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정치 - 자유언론실천재단

언론계에 있으면서 "언론 출신이 정치를 할 수는 있겠지만

큰 정치인 되기는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큰 정치인이 되려면 배포가 크고,

포용력이 있어야 하고,

앞장 서서 일을 주도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질 줄 아는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반면 기자는 쓸데없이 자존심만 강해서 포용력이 부족하고, 일을 주도하지 않고 관찰만 하면서 비판하는 직업적 특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치인이 해서는 안 될 짓만 골라서 훈련 받는 셈이다.

그래도 기자라는 직업 특성이 큰 정치인 되기에는 적합치 않을지 몰라도 최소한 외교관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다.

대부분 기자들은 초년병 시절 사회부를 거치면서 사회의 밑바닥을 샅샅이 들여다 볼 기회가 있다.

그 자신 대부분 흙수저 출신이기도 하다.

반면 외교관들은 처음부터 고급 관료의 위계에 편입해 서민생활 따위에는 신경 쓸 이유가 없다.

국내보다 외국에 더 많이 나가 있으면서 국내 문제보다 주재국 문제에 더 관심을 갖고 정통할 것을 요구받는다.

또 기자는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조직의 일을 하는데,

외교관은 처음부터 끝까지 조직의 일원으로 조직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

기자는 ''강자에 강할 것''을 요구받는데(실제 그렇지 못해서 ''기레기''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외교관은 강자에 약하고 대신 충성이 큰 덕목이다. (''작은 정치인''의 전형이다)

기자들은 위아래 위계질서를 무시하고 깨고 싶어 안달을 하는데,

외교관들은 의전에 목숨거는 것도 크게 다른 대목이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기자들이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판단하고,

자신이 취재한 사실을 가장 정확하고 간명하게 밝히는 훈련을 받는데 비해,

외교관은 두루뭉술한 모호성을 생명으로 한다는 점이다.

좋다 나쁘다, 혹은 된다 안 된다의 판단이 없을 수야 없겠지만, 외교관 입에서 나오는 말은 항상 ''may be(아마도)''다.

외교관이 대부분 ''장어''로 비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정치는 말''이라는데, 이 사람들이 정치를 하면 유권자들이 말귀를 알아 먹을 도리가 없을 것이다.

굳이 기자와의 비교가 아니더라도 외교관이 절대 큰 정치인이 될 수 없다는 증거가 어제 나왔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큰 정치인들은 당 하나쯤은 언제든 뚝딱뚝딱 만들 능력이 있었다.

적어도 "(정치 하는데) 다 내 돈 써야 하니 힘들다"고 징징거리며 "(그래서) 어떤 정당에라도 들어가야겠다"고 우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