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는 1900년생이시니 45세 때 해방을 맞았다.

지방의 작은 도시에 살았던 아버지는 늦게 얻은 어린 아들을 무릎팍에 앉혀놓고 가끔씩 해방 때의 감격을 말씀하시곤 했다.(자식이 조금 커서는 6.25 전쟁 때의 참상-번갈아가며 발생한 좌우익의 상호 학살도 속삭이듯 이야기해 주셨다)

아버지의 감격은 한참 후에 배운 ‘광복절노래’의 가사에 그대로 담겨 있다.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 어찌하리

이 날이 사십 년 뜨거운 피 엉긴 자취니

길이길이 지키세 길이길이 지키세

꿈엔들 잊을 건가 지난날을 잊을 건가

다 같이 복을 심어 잘 가꿔 길러 하늘 닿게

세계에 보답될 거룩한 빛에서 나리니

함께 지켜 나가세 함께 지켜 나가세

오늘 나는 해방 때 아버지의 감격보다 더 감격스럽다.

아버지의 해방은 ‘도둑처럼’ 숨어들어 왔지만,

오늘 압제자로부터의 해방은 지난한 세월 우리들의 강고한 투쟁으로 이루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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