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와 북한의 상대 진영에 대한 선제타격 주장이나 훈련 속에 한반도 전쟁 위기 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이에 대한 유엔 등의 제재, 한미군사훈련 - 북한의 반발이라는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급기야 우발적 충돌조차 전면전으로 확산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현재와 같은 한반도의 갈등, 대립 구조가 개선되지 않고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의 건전한 발전과 공동번영은 불가능하다.

한반도의 오늘날과 같은 위기 상황은 한반도의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전환되었거나 6자회담의 합의사항이 순조롭게 이행되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역사적 시행착오를 되짚어 보면 그 해법의 실마리가 드러난다.

평화협정은 전쟁이나 무력 충돌을 공식적으로 끝낸 적대적인 두 당사자, 즉 국가나 정부 간에 맺어지는 협정이다. 이는 단순히 적대관계를 끝내자는 합의사항인 정전협정보다 훨씬 고차원의 협정이다. 평화협정에는 많은 사항이 포함되어야 하는데 그 내용은 분쟁의 성격이나 특성 등에 좌우된다. 한반도 평화협정에서 필수적으로 다뤄져야 할 사항들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우선 평화협정 당사자의 문제다. 어느 나라가 마주앉아 협의하고 서명할 것이냐 이다. 정전협정은 1953년 유엔군 총사령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이 한국 전쟁에서 전투 행위를 멈추자고 서명한 휴전협정이다. 정전협정 체결 당시 남한은 정전 자체를 반대하면서 참여를 거부했다. 이 때문에 북한은 평화협정 협의 시 남한을 배제할 것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반세기가 넘는 동안 남북 대치 상태에서 남한은 실질적인 정전 당사자의 역할을 해왔고 향후 평화협정 체결 시 그 이행문제를 놓고 볼 때 남한의 배제는 적절치 않다. 남북교류와 협력의 성과, 남한의 인구가 북한의 두 배, 경제력은 수십 배에 달한다는 현실을 외면한 평화협정은 상상키 어렵다.

일부 학자들은 한국전쟁에 유엔 회원국 16개국이 참전했다는 점을 들어 미국이 아닌 유엔이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또한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안보를 보장받기를 원하면서 핵문제 등을 연결시키기 때문에 평화협정을 미국과 북한, 북한과 남한 등으로 나눠 체결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남북은 남북기본합의서, 6,15선언 등을 통해 평화협정에 준하는 조치를 취해왔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전 정전협정은 전쟁을 멈추기로 합의한 협정에 불과하다. 정치적으로 전쟁을 종식하는 평화협정은 맺어지지 않아 불안한 정전상태가 한반도에서 지속되고 있다. 정전협정 당사국인 미국은 평화협정 추진을 외면하고 중국도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는 상황인데 비해 북한은 적극적이다. 정전협정 서명국이 아닌 한국은 한반도 준전시 상황 청산에 주체적인 행동을 거의 내지 못하고 주로 미국 입장을 추종하고 있다.

정전협정은 남북간에 전쟁을 완전 종식시키고 정치적으로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킬 평화협정을 추진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지만 아직껏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남북이나 미국 등이 정전협정을 위반했다는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정전협정이후 최초로 이 협정문의 일부를 공식 폐기한 것은 미국이었다.

한국전에 참전한 유엔군도 대표하는 미군은 1957년 6월 21일 판문점에서 열린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유엔군 사령부는 정전협정 13조(새로운 무기 반입 금지)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북측에 통보했다. 미국은 이런 통보를 하기 전에 북한이 이 조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지만 그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미국은 그 다음해인 1958년 1월 단거리 핵미사일과 280mm 핵 발사 대포를 주한미군에 반입하고 이어 1959년 중국과 소련을 사정권 안에 둔 크루즈 핵미사일을 반입했다.

당시 북한은 핵전에 대비하기 위해 군대를 전방에 배치해 미국이 북에 대해 핵무기 사용 시 미군이나 한국군도 핵 피해를 입도록 하는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1963년 소련과 중국에 핵무기 개발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남측에서 논란이 된 전방지역의 땅굴도 북한이 핵전에 대비하기 위해 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정전협정과 관련해 남북이나 유엔 등은 70년대 이래 이런저런 움직임을 보였지만 평화협정 추진 동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남북은 1972년 7.4공동선언과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에서 상호간 불가침을 선언했지만 평화를 정착시키는 후족조치가 나오지 않았다.

