있어야 한다.

성공할 자질이 있는 대통령의 성품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며 절도를 지킨다. 그는 온화하면서도 엄숙하다. 그는 따뜻한 온기를 항상 지니면서도 장엄하고 정숙함을 잃지 않는다. 또한 그는 위엄이 있어도 사납지 않다. 의젓하고 엄숙하면서도 사나운 기운을 풍기지 않는다. 사자와 같은 위엄을 지니면서도 남에게 위압감을 주지 않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큰 대통령은 그런 성향을 지닌다. 마지막으로 공손하면서 자연스럽다. 예의 바르고 검소하다 보면 자칫 남의 비위를 맞추려는듯해서 부자연스런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올바른 태도는 공손하되 매우 남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자연스러움을 겸비해야 한다.

올바른 대통령은 공손하되 절도가 있다. 공손하면서 절도가 없으면 상대방을 피곤하게 만들어 헛수고로 끝날 우려가 있다. 또한 신중한 것도 절도가 없으면 지나치게 위축되기 쉽다. 신중한 것이 지나치면 될 일도 안 되는 지경에 빠진다. 용감하지만 절도가 없으면 폭력으로 흐른다. 용감하다 해도 정의 수호 등의 한계를 지녀야지 지나치게 용맹을 뽐내면 기강이 문란해져 큰 혼란이 생긴다. 정직한 것도 절도가 없으면 가혹해진다. 정직은 자신에게 엄하게 요구하되 남에게는 관대해야 한다. 만약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 엄격하면 그 결과는 남을 가혹하게 대해 무자비해 진다.

올바른 대통령은 끊임없이 배우고 생각한다. 배우고 생각하는 것을 균등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한 쪽에 치우치면 위태롭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음이 없다. 반대로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배운 것을 현실에 응용하기 위해서는 배운 것을 곱씹어서 자기 것으로 흡수해야 한다. 배우는 것과 현실에 적용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머릿속에 가득 쌓인 지식이 비현실적인 것이면 오히려 많이 아는 것이 도움이 안 된다. 한편 생각만 하면서 배우지 않으면 아는 것이 없으니 생각의 폭도 좁고 독단에 빠질 위험이 크다. 사람은 아는 만큼 생각할 수 있기도 하다. 여기서 경계할 것이 있다. 올바른 것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정도가 아닌 것을 배우면 그것은 자신에게 큰 독이 되거나 사회에 해를 끼치게 된다. 올바른 것을 골라 배워야지 아무거나 배워 익히는 것은 피한다.

누구나 배움을 게을리 했을 때 빠지는 위험이 적지 않다. 남에게 인자함을 베푸는 것을 좋아하면서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어리석음에 빠진다. 인자한 성품을 지니는 것도 배움을 통해 세상 물정과 사람 사는 모습을 헤아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때 사람이 줏대가 없어 보이고, 때로는 남에게 어리석게 보인다. 지혜를 많이 지니고 있어도 배우기를 게을리 하면 경솔해진다. 지혜는 살아가는데 매우 긴요하다. 그러나 지혜만으로 충분치 않다. 배움을 통해 지식을 넓히면서 그것을 바탕으로 지혜가 많아져야 매사에 명백한 태도를 지니게 된다.

신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나 배우기를 소홀히 하면 남을 해치게 된다. 이는 조직폭력배의 경우를 보면 명백하다. 흔히 깡패들은 같은 패거리들과의 신의를 중시하지만 패거리가 속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신의를 지키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패거리가 아닌 많은 사람들을 헤치고 괴롭히게 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속한 정치 집단에 대한 신의만을 중시하다 보면 국가와 민족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대통령은 가려서 행동해야한다.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가려서 하는 것은 대통령의 성패와 직결된다. 아무도 안 보겠거니 했다가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박근혜와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같은 경우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을 항상 기억한다. 자신의 행동을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면서 행동을 삼가면 큰 낭패는 피할 수 있다. 행하는 일은 누가 보아도 떳떳한 것이어야 한다. 한 두 사람이 보기에 올바른 것이라 해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적절치 못한 것이라고 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이런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행동의 원칙을 확고히 한다. 그 원칙은 정직이다.

