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심은 선천적인 것보다 후천적으로 받는 교육의 정도에 의해 큰 차이가 나는 감정이다. 민족이나 나라에 따라 동일한 행위에 대해 표출되는 수치심이 형태나 내용이 차이가 있는 것에서 그것이 입증된다.

수치심은 개인적, 또는 사회적으로 공인되는 어떤 기준과 비교할 때 거기에 미치지 못하면 나타내는 부끄러움 또는 고통과 같은 감정 상태다. 동일한 사안에 대한 개인적 판단이라 해도 사회의 도덕 기준이나 정의에 대한 공감대가 높은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에서 표현되는 수치심은 큰 차이가 있다.

최근 한국 사회 여러 부문의 지도층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내는 후안무치한 태도는 수치심에 대한 관념이 전무하거나 희박한 것이란 비판을 자초 한다 일반 상식으로나 윤리, 실정법에 비춰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가 하는 행동이 줄을 잇는다. 더욱이 그것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어 널리 알려지는데도 부끄러움을 느끼기거나 반성하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심한 경우는 내 배 째라는 식의 조폭적 행태를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보수 언론은 사회 지배층의 후안무치한 행위에 대해 비판이나 대안 제시와 같은 필수적인 역할을 하지 않아 이 나라가 몰염치한, 공화국 창피를 모르는 공화국이라는 절망감을 심화시킨다. 자라나는 세대가 무엇을 배울까를 생각하면 암담하다.

수치심과는 담을 쌓은 듯한 경우가 봇물 터지듯 하는 상황이다. 청와대를 포함한 정치권, 경제계 등이 절망적인 모습을 경쟁이나 하듯이 드러내고 있다.

최근 최대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미르-K재단과 관련해 청와대가 주관했으며 기업들에 보낸 수일안에 수백억을 내라는 독촉장 등이 언론에 보도되는 상황에서 전경련이 "미르-K재단을 통합하겠다"고 밝혀 놀라움을 더해주고 있다. 그 실태가 규명되어야 할 것이 누구의 눈에도 분명한데 의혹이 가는 모금 부분에 대한 증거 자료를 파기하는 등의 ‘자가 세탁’ 행위를 하지만 그에 대해 제동 장치는 전혀 작동되지 않는다. 사회적 견제 장치가 마비된 무정부 상태와 같다.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미르 재단 설립을 주도했다는 대기업 관계자의 녹취록에 이어, 청와대가 미르재단 설립을 주도했다는 대기업 문건이 나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세웠다고 주장해온 청와대에 대한 의혹이 더 증폭되는 과정에서 청와대는 뒤로 숨고 전경련이 앞장서 의혹 덮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청와대는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의혹과 관련해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감찰내용 유출 논란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동안 국정감사 출석이 임박하자 그 사표를 수리하는 등 국회에서의 공론화되는 것을 봉쇄해 국민적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검찰은 우 수석 처가의 부동산 거래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수많은 의혹의 중심에 있는 우 수석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 하는 또 다른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사정당국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까 했던 항간의 의구심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청와대가 국민적 의혹에 대한 일말의 법적, 정치적, 윤리적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와 전경련의 태도는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는 그런 모습으로 비춰지면서 모든 사회적 가치가 붕괴되는 막장드라마가 아닌가 하는 절망감을 주고 있다.

고 백남기씨의 사인을 둘러싼 서울대병원의 태도 또한 상식과는 너무 동떨어진 것이어서 분노와 함께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서울대병원은 사망진단서 논란이 계속되자 서울대병원 특별위원회를 통해 백씨 사망진단서는 통계청과 대한의사협회의 공식적인 지침과에 따른 일반적인 사망진단서 작성 형태와 차이가 있고, 작성 지침 원칙에 어긋나지만 담당의사의 재량권을 우선해서 그 결정이 유효하다는 해괴한 결론을 제시했다.

