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 자유언론실천재단

2014년 10월 4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통진당 해산 판결-연내 선고’를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전국언론노조가 입수한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메모 내용이다.

그해 10월 17일 국정감사 오찬장에서 박한철 헌재소장은 국회의원들에게 해산 심판 선고를 ‘올해 안에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석기 통진당 의원의 사건이 대법원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헌재의 이같은 입장은 대단히 이례적인 것이었고 당연히 논란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헌재는 이후 일사천리로 재판을 진행해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인 그해 12월 19일 재판관 8 대 1의 의견으로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렸다.

2013년 7월 8일 한명숙 총리 2심 재판부(주심 정형식)는 선고 날짜를 8월 19일로 정했다.

1심 재판에서 22차례 재판을 거듭하면서 20명 가까운 증인들이 나와 온갖 증거와 증인들을 토해 낸 결과가 ‘무죄’였기 때문에, 단 3차례 2명의 증인만을 부른 후 재판을 마무리한 2심 결과 역시 당연히 ‘무죄’일 것이라고 모든 관계자들이 낙관했다.

그런데 8월 18일, 느닷없이 다음날로 예정된 한 총리에 대한 선고공판이 다음달 16일 오후2시로 한 달 연기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리고 9월 16일 정형식은 한 총리에게 징역 2년 추징금 8억8천만 원의 유죄 판결을 때렸다. 1심 판결을 180도 뒤집은 데 대한 어떠한 논리적 합리적 설명도 없었다.

7월 8일 선고 날짜(8월 19일)를 정하고, 8월 18일 갑자기 선고 날짜(9월 16일)를 바꾼 그 40일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유일하게 주목할 만한 사건은 8월 5일 김기춘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는 사실이다.

김기춘은, 영화 ‘자백’에서도 드러났듯이, 간첩사건 조작의 기술자이며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조작의 배후인물이며 부산초원복국집에 시장 안기부지부장 기무부대장 경찰청장 등을 불러 모아놓고 "지역감정을 불붙이자!"고 부르짖었던 관권 부정선거의 주동자다.

한국 최현대사의 음습한 그늘에는 항시 그의 모습이 웅크리고 있었다.

나는 김기춘이야말로 사람의 탈을 쓴 악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