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강력한 대통령 후보 문재인 전 더민주당 대표가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바꿨다는 비판의 소리가 요란하길래 문제가 된 조선일보 인터뷰 전문을 살펴봤다.

그 중 사드 문제에 대한 대목은 다음과 같다.

-사드를 다음 정부로 넘긴다고 했는데, 철회를 전제로 한 건 아닌가.

=공론화를 하고 결정하자는 거다. 반드시 철회라는 것을 작정하고 다음 정부로 넘기라고 하는 건 아니다. 한미간 합의가 이뤄진 것을 그렇게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내부적으로 국회 동의 절차 같은 공론화 과정이 필요했고, 대외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외교적인 설득 노력이 필요했다. 이런 과정이 없이 사드 배치가 결정됐다. 그래서 이 문제를 다음 정부로 넘기면, 차기 정부가 국회 비준을 포함한 공론화 과정도 갖고 중국과 러시아를 대외적으로 설득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문 전 대표가 지난해 7월13일 ‘사드 배치 결정의 재검토와 공론화를 요청한다’는 제목의 개인성명을 찾아봤다.

“국익의 관점에서 볼 때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결정이라고 판단된다”

“사드 결정을 재검토하고 공론화할 것을 요청한다”

“안보에 관한 정부의 결정은 가급적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그러나) 정부의 전격적인 사드 배치 결정은 도대체 왜 이렇게 성급하게 졸속으로 결정을 서두르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는 사드 문제를 잘못 처리해 ‘위기관리’는커녕 오히려 ‘위기조장’으로 국민을 분열시키고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는 것과 주변국과의 공조, 협력외교를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부지 제공과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증액 등 재정적 부담을 수반하므로, 국회 동의절차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교해 본 결과, 나는 문 전 대표가 입장을 바꿨다고 비판할 이유를 단 하나도 찾을 수가 없었다.

‘공론화’를 해야 한다는 것도 그 때와 같고, 졸속 결정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같다. 그때도 재검토하자고 했지 당장 철회하자고는 하지 않았다.

“한미간 합의가 이뤄진 것을 그렇게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지금의 입장은 “안보(문제)에 정부의 결정은 가급적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그때의 입장을 오히려 버전업시킨 것이다.(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우리 정부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 한미간 합의는 더욱 존중해야 맞지 않겠는가)

내가 보기에 문 전 대표가 ‘철회’라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은, 지난해 성명서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잘못된 처리가 국민을 분열시킬 우려가 있다고 걱정”한 바 있는 것처럼, 지금 자신이 ‘철회’를 분명히 하면 역으로 국민이 분열될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본다.

또 그가 “중국과 러시아를 대외적으로 설득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대목은 “미국도 설득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드 절대 반대주의자다. 핵무기는 물론 사드가 이 땅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문 전 대표에게 요구하는 것처럼 당장 사드 반대를 천명하고 철회운동에 나서지는 않겠다.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 더 시급하고 효울적인, 그리고 유일한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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