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아 여론조사 - 자유언론실천재단

# 현대정치의 총아로 여겨지던 여론조사가 사실은 기형아일지 모른다는 사실이 또 드러났다.

한국 총선에서 대망신을 당했던 여론조사가 미국 대선에서 치명적인 결함을 드러냈다.

여론조사가 이처럼 예측 기능을 상실한 원인에 대해, 당장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여러 분석을 내놓을 것이다.

나는 그 중에서도, 조사 대상자들이 점점 더 답변을 거부하는 것이 원인이라는 견해에 동의한다.

예를 들어 1천명의 의견을 수집할 때 3천 명이 답변을 거부할 때보다 1만 명이 거부할 때 전체 여론의 실상을 알아내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 당연하다.

대상자들이 답변을 거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바쁘다는 것, 여론조사 기관에 대한 불신, 기피,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것 등등...

속마음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이유도 두려움과 부끄러움이 크게 다르다.

어제 한 선배가 “트럼프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나지 않은 숨은 표는,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속마음을 내보이는 게 쪽 팔렸던 사람들 표”라고 해석하는데 무릎을 쳤다.

그렇게 본다면 지난 총선에서 야당의 숨은 표는 두려움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숨어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정치가 진영화, 극단화될수록 부끄러움이 됐든 두려움이 됐든 더 많은 숨는 표가 나올 것이다.

# 바로 그런 이유로 나는 박근혜 지지가 5%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트럼프의 숨은 표를 ‘지들도 쪽 팔렸기 때문’이라고 해석한 바로 그 선배도 “20대 30대 지지율이 1%라는데, 20대 30대 일베충만 합쳐도 5%는 넘을 것”이라고 했다.

광주 전남 지지율이 0%라는 것도 말이 되냐고도 하신다.

나는 박근혜에게도 숨은 지지층이 여전히 많다고 본다.

이들이 다만 ‘쪽 팔려서’ 여론조사에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새누리당 지지율이 20%를 오락가락하는 것도 허수다.

아직까지 박근혜에 비해 새누리당이 그만큼 덜 쪽 팔린다는 의미이지 이명박 박근혜 전두환을 포함한 새누리 일당들에 대한 콩크리트 지지율은 여전히 35%다.

사람은 쉽게 변하는 존재가 아니다.

이 사람들에게 ‘쪽 팔릴 걱정없는 명분’만 주면 언제든 목소리를 높이고 주먹을 들 태세가 돼 있다.

여론조사 기관들이 (밥 굶지 않으려고) 여론조사의 허점을 보정할 방법을 찾을 때까지, 정치인들은 너무 여론조사를 믿지 말고 조심조심해야 한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