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이 밝았다. 새 해에 새 기분으로 현재를 살피고 미래를 가늠해 본다. 항상 그렇듯이 우리는 익숙한 것, 많은 것에 대해서는 별 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 가운데 같이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 - 주변은 물론 전 인류를 포함해 -에 대한 것도 포함된다.

우리는 인간에 대해 나 자신, 가족, 친척이나 친구, 동포. 이민족, 외국인 등으로 나눠 생각한다. 그러면서 세계 인구가 70억 명인 것을 생각하게 되고, 많은 것은 그저 그런 것으로 여기고 만다. 흔하디흔한 인간에 대해 신비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동식물의 희귀종에 대해서는 귀하게 여기는 것과 다른 태도다.

현대는 신비한 것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다.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그렇게 됐다. 과거 신비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요즘은 그 대상에서 제외되었거나 제외되는 과정에 있다. 더 이상 숲속의 요정이나 거인, 난쟁이 나라를 말하지 않는다. 신비한 것이 실종되는 시대다.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

인간이 바로 신비한 존재다. 인간의 집합체인 인류가 불가사의한 존재고 그 세포격인 인간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20여 년 전에 나온 과학 기술의 연구 결과다. 고고학자, 생태학자들의 연구 결과 현존 70억 인류는 20만 년 전 아프리카의 한 어머니 후손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에 대한 반론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조상이 하나인 인류가 왜 신비한 것인가? 5대양 6대주에서 유사 이래 전개된 다양한 문화, 문명에 그 비밀이 숨어 있다. 인류의 역사는 한 조상의 후손들이 지닌 놀라운 유전적 요인들이 다채롭게 발현한 결과물이다. 그것은 뿌리가 다른 인종이 각각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헤아릴 길 없는 다양성과 이질성 등이 인류의 업적에서 발견되는 것은 인류의 잠재력, 유전적 가능성이 거의 무한하다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인류의 이성과 감성적 능력은 고대로부터 각 지역에서 서로 다른 문화, 문명, 언어, 전통, 예술, 스포츠, 음식, 생활습관 등을 표출했고 그것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인류는 시대별로 보면 다양한 자질과 능력을 지닌 개개인들의 복합체다. 개개인들은 독특한 개체의 역할을 하면서 하나의 세포처럼 전체 인류의 한 부분을 이룬다. 인류는 대를 이어 존재하는 인간들에 의해 계속 존속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인류의 현재적 능력과 유전적 잠재력은 측량할 수 없이 광대하다. 거의 무한대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인류가 현재화 시킨 유전적 잠재력을 보면 미래 또한 인류의 발전은 과거의 그것처럼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류의 변화와 진보는 계속 진행 중으로 그 상한선이 보이지 않는다. 인류는 인간이 상상하는 신의 존재와 유사하다고 할만하다.

인류의 전진 가능성은 그 끝이 있을까? 아직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인류는 인공지능과 인간 복제에 멈추지 않고 그것을 뛰어넘어 계속 나아갈 것이란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류, 이것은 바로 인간이 신비한 존재라고 불릴만한 근거다.

인간의 잠재력은 인간의 두뇌의 잠재력과 직결된다. 인간의 뇌는 최고 3백억 개의 신경조직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신경조직들이 서로 연결되어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뇌의 기능에 대해서는 현대 과학으로 많이 규명되었지만 총체적인 것은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인간의 뇌는 환경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고 저장하면서 그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가공하는 기능을 가져 흔히 생물학적 컴퓨터로 일컬어진다. 생물학적인 컴퓨터의 기능이 개인별로 차이가 있어 다양한 기능으로 발현되거나 기인, 천재 등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오늘날 인류는 보동사람의 지능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이나 인간 복제가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 두뇌의 작업 결과다. 이에 대해 인간이 신의 영역을 침범한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이는 과거 인류가 불가능하게 여겼던 영역으로 진입한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신의 영역으로 여긴 것에 대한 상상력이 발전할 것은 분명하고 그에 따른 인류의 경이적인 발전은 그 상한선을 계속 높여갈지 모른다. 오늘날 인류는 계속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미래의 청사진을 만들어내는데 그것은 이른바 금단의 대상인 신의 영역을 더 넓히거나 깊게 하는 채비를 갖추는 과정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을 돌아보면 간단치 않고 실망스럽거나 절망스런 것들로 넘쳐난다. 인류를 구성하는 개체인 인간은 감정과 이성을 가진 복합적 존재로 착한 신과 같은 선량한 측면과 함께 악마와 같은 폭력성, 야만성, 잔인성을 지니고 있다. 지상 낙원을 만들려고 시도하면서도 인류멸망을 모의하거나 자신과 함께 타인을 죽이는 자살 폭탄 논리도 실천하는 모순 덩어리다.

인간의 기이하고 신비하기까지 한 속성이 만들어내는 사회 또한 마찬가지로 측정하거나 예측하기 힘들다. 그 결과 사회과학은 자연과학과 같은 객관적이고 엄밀성을 지닌 과학과는 거리가 멀다. 사회과학은 삶을 도와주는 지혜정도의 수준에 불과하다.