유엔 총회는 1975년 유엔사령부를 해체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1996년 유엔안보리는 의장성명을 통해 평화협정으로 대체되기 전에 정전협정이 철저히 준수될 것을 강조했다. 그 이후 유엔은 이렇다 할 실질적인 평화협정 추진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북한은 정전협정 무용론을 오래전부터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정전협정을 준수치 않을 것이라고 1994, 1996, 2003, 2006, 2009, 2013년에 최소 6차례 발표했고, 정전위원회 불참을 공표했다. 그러나 북한은 판문점에서 연락관을 통해 접촉하는 등 정전협정의 일반적 조건은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2013년 3월 남북한간의 불가침 협정을 폐기한다고 발표하면서 핵 선제공격을 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었다.

한반도의 위기는 껍데기만 남은 정전협정을 다른 실효적인 군사, 정치적 협정으로 대체하지 않는 한 해소될 수 없다. 한국은 중국, 러시아, 북한의 핵무기 등을 고려해서 군의 전시작전지휘권조차 미국에게 계속 행사하도록 맡긴 형편이어서 외교, 군사적 자주권 행사를 통한 한반도 당사자다운 홀로서기를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자체 보유 핵무기가 아니면 중동의 이라크나 리비아 꼴이 될 것이라면서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고 이를 지속할 기세다.

미국은 6.25전쟁 당시부터 북한에 대해 핵무기 사용을 집중 검토했고 정전이후에도 북에 대한 핵 위협을 그치지 않았다. 미국은 한반도를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린 전략 주요 지역으로 삼아 90년대 초까지 매년 팀스피리트 훈련을 통해 핵무기 및 재래식 무기를 동원한 군사훈련을 매년 실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시작되어 결국 소형 핵무기가 개발되어 미 본토까지 공격할 상황이 되었다는 추정이 공공연한 사실로 언급되고 있다. 핵무기를 둘러싼 북한과 미국의 모습에서 한반도 평화협정이 진즉 체결되었으면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진다.

미국은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까지 만들었지만 북한의 달러 위폐 사건을 터뜨리면서 그 이행은 중단되었다. 미국은 지금까지도 북한이 가짜 달러를 만든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과의 핵협상을 타결 지은 후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의 진정성이 아닌 객관적 검증을 통한 협상이행이 가능하다’고 강변하고 있는데 이는 북에 대해서 언급하는 상투적인 ‘진정성 먼저’와는 다른 논리다. 미국이 상대에 따라 내미는 논리가 다르고 그것이 국제 정치를 요리하는 제국주의적 속성이라는 것이 이란과 북한 핵 협상에서 드러난 것이다.

6자회담의 목표는 남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를 비핵화하고 남한으로의 미국의 핵전력 배치도 금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회담은 수년 동안 열리지 못하고 있으며 한국, 미국, 일본 등은 모든 종류의 유연한 접근법을 거부하고 북한이 먼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진정성을 보여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단호한 태도를 고수해 왔다. 그러나 진정성을 먼저 보이라는 것은 협상 당사자들이 동등한 위상을 지닌다는 전제가 충족된 상태에서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원칙과는 거리가 있다.

현대 과학의 발달은 미국과 러시아가 상호 검증 속에 전략 핵무기 감축 협상을 수십 년 간 지속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한반도에도 이를 적용하면 되지만 한미 두 나라는 이를 받아드리지 않는다. 미국은 정전협정을 계속 유지하고 6자회담 재개나 이행을 반대하면서 주한미군이 중국의 목에 칼을 겨눈 것과 같은 전략적 이익을 동북아에서 유지, 증대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6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등과 관련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작전계획 5015’를 한국과 합의해 발효시켜 북한을 크게 자극했다. 한미 두 나라는 유엔 회원국인 북에 대한 선제공격이 국제법 위반인지 여부, 그리고 선제공격을 한 뒤 한반도 전면전쟁이라는 최악 사태에 대한 대응 등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밝힌 것이 없다.

미국이 1958년 핵무기를 한국에 처음 들여온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서다. 이 조약에 따라 미국은 무기를 한국에 반입할 수 있고 한국은 이를 승인해야 한다. 미국의 무기 반입 의사에 한국은 반대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최근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즉 사드의 한국 반입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 조약에 따르면 사드 문제는 미국이 맘만 먹으면 언제든 주한미군에 배치할 있고 단지 한국이 한미행정협정, 즉 소파에 의해 그 비용을 얼마나 대느냐 하는 것만이 협의사항이 될 뿐이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미국의 공세에 버티기 위한 체제 수호용이라면서 엄청난 경제적 제재 속에서 이들 무기를 위주 로한 전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대치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한반도에서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는 식의 남북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한반도는 북한 핵문제 등으로 전쟁 일보 직전의 상황이 거듭되고 있지만 평화적 해결 모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자칭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이 아닌 핵 군축 협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미국은 물론 남한 미군부대 등을 핵공격을 하겠다고 위협하고 있고 남한은 북한 도발 시 도발 원점과 지휘부까지 타격하겠다고 맞불을 놓고 있다. 이런 상황은 우발적 충돌로 자칫 전면전으로 비화될 위험 요인이 상존한다.