위원회의 이윤성 위원장(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은 백씨의 사망진단서에 사망의 종류가 ''외인사''가 아니라 ''병사''로 기재된 데 대해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에 어긋난다며 "만약 내가 주치의였다면 ''병사''가 아니라 ''외인사''로 기록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사망 원인의 판단은 담당 의사 재량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는 실정법과 대한의사협회의 공식적인 지침이라는 큰 원칙을 뒤로 하고 서울대 병원 내에서도 이론이 제기된 백 씨 주치의의 의견을 최우선시 한다는 비상식적인 결론으로 법치주의 기본에 크게 위배된다.

서울대 병원의 이번 결론이 적합한 것으로 받아드려질 경우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상위법과 하위법간의 법적 효력 문제 등에서 엄청난 혼란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고 백남기씨의 백씨의 주치의인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치료·진단서 작성 관련해 어떤 형태의 외압도 없었다"면서 ‘백 씨 가족들이 절절한 치료를 거부해 병사로 결론냈다’고 했지만 가족들은 거짓말이라고 강력 항의했다.

고 백남기씨의 사인을 ‘병사’로 판정한 것은 서울대 의과대학생 등이 이미 통렬하게 문제제기를 했지만 초등학생의 상식에도 어긋나는 식의 행정적 물세탁 과정을 거치면서 국내외 의학계를 경악케 하는 결론을 제시한 것이다.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 102명은 지난달 30일 “선배님들께 의사의 길을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반박 성명을 발표하고 이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동문 365인도 이를 지지하고 나섰다. 서울대병원 상층부가 자행한 심각한 반인륜적이고 반의학적인 행태는 의술이 인술이라는 상식이 국내 최고 권위의 대학 병원에서 준수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드러내 큰 충격을 주었다.

서울대병원이 작성한 고 백씨의 사망진단서에는 선행사인으로 급성 경막하출혈, 중간선행사인으로 급성신부전증, 직접사인으로 심폐기능정지라고 적고 직접사인을 기반으로 사망 종류를 ‘병사’로 분류했다.

사인을 병사로 보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과대학생들은 반박 성명에서 “물대포라는 유발 요인이 없었다면 백씨는 혼수상태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므로 고인의 죽음은 명백한 외인사에 해당한다”며 “직접 사인으로 심폐정지를 쓰면 안된다는 것은 국가고시 문제에도 출제될 정도로 기본적인 원칙이지만 버젓이 기재되었고 사망의 종류는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표기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의대 동문 365인도 1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동문들이 후배들의 부름에 응답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후배들이 지적했듯이 고 백남기씨의 사망진단서는 통계청과 대한의사협회에서 제시한 원칙에서 어긋난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는 서울대학교병원이 국가중심병원으로서 그 역할과 책임을 짊어지고자 최선을 다해왔다고 믿는다. 서울대학교병원의 역사를 이어 온 의사로서의 전문성과 소명의식으로 학생들과 동문들의 부름을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

경찰은 사망진단서의 병사 판정을 토대로 부검 추진을 강행하고 있어 서울대 병원이 의료계의 상식을 뒤엎는 식의 끔찍한 일을 저질러 경찰의 부검 강행의 근거를 제시한 것이란 의혹이 증폭된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치의가 급성신부전으로 인한 심정지사를 사인으로 보고 병사로 판단했다. 사망원인을 정확히 밝히기 위해 부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부검 강행의사를 거듭 밝혔다.

서울대병원과 경찰의 태도는 국제사회가 주시하고 있는 이 사태에 대해 국민 전체를 모욕하고 능멸하면서 부관참시와 같은 만행을 예고하는 것으로 국격을 심각하게 손상시킨다는 우려와 함께 박정희,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의 공작 정치가 재연되는 것을 연상시킨다.

