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원기왕성 마징가제트 할아버지들 때문에 무서워 죽겠어요. “왜 태극기를 들고 있지 않느냐”며 길가던 젊은이 두들겨패는 할배, “빨갱이는 죽여도 된다”고 소리 벅벅 지르는 할배. “젊은날 고생해서 먹고 살만한 세상 만들어 줬더니 촛불질한다”고 삿대질하는 할배.... 뭐 다는 아닐테고, 일부 할배들이 그러는 모양이에요.

남미 안데스 산맥 폐광에 사는 무키라는 혈기왕성 노인 괴물들이 있어요. 행태가 일부 친박 할배들과 참 비슷해요. 우선 생긴게 무서워요. 첫인상부터가 벌써 호전적, 공격적으로 생겼어요. 누구 하나 걸리면 무조건 시비걸고 싸움걸겠다는 인상이에요. 눈매도 무서워서 “마치 금속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빛을 반사한다”고 해요. 덩치는 작지만 목소리는 매우 거칠어요. 특히 철광에 사는 할배들은 목소리가 헤비메탈이에요. 할배의 상징인 수염도 무척 길어요.

할배 괴물들은 광부 복장을 좋아해요. 광부처럼 헬밋, 장화 등을 착용하고 돌아다녀요. 작업복 색깔은 대체로 녹색이에요. 작업복 위로 광부용 판초를 입기도 해요. 헬밋에 랜턴 달고 다니는 할배들도 있어요. 산업역군, 근대화의 주역임을 자랑하는 것 같아요. 근데요, 언제 그냥 놀고 먹던 시대가 한번이라도 있었나요.

할배들은 주로 광부들을 괴롭혀요. 갱도가 무너지고 어쩌구 하는 사고들은 대개 이 할배들 짓이라고 보면 돼요. 광부들을 속이기 위해 동물이나 금발의 백인으로(!) 변신하기도 해요. 이럴 땐 목소리도 부드러워져요. 할배들은 취업사기 범죄도 저질러요. 일이 힘들어 헉헉거리는 광부들에게 “코카 회사나 술 회사에 취직시켜주마”며 접근해요. 취업이 잘 안되는 여자들한테도 취직시켜준다고 다가가요. 광부 때려치고 술 회사 들어가면 일이 익숙치 않으니 아무래도 성과가 잘 안나요. 그러면 할배들은 그걸 트집잡아 목숨을 빼앗아가요.

정말 고약한 건 무방비 상태의 순진무구한 애들까지 괴롭힌다는 사실이에요. 그중 가장 악질적인 건 애들을 납치한다는 거에요. 이거 또 애들 괴롭히는 어떤 친박 할배들을 떠올리게 하네. 지난 1일, 애들이 친박부수자 단체가 주최한 3.1절 기념행사에 참석했대요. “참가하면 봉사점수 8시간을 준다”는 주최측 공고를 보고 나간 거래요. 근데 웃기는 일이 벌어졌어요. 아래, 지난 2일의 JTBC 보도에요.

(전략) 그런데 행사 취지와는 상관없이 태극기 바람으로 촛불을 잡자며 친박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듯한 발언까지 나와 참가했던 학생들이 당황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신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 청소년 수십명이 모였습니다. 3·1절 기념 행사에 참가하면 봉사 점수 8시간을 준다는 주최측의 공고를 보고 나온 겁니다. 그런데 ''선열들의 희생을 되새긴다''는 행사취지와 관계없는 내용의 연설이 이어졌습니다. (중략) 한 노인은 여고생들에게 접근해 훈수를 둡니다.

행사 참가자 : 언론이 말한 모든 괴담으로 인해 (최순실이) 갇혀 있는 거야.

학생들은 무섭고 황당했다고 말했습니다.

A양/고등학교 2학년 : 3·1절 뜻깊은 행사잖아요. 참여하고 합창하려고 온 것인데…

B양/고등학교 2학년 : 촛불 애들이 악마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고요. 너도 살고 나도 살려면 박근혜가 탄핵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하략)

아이고, 징그럽고 지겨운 할배들. 친박 할배들의 행패는 세대갈등이나 이념갈등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그냥 나이를 무기삼아 막무가내 생떼짓만 하잖아요. 코딱지만큼의 지성도 없잖아요. 할배님들, 나이는 무기가 아니에요. 나이가 무기인 세상도 웃기지만, 백보양보해 나이를 무기 삼고싶으시면 나이값부터 하셔. 그냥 확 십장생을 어버이로 모실까부다.

무키의 생김새
키 60 센티미터. 덩치에 비해 발은 비정상적으로 큼. 거위나 까마귀 다리를 갖고 있는 경우 있음. 오리처럼 걸음걸이 뒤뚱뒤뚱. 목이 없어 머리와 몸이 막바로 붙어있음. 지역이나 광산에 따라 뿔 달고 있는 할배들도 있음. 금발, 장발. 얼굴에 털 많음. 귀는 뾰족. 피부는 창백. 햇빛 못받고 사는 광부들의 그렇잖아요.

기독교의 무키 활용법
원주민들의 원래 이야기에서는 “무화과나무 혹은 바나나나무에 사는 고릴라에게 잡혀간 애들이 무키가 된다”고 함. 그러나 식민주의 시대가 되자 백인과 기독교인들은 “태어난 아기를 세례시키지 않으면 무키가 된다”고 협박하는 이야기로 바꿔버림. 특히 페루 남부 지역에서 이런 현상 심함.

변화하는 무키
지역마다, 광산마다 무키의 캐릭터와 이야기가 약간씩 다름. 세월따라 계속, 조금씩 바뀜. 시대에 따라 광부 복장과 장비도 달라짐. 예를 들면, 1930년대 들어서는 이 할배 괴물들이 랜턴을 들기 시작.

무키 할배 퇴치법
우선 무서워하지 말것. “나이가 무기냐... 나이가 무기냐...” 중얼거리면서 벨트를 풀어 전투준비. 우렁차게 “내 무기는 벨트다!”를 외침.

독거 무키
무키 할배들은 안데스 산맥의 버려진 폐광에서 홀로 살기를 좋아함. 간혹 몇몇씩 모여 집단서식하는 경우도 있음. 지금의 할배 나이에서 더 이상 늙지 않음. 한번 할배면 영원한 할배. 시간을 초월한 존재들. 영원한 어둠이 할배들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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