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1일 미국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과 만나는 것이 적절하다면 전적으로 그렇게 할 것이고 ‘영광’일 것이라고 밝혔다<자유아시아방송>.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은 ‘적절한 상황에서라면’이라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인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겠지만, 자신은 적절한 상황 아래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것이며 이는 긴급 뉴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절한 상황이 무엇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난달 30일 미국 CBS 방송과 한 ‘취임 100일’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을 두고 ‘꽤 영리한 녀석(pretty smart cookie)’이라고 표현한 뒤 연이어 나온 것이다. 트럼프는 김정은이 26살의 젊은 나이에 아버지가 죽고, 권력을 빼앗으려는 사람들, 장군 등 어려운 사람들을 다뤄야 했지만, 결국 권력을 잡았다고 말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대북 정책의 방향을 강하게 밝히면서 미 고위 관리들도 같은 방향의 발언을 내놓은 것도 주목된다. 미 행정부 내에서는 트럼프의 대북 정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고 그 방향으로 분위기를 잡아가는 노력이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 헤일리 미 유엔대사 등도 잇따라 ‘김정은이 미친 사람은 아니다, 불안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핵미사일 도발을 계속하는 것인데, 미국은 북한 정권을 교체할 뜻은 없다’고 말했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북한이 올바른 의제에 대해 논할 준비가 된다면 북미 직접대화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발언을 보면 한국 정치권에서는 국보법에 짓눌려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의 것이다. 남한에서는 화들짝 놀랄 발언이다. 잡혀갈까 두려워 상상도 하지 않는 발언이다. 북한에 대해 고무찬양, 동조를 엄금하는 국보법 탓이다.

19대 대선이 막바지에 달했지만 수구 보수 세력의 종북, 좌파 공세 속에 남북교류협력을 증대시킬 구체적인 공약이나 비전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대권 유력 후보나 정치권에서 북한에 대한 긍정적인 발언이 나온 적은 거의 없다.

남한 언론은 북한의 모든 언행에 대해 ‘숨은 의도와 저의가 무엇이냐’ ‘도발이다’라는 식으로 낙인찍는 기사만을 내놓고 있을 뿐이다. 국보법이 현실 파악을 제대로 못하게 만들거나 최상의 대응을 못하게 하면서 남북 적대감만 고조시킨다는 점이 트럼프의 대북 관련 언행에서도 반증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남한은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뒤쳐진 채 국제사회에서 조롱거리가 되는 신세를 면키 어렵다.

한편 북한은 1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내고 미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 정책에 대해 처음으로 반응을 보였는데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과 대화국면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자유아시아방송>.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최근 끝난 한미 군사훈련을 북한에 대한 핵 선제타격 기도였고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위기도 승리적으로 타개했다’고 밝혔다면서 한반도 정세가 “또 한차례의 고비를 넘겼다”고 표현했다.

이 담화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대북 정책도 대북 적대시 정책의 다른 표현으로 간주하면서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핵 선제공격 능력을 계속 강화하겠다. 핵무력 고도화 조치는 최고 수뇌부가 결심하는 임의의 시각, 임의의 장소에서 계속 진행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국의 ‘압박과 관여’ 정책에 대한 반응이고, 큰 틀에서 향후 한국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나면 미국과 대화할 수 있다는 간접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한 이후 이뤄진 백악관 정례기자설명회에서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적절한 상황이 무엇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적절한 상황이라는 것에는 많은 것들이 있고, 그것은 매우 중요한 열쇠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은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이 즉각적으로 감소하는 것을 봐야 한다”며 북한의 도발 중지가 조건 중의 하나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 상황으로는 ‘적절한 조건’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만남이 ‘영광’ 일 것이라고 표현한 부분에 한 나라의 지도자이고 외교적인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꽤 영리한 녀석’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은 어린 나이에 핵무기를 가지고 한 나라를 통치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같은 날 이뤄진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누가 안전하겠습니까? 그들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북한이 미국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음을 지적했었다.

한편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 CIA 국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비공개 속에 한국을 방문해 이병호 국정원장, 청와대 고위 관계자 등과 잇달아 회동한 것으로 전해진 것도 주목된다. 폼페오 CIA 국장의 한국 방문은 ‘최고의 압박과 개입’이라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발표와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이뤄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로써 지난 1월 20일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외교와 안보 계통에 이어 정보 계통의 주요 핵심 인사들이 모두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 2월과 3월 짐 매티스 국방장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한국을 찾았고, 지난달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한국을 다녀갔다.

미국과 북한이 무력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하고 미국의 외교, 국방 수장에 이어 정보당국 수장까지 방한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오바마와 달리 북한과 대화를 할 의향이 강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해법의 가닥이 잡힌 것을 더욱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즉 중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미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과 대화를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정을 준수할 것이라며 북한으로부터 석탄 수입을 중단한데 이어 추후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강행하면 북한에 대한 석유 수출을 중단하는 등 북한경제에 큰 타격을 가할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군사적 압박을 추진하면서도 북한 정권 교체나 대북 무력 사용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밝혀 대북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를 공개했었다. 사드 문제도 미중 정상 간에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미중정상회담 이후 중국 언론의 사드에 대한 기사가 대폭 줄어든 것도 예사롭지 않다.

사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은 고래싸움에 끼인 새우 모습의 형국이다. 중국이 사드 보복을 취해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사드 비용 10억 달러를 한국이 부담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는 군사적 자주권을 상실한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동네북이 되는지를 드러낸다.

대선 과정에서 남한의 국방 주권이 미국에게 예속된 것을 상징하면서 사드 강행 배치의 원동력이 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이나 그 개폐 필요성조차 언급되지 않으면서 외세가 남한을 국제적 왕따로 만드는 계기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이런 치욕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전시작적권 환수와 불평등한 한미상호방위조약 개폐, 평화조약 추진 등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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