인간은 신비한 존재이지만 그 악마적인 자질은 자기의 형제자매, 사촌인 다른 인간을 차별하고 학대하는 것에서 극에 달한다. 인류의 역사는 진리 탐구의 역사지만 그 과정이나 그 결론은 매우 혼란스럽다. 예를 들면 나의 정의는 당신의 정의가 아닌 것이다.

인간들은 서로 상반된 것을 정의, 진리라고 주장하는 것과 함께 삼라만상에 대한 다양한 주장, 이론들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런 혼란의 파생물이 긍정적인 것도 분명 존재한다. 예를 들면 보수와 진보의 차이와 대립 또는 공존이 진화와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수십 년 전까지 현존 인류는 다양한 조상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여겨져 왔다. 즉 백인종, 황인종, 흑인종으로 분류되고 이 인종들은 각각 서로 다른 뿌리의 후손이라고 여긴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오늘날 지구상의 다양한 민족에 대한 연구 결과 인종은 존재치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피부색과 골격이 다른 것은 환경 등의 원인으로 발생한 경미한 현상이며 현존 인류는 모두 형제자매, 친족관계라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과학자들은 인종이라는 구분은 1-2천년 동안의 세월이면 그 차이가 사라진다고 밝히고 있다.

황인종, 백인종, 흑인종을 따지고 구분하게 된 것은 특히 서양에서 식민지 쟁탈전이 본격화되면서 이민족에 대한 침략과 노예제도를 합리화시키는 과정에서 그렇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종이 다르니 짐승처럼 학대해도 된다는 해괴한 논리를 개발한 것이다.

조상이 하나인 인류가 동족을 해치고 불행하게 만드는 전쟁과 기근, 환경 문제를 극복할 방안은 없나? 있다. 아직 실천의 단계로 가지 못했지만 그 모범 답안은 나와 있다. 그것은 지구촌 차원의 협치가 해답이다. 유엔과 함께 유럽연합은 세계정부를 지향하는 모범 답안이고 세계 정부, 세계적 협치라는 목표를 추진할 나침판이다.

?인간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자본주의를 발달시켰다. 인간은 만족할 줄 모르는, 상한선 없는 욕망을 지녀 지상에 유토피아를 만들 수 없는 존재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과학이 더욱 발전할 경우 인간의 능력과 잠재력에 대한 총체적인 파악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지상 낙원을 만들려고 시도할 지도 모른다.

인간에 대한 학문인 인문학은 인간은 신비한 존재라는 관점으로 새로 시작해야 한다. 인문학은 사회과학의 바탕이요 출발점이다. 현재의 인문학은 현존 인류가 그 조상이 다른 여러 인종의 후손이라는 관점에 갇혀 있다. 그 결과 나와 너를 구분하고 우리와 당신들 또는 그들을 차별하고 우리나라가 타국과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혁명적으로 변해야 한다. 사회과학이 자연과학과 동일 수준의 과학이 되려면 인간의 속성에 대한 모든 것이 규명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인간의 본질에 대해 제대로 파악 못한 상태에서의 사회과학은 인간 사회를 설명하고 예측하는데 턱 없이 부족하다. 사회에 대한 과학이 존재하는 것과 같은 착각을 벗어버려야 한다. 이런 착각이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부작용을 빚는다.

인류가 하나의 조상이라지만 국제 현실은 지역내, 지역간 또는 민족간, 국가간 분쟁 속에서 테러, 인종차별의식 등이 여전하다. 매우 참담한 비극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요즘 박근혜 게이트 일당들의 파렴치하고 뻔뻔스런 모습을 보면서 그들에 대한 혐오감이나 실망감, 분노의 감정을 갖게 된다. 노벨 평화상을 받았던 버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가 소수 민족에 대한 학대를 방치한다는 비판을 국제사회로부터 받고 있는 것은 착잡하다. 그렇지 않을 인물 같은데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한반도는 특히 분단이 장기화되면서 무력 대치 속에 남북 적대감, 이질감이 심화되고 이른바 같은 민족인데도 그렇지 않은 것처럼 서로 으르렁댄다. 이념은 민족에 우선한다는 식의 비과학적 논리 속에 편 가르기가 심각하다 보니 그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다. 남북의 재통합을 위해서도 현 인류가 모두 같은 핏줄이라는 과학적 사실을 직시하고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 조상들은 일찌감치 4해 동포주의를 강조하면서 범인류적 차원의 평등과 사랑, 행복 추구를 강조했다.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는 진리를 실천할 때다.

한 조상의 후손이라는 인간들이 보이는 모습이 각양각색이어서 혼란스럽다. 모두가 형제, 자매, 사촌이라는데 같이 손잡고 따뜻하게 지내기 어려운 그런 인과관계가 항상 존재한다. 인간에 대해 신비한 감정을 지니지 못하게 하는 결정적 요인들일지 모른다.

과거와 현재 가릴 것 없이 항상 존재하는 이런저런 인간의 모습을 생각하면서도 하나의 조상을 둔 후손이라는 인간, 인류가 지닌 신비한 측면을 생략할 수는 없다. 불가사의한 점이 여전히 주위에 널려 있다는 것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인간, 인류가 계속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지 모른다. 새해를 맞아 새삼 확인되는 모호한 수수께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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