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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너 죽어야 산다˝[내 인생의 취재기] 김정남 암살보도의 진실을 파헤치다
〈고승우 전 한겨레 기자 (현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
  • 관리자
  • 승인 2017.02.22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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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은 오랜 세월 도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아! 이것이다”하면서 오도송을 부르는데 그 이후에는 어떻게 생활할까? 한번 깨우쳤으니 그 뒤로는 니나노 일까? 아니다. 그 해답은 아래의 8자 속에 들어 있다.

제행무상(諸行無常)

용맹정진(勇猛靜進)

세상은 변치 않는 것이 없으니 항상 살피고 파악키 위해 노력하라는 것이다. 득도는 또 하나의 시작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석가모니도 득도한 뒤에도 계속 수행한 것이다. 불가에서 가장 중시하는 수행의 자세가 위의 8자 속에 들어있다.

이런 불가의 생활 지침은 언론인들에게도 꼭 들어맞는다. 세상은 변하기 때문에 계속 살피고 확인하면서 검증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흘러간 옛 이야기를 하는 것과 같다. 만약 그런 옛 지식으로 기사를 쓴다면 그것은 매우 부적절한 것이다. 언론이 하루의 역사라 하는 것의 의미는 매우 심오하다.

남북문제, 북한문제에서 우리 언론의 보도는 ‘제행무상, 용맹정진’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때로는 구역질이 나거나 심지어 끔찍하다. 뻔히 보이고 들리는데도 ‘북한 너 웬수, 죽어야 한다’라는 식의 기사를 양산한다. 이런 비극은 우연이 아니다. 국가보안법 탓도 크다.

국보법은 수십 년 동안 이 나라를 지배하면서 언론의 자유를 짓밟아왔다. 그것은 너무 오랜 기간 지속되다보니 오늘날 대부분의 언론은 국보법에 대해 자기 검열로 대처하는데 아주 익숙하다. 국보법 7조 ‘고무 찬양 동조’라는 무시무시한 올가미에 걸리지 않기 위해 언론은 북한이 언제나 악하고 망해서 없어져야 할 반정부 집단으로 매도하는 기사를 생산한다.

언론의 이런 약점을 파고 든 것이 국정원이나 통일부 등이다. 카더라 수준이거나 작문 수준의 자료를 배포만 하면 언론은 넙죽 받아서 대서특필하는 것이다. 국정원의 자료가 허위로 밝혀지는 일이 흔하지만 언론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북한에 대해 아무리 조저도 민형사상 책임을 질 필요가 없으니 거리낄게 없다는 태도로 써 갈긴다.

김정남 사망 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건이 알려진 직후 언론은 취재와 추정, 그리고 국정원의 자료 등을 뒤섞어 ‘북한이 특수부대를 파견해 독침으로 암살했다’고 단정 짓는 기사를 쏟아냈다. 고도의 훈련을 받은 특수부대의 암살치고는 너무 허술한 점이 한 둘이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언론이나 국내 정보기관은 문제 삼지 않았다. 종편의 경우 국정원 출신들이 패널로 나와 국보법에 의해 타도 대상인 북한의 확실한 소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건 발생 직후 말레이 수사 당국이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 해외 언론들은 한국 정보기관과 언론의 단정적인 정보와 기사를 베껴, 전 세계적으로 김정남은 북한에 의해 살해된 것이라는 정보가 확산됐다. 말레이 정부는 사건 발생 3일 만에 부총리가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이 사건 배후라는 것은 단순한 추정이다. 이 사건으로 말레이와 북한 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국내 언론은 ‘북한이 사건 배후라는 것은 단순한 추정이다’라는 내용을 보도치 않았다.

당시 필자는 말레이 현지 언론을 점검하다가 말레이시아 일간지 가 ‘북한이 사건 배후라는 것은 단순한 추정이다’라고 보도한 것을 발견했다. 이런 발언은 이번 사건이 북한 공작원의 암살이라고 한국 정보기관과 언론이 주장한 것과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당연히 크게 주목할 내용이었다. 그런데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 국내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것은 너무 놀라운 일이었다. 당시 말레이 부총리는 영어로 기자회견을 했고 국내 다수 언론사가 현지에 특파원을 파견한 상황이었으니 더욱 기이한 일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즉시 의 보도 내용을 아는 후배들이 근무하는 6개 언론사에 통보했고 5시간 뒤 연합뉴스에서 해당 내용이 들어간 기사를 보도했다. 필자가 보낸 자료를 받은 다른 언론사에서도 이를 보도했다. 연합뉴스기사가 나온 직후 포털 사이트 <다음>의 뉴스 란에 두 번째로 주요한 기사로 올라갔다가 곧 자취를 감추었고 상당 시간 동안 이 기사는 주요 기사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또한 기이한 일이었다.

말레이 부총리 기자회견 이후 해외언론은 국내 언론 베끼기를 멈추었다. 국내 언론은 1차 부검에서 사인이 나오지 않자 언론은 신종 독극물 사용으로 몰고 가는 등 작문 수준의 보도를 이어갔다. 이 사건의 결말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 예단할 수 없으나 북한과 관련만 되면 국정원의 믿거나 말거나 수준의 정보 제공과 언론사의 받아쓰기가 지속되는 것은 정말 고쳐야 한다.

국정원은 대북 심리전 차원에서 북한을 흠집 내기 위한 행동을 취하겠지만 언론은 그렇지 않다. 언론은 제 4부로써 영역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국정원이 책임져 주지 않는다. 국내 언론의 심각한 병폐의 하나가 평화통일과 역행하는 정보를 기사화하는 관행이다. 이는 국보법을 개폐해서 종북공세를 근절시키는 작업과 함께 폐기해야 한다.

박근혜 게이트로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북풍이 불 조짐이 커지는 가운데 언론이 그 불쏘시개가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부는 휴전선 대북 방송에서 북한의 김정남 암살 범행을 방송하고, 테러지원국으로 제재를 가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한다. 말레이 당국이 사인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는데 정부가 한참 앞서가는 행동을 한다. 이는 대선을 의식한 행위라는 비판을 자초한다.

언론이 권력 감시자의 역할을 망각하거나 초등학생 수준의 판단력조차 마비된 듯한 태도로 보도하는 것은 이제 고쳐야 한다. 정보화, sns 시대에 국격이 어떤 식으로 무너지고 3등 국가, 기레기 언론으로 추락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제는 언론의 악취 나는 체질을 고쳐야 한다. 당연히 사상과 언론자유를 억압하는 국보법을 개폐해야 한다. 언론이 ‘제행무상, 용맹정진’의 자세로 민주주의 발전과 평화통일에 적극 기여해야 한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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