국방부는 1일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배치 장소를 경북 성주군 초전면에 있는 성주골프장으로 최종 확정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공개브리핑 요구하는 기자단 요구도 완전 묵살하면서 ''사드부지 보도자료''만 배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의 사드 배치 부지가 변경은 지난 7월 13일 사드를 성주 성산포대에 배치하겠다는 한미 군 당국의 공식 발표가 나온 지 79일 만으로 중국 외교부가 이에 대해 "한국 사드배치에 결연히 반대. 필요한 조처 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하고 중국 신화통신은 "한국, 미국이 파놓은 구덩이로 빠져들어가"라는 식으로 극단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향후 한중 경제, 문화, 관광 부분에 먹구름이 일 것으로 우려돼 관련 업계 등이 걱정이 태산 같지만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북한에 대한 압박, 봉쇄 정책을 더욱 강화하면서 대화는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주민들의 귀순을 권유하거나 북 지역 우발상황 대응준비를 강조하고 ‘내부분열은 北核보다 무섭다’는 식으로 국민단합을 강조했다.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부한 주민 귀순을 권유하는 식의 발언을 하는 것은 이 정부의 대북 정책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혼란을 심화시킨다.

박 정권의 대북 정책은,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를 반대하면서 북한 주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조치는 반대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표명하는데도 북한 수해에 대한 인도적 지원 반대 등 강경 일변도의 대책만을 내놓아 전쟁 분위기가 일상화되어 국민을 불안케 하고 있다. 현 정권은 현재와 같은 북핵 사태에 대해 정책 실패 책임에 대해서는 철저히 외면한 채 과거 정부를 탓하거나 북한 정권을 미치광이 정권으로 몰아붙이는 식의 ‘네 탓이야’식의 태도만을 고집하고 있다. 내 탓이요 라는 기본적인 정치적 책임감이나 윤리 의식과는 담을 쌓은 모습이다.

정부는 성과연봉제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구조개혁, 공공부문과 노동 개혁의 핵심 키라며그 도입에 열을 올리자 전국적으로 여러 부분의 노동자 파업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성과연봉제는 미국 등에서 실시한 결과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 산업을 제외하고 지적 노동 부문 등에서는 평가의 공평성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어 그 한계가 입증된 시스템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 제도의 시행을 노사 합의에 맡기지 않고 공권력을 동원하는 식으로 강행하고 있어 경제 민주화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비판을 자초한다. 이는 사용자의 권한을 비대하게 하면서 노동 현장 평등권을 침해하는 위험성이 높다는 점을 외면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긁어 부스럼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1일 세월호 희생자 가족 등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광화문 광장을 눈물로 지키고 있고, 9명의 미수습자가 남아 있는 배는 아직도 차가운 바다 속에서 인양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종료시켰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마음 놓고 슬퍼하지 못하고 있다. 진상규명의 대상에는 감추는 성역이 있을 수 없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정쟁(政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위원회 강제 해산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약속한 특검은 아직까지 오리무중이고 참사 진상의 많은 부분은 여전히 안개에 가려져 있는데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정부에 의해 강제로 해산된 것은 인륜과 상식을 뒤엎은 파렴치한 정치라는 국민적 지탄을 면키 어렵다.

청와대 등을 중심으로 연발하는 수치심을 모르는 듯한 철면피한 행태에 대한 일부 수구 언론 보도 태도 또한 국민적 절망감과 분노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들 언론은 권력 핵심부가 관련된 일련의 의혹이나 국민 기본권 침해 등에 대해 청와대가 불리한 것은 침묵 또는 축소 보도하거나 심할 경우 왜곡 보도를 서슴지 않는다.

이는 권언유착이 지독한 악취를 풍기는 병든 현실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다. 몰염치한 정치 세력과 언론이 동반 추락하는 한심한 모습이다.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본 기능을 제대로 할 경우 권력층의 몰염치한 행태는 최소화될 수 있다는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이 사회의 지배계층에 만연한 몰염치, 수치심을 모르는 법치 외면과 도덕 불감증이 해소되지 않고는 진정한 민주화나 평화통일 달성은 요원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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