대통령은 시작과 끝이 우아하고 감동적이어야 한다. 대통령은 항상 세인의 주목을 받는다. 그의 말 하나, 행동 하나가 뉴스가 된다. 사소한 일이나 중요한 일에 대한 언행은 처음과 끝이 사리에 어긋남이 없어야 한다. 그와 함께 중요한 것은 윤리적으로도 완벽해서 남이 함부로 비판하거나 조롱할 틈을 보여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국가적 대사를 기획, 착수, 끝맺는데도 우아하고 감동적이어야 한다. 어떻게 첫걸음을 내딛을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내고, 그리고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을 것인지를 심사숙고 한다. 아무리 그 취지와 목적이 공익에 부합한다 해도 추진 방법이 서투르거나 비타협적이면 예기치 않은 반발과 반대에 부딪쳐 일을 망친다.

사람들은 무슨 일에 대해 모르면 자기 의견을 밝히는데 멈칫거리거나 일단 반대하는 성향이 있다. 이는 당연한 반응이다. 자신이 확신이 없는데 남이 주장하는 것을 무조건 따르거나 하자는 데로 무작정 따라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것은 민주국가에서 상상키 어렵다. 그러니 남의 동의를 받아 동참하도록 하려면 성의 있는 설득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남에게 알리는 것을 건성으로 하고 난 뒤 뒤늦게 아무런 성과가 없다는 것을 알고 후회해보았자 이미 때는 늦는다.

정책 집행에서는 시작도 중요하고 당연히 끝맺음도 중요하다. 나아가 끝맺음 뒤에도 그것에 대한 사후 관리에도 정치는 신경을 써야 한다. 이런 과정은 대통령 혼자서 이뤄내기는 불가능하다. 당연히 행정 조직이 완벽하게 작동되어야 한다. 따라서 최고 책임자의 위치에 오른 대통령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오케스트라는 악기마다 소리가 다르지만 그것이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화음을 이룰 때 감동적인 아음다움을 준다. 대통령은 행정 조직이라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심정으로 임해야 한다.

정치를 잘 하려고 생각한다고 해서 좋은 정치가 될 수는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자기 수양이 먼저다. 좋은 정치의 근본은 대통령 자신의 인격과 덕망을 수양하는데 있다. 모든 일에는 먼저 할 것과 나중에 할 것이 있는데 가장 우선하는 것이 자기 수양이다. 즉 수신(修身)을 한 다음에 가정을 올바르게 가꾸는 제가(齊家), 그 다음이 나라를 다스리려 천하 통일 을 이루는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이다.

훌륭한 대통령은 자신을 이기는 것이 결국 남을 이기는 것이며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가를 파악해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의 확신에 도취하면 천하가 다 반대하는데도 자신과 극소수의 참모들만이 찬성하는 어리석음을 범한다. 그런 일이 되풀이 되면 민심이 등을 돌린다. 그러니 확신을 가지기 이전에 정확히 살펴서 파악하는 신중한 자세와 자신이 언제나 잘못 판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여론의 흐름을 잘 살피는 것도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것인지를 가려낼 좋은 방법이다. 여론을 잘 살피는 자세가 자신을 수양하는 방법의 하나이며, 그렇게 하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정치는 언론이 정치를 비판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관용하는 기본자세를 지니면서 언론이 잘못했을 때 그에 합당한 법률적 책임을 지도록 하면 될 일이었다. 정치권력이 사회의 모든 크고 작은 권력에 신경을 쓰면서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응수하는 태도는 어쩌면 힘의 논리에 함몰된 사고방식의 결과인지 모른다. 민주주의의 정치권력은 관용에서 출발한다는 기본양식이 결여된 결과이다.

민주주의의 바탕이 관용이라는 것은 대소 선거가 있으면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라서, 다음 선거까지 승자가 패자에 대해 관용하는 자세를 지녀야 하는 기본 룰을 의미한다. 패자에 대한 관용이 없으면 다음 선거가 불가능해진다는 불행한 사태가 올 수 있다. 권력이 언론을 대할 때도 언론은 사회의 소금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언론의 존재를 관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민주사회에서 힘, 즉 권력의 실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행사가 쉽지만은 않다.

새 대통령이 이상과 같은 자질을 지니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그러나 현실은 현실은 현실이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그것도 아니면 차차선을 택해야 한다. 그것이 선거다. 유권자들이 최선을 다해서 대통령이라는 정치 모슴을 골라야 한다. 이는 유권자 자신의 이해관계와 직결된다. 투표를 반드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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