미국과 한국은 수년전부터 북한 붕괴론을 기반으로 북에 대한 봉쇄와 제재조치를 유엔 등을 중심으로 강화면서 대북 압박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항복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는 일부 비판을 받고 있다. 일본은 과거 침략의 역사를 부인 또는 왜곡하면서 한반도 유사시 군사적으로 개입할 조치를 미국의 적극적 협조 속에 강화하고 있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까지 자라나는 일본 세대에게 교육하는 것은 미래의 한반도 침략전쟁을 예비하는 것이란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북한의 경우 미국의 지속적인 군사적 압박과 봉쇄정책으로 국가 자위 차원에서 핵 실험을 하고 우주 개발을 위한 위성 발사를 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국제적으로 큰 지지를 받지 못하고 고 고립화가 심화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중국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계획에 대해 ‘위성을 발사하면 새로운 댓가를 북한이 치러야 할 것’이라고 공개 경고하는 상황이다.

남한의 경우 ''통일 대박론''은 북한의 ''급변 사태'' 즉 북한 붕괴론과 이에 따른 흡수 통일론에 근거한 것으로 북한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남북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이후 중국에게 대북 제재 수위를 높이라고 압박하고 있으나 대화를 통한 대북 정책 등을 지나치게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반도 당사자의 하나인 남한 정부는 장기화되는 저성장 경제 침체 원인의 하나가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이 정착치 못하고 있다는 구조적인 이유라는 것을 직시하고 한반도 문제 해결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한반도의 핵 위기 상황을 풀 수 있는 핵심적 고리는 역시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이다. 첨단 과학의 발달로 미국 러시아가 전략 핵무기 감축 합의 이행을 20년이 넘도록 큰 탈 없이 이행하는 것처럼 한반도 평화협정이 맺어질 경우 필수적인 군축 이행 등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은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을 직시해서 북한의 진정성이나 북한 붕괴론에만 매달리는 식의 한미 두 나라의 대북 정책은 이제 전면 수정되어야 한다.

상황이 복잡할수록 원칙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한반도 갈등과 대결에 직접 관련이 있는 국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피지기, 상부상조의 원칙을 공유하면서 협상 자리를 상설화해야 한다. 당사자들이 한발씩 양보하는 자세로 일단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고 그것을 바람직스런 결론이 날 때까지 가동시키는 진지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오늘날과 같은 한반도 대립 구도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관련 당사국인 남북한과 미국, 중국, 유엔 등 5자가 참가하는 협의체가 발족해야 할 것이다.

5자 협의체 발족이 필요한 이유는 한반도의 구조적 대립 구도의 밑바탕이 정전협정이며 이들 5자는 모두 정전협정과 긴밀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법상 정전협정 서명국이 평화협정 추진의 주체가 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유엔이나 중국의 역할이 기대된다. 중국이 의장국이 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와 함께 평화협정도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추진한다는 로드맵을 만들었지만 실천되지 못했다. 중국은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모습인데 이와 함께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유엔의 경우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 파견을 결정한 당사자로써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책무가 막대하고 특히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 4개국의 협의를 촉진시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휴전협정 당사국이 아니지만 과거 6자회담 협의 과정에서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작업에 당연히 동참해야 하는 것으로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비공식 합의한 바 있다. 미국의 경우 정전협정 체결 시 미군 사령관이 유엔군 사령관의 자격으로 서명했는데 5자 협의체 발족 시 협의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유엔사령관이 아닌 미국 대표로만 참석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협의체는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문제를 먼저 협의하고 이어서 6자회담이 재개될 수 있는 환경을 적극 조성해야 한다. 이 협의체는 북한 체제와 정권의 안전이 위협받지 않는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이를 통해 북한이 핵무장을 포기할 수 있도록 미국이 북한에 대해 안전을 보장해 주고 북미관계를 정상화하는 한편 한반도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야 한다. 한반도가 정전협정 체제 속에서 전쟁 발발의 위험을 안고 있는 한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은 달성될 수 없다는 점을 직시하고 5자 협의체 발족을 위한 노력이 최단 시일 안에 효과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국제 공조 작업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는 정전협정이 세계사에서 그 유례가 없을 만큼 장기간 방치 된데서 비롯되었다면 평화협정을 위한 대장정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동북아의 항구적인 평화적 발전과 행복 증진을 위해 한반도의 평화협정 체결과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국제적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유엔과 남북한, 미국, 중국 등은 한반도 평화협정 추진을 위한 5자 협의체 발족을 위한 협상을 즉각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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