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10·26 총성’으로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계엄령이 선포되고 포고령 제2항에 따른 언론검열이 실시되었으나 제주지역은 언론계와의 마찰은 그리 심하지 않았다. 제주신문(현 제주일보 전신)의 경우 신문의 지면을 중앙기사나 외신은 당시 합동통신과 동양통신에 의존하는 터라 통신사 측에서 검열을 받고 보내오는 기사를 취급했기 때문에 지역 내 기사를 제외하고는 검열을 거친 것이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도가 계엄지구에서 제외되었다 하더라도 신문제작과 방송보도는 자유로울 수 없었다.

제주신문 기자들은 10·26 이후 유신독재가 무너지면서 혹독했던 유신시대의 언론통제에 짓눌린 언론인으로서의 반성과 억눌림에서 벗어나 언론 본연의 자세로 나가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1980년 5월 16일 한국기자협회는 당시 전두환 신군부에 의한 계엄당국의 언론검열과 제작거부를 전국의 회원들에게 알려 왔다. 이에 따라 제주신문 기자들은 전국의 언론동지와 함께 ‘민주의 봄’을 노래하며 자유언론 실천의지를 다짐하기로 했다. 기자들은 5월 16일 편집국에서 기자총회를 열어 “정치적 상황을 과대평가함으로써 그것이 불가항력 이라는 비겁한 판단 아래 신문도 기업이며 기자도 생활인이라는 명목을 구사하여 스스로 언론의 타락, 기자의 속물화에 동참해 왔음을 철저히 인정한다”고 자기반성을 하면서 바른 언론 실천에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이들은 이날 다음과 같은 ‘자유언론 실천결의문’을 발표했다.

기자들은 한국기자협회 제주신문 분회 명의로 이 ‘자유언론 실천결의문’ 내용을 본지 5월 17일자 1면에 보도했다. 기자들은 또 결의문을 별도로 인쇄하여 제주도내 각계 인사와 독자들에게 발송하였으나 이날 밤 내려진 비상계엄이 제주지역까지 확대되어 우편 발송한 유인물은 계엄당국에 의해 우체국 창구에서 전부 회수를 당했고 관련기자가 계엄수사당국에서 조사를 받기도 했다.

1980년 5월 17일 불의한 전두환 신군부에 저항하는 광주민중항쟁이 벌어지면서 정권찬탈을 노린 신군부의 전국 비상계엄령 확대조치로 제주지역도 비상계엄 지구에 포함돼 신문이나 방송도 검열의 대상이 되었다. 당시 제주도의 언론검열단은 제주도청 2층에 설치되어 계엄분소 요원 2명, 합수부요원 2명, 도청직원 2명 등으로 구성돼 언론 통제를 강화했다. 이들은 제주도내에서 발간되는 각종 신문 등 간행물과 방송원고등의 검열은 물론 도내 언론, 출판계의 동향에 대해서도 철저한 감시를 통해 파악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비상계엄 하루 전 한국기자협회가 결의한 언론검열 전면거부 운동도 실효를 거두지 못한 채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기자들은 분노와 울분 속에서 신군부의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폭력적이고 야만적 진압의 진실보도를 독자들에게 전달하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7월 30일 서울에서 열린 한국신문협회 임시총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김선희 사장(작고)은 이날 긴급 사내 간부회의를 소집했다. 김 사장은 임시총회에 서 있었던 긴박한 상황 등을 설명한 뒤 당시 최현식 편집국장(작고)에게 기자들에 대한 일괄 사표를 제출받도록 종용했다. 그동안 ‘낌새’로만 언론검열 거부운동 이후 상황의 흐름을 감지하고 있던 기자들은 앞으로의 사후대책에 대한 아무런 논의도 없이 ‘일신상 사정에 의한다’는 내용의 사직서를 작성하여 편집국장에게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 일괄사표 제출로 사내 분위기가 어수선하던 8월 7일 오후 최현식 편집국장은 자신을 포함하여 강병희 사회부장대우와 체육부 차장 겸 당시 합동통신 제주통신원으로 재직하면서 한국기자협회 제주도지부의 간사를 맡고 있던 김영훈 기자의 사표가 선별수리 되었음을 개별통보로 전달했다. 제주신문 소속 언론인에 대한 1차 강제해직 조치였다. 김선희 사장은 이들에 대한 강제해직 사유와 관련해 한국기자협회 제주신문 분회의 5월 16일 ‘자유언론 실천결의문’ 발표와 관련하여 기자협회 분회장인 강병희 부장과 한국기자협회 제주도지부 김영훈 간사가 책임을 지게 됐다는 사실과 강제해직 선별처리가 국보위 제주합수부 측에 의해 이뤄졌음을 확인해 줬다.

제주신문의 2차 해직은 며칠 뒤인 8월 13일 공석중인 편집국장 후임으로 편집부국장에서 국장서리로 발령된 김지훈(전 한국기자협회 제주도지부장)씨와 정경부장에서 편집부국장으로 자리로 옮긴 김규필(당시 기자협회 제주도지부장·작고)씨가 대상이 되었고, 또 11월13일자 의원면직 형식으로 문충성 편집부국장도 3차로 강제해직이 되었다. 김선희 사장 역시 11월 16일 신군부으로 부터 강제사직 압력을 받으면서 자신의 주식까지 포기하고, 개인 명의로 되어 있던 신문사 부지도 공익사업에 기증한다는 명분으로 신문사와 함께 빼앗기고 말았다. 이밖에도 김재병 서울지사장, 고태영 이사, 김재명 감사, 김재욱 기획관리실장 등 회사 경영관계자들이 신문사를 떠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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