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두 나라가 10일 북한의 핵 실험과 로켓 발사에 대한 제재조치를 동시에 취했고 미국은 두 나라의 조치를 적극 지지했다. 이는 최근 들어 한미일 정상 전화통화, 한미일 군 고위층 화상회담 등에 이은 것으로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이 단 시일 내에 공고해진 된 것을 의미한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합의를 배후 조종한 미국이 원하던 목표가 달성된 것이다.

한국의 개성공단에 대한 조치는 군사작전처럼 구정 휴일 마지막 날 전격 강행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날벼락을 맞은데 반해, 일본은 북한 선박 입항 금지 조치를 취하지만 납치자 문제에 대한 일본, 북한간 협상은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정권이 많은 비난을 받지만 박근혜 정권보다 합리적인 면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북한 핵과 미사일은 미국의 대북 압박 정책에 대한 자위책이라고 북한이 밝히고 있고 중국도 이 점을 전제로 대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박 정권이 독자적인 대북 정책으로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처하겠다고 극약처방까지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박 정권은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에 적극 동조해 오다가 남북간 소통이 가능한 최후의 수단마저 폐기한 셈이다. 이후 정부의 대북 관리 수단이 무엇인지 가 보이지 않는다.

도쿄신문은 11일 한국 정부가 북한의 외화 수입원인 개성공단의 가동을 중단한 것은 한국 기업에도 큰 고통이 된다고 전하면서 이번 조치가 한국 정부에 있어서 ‘최후의 카드’로 여겨졌다고 분석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에 고통을 주면서 꺼내든 ‘자해 카드’ 이후에 한국 정부가 내밀 대북 카드가 무엇인지에 대해 일본 언론조차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SNG 대표)은 11일 정부의 기습적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 보수표를 의식한 ''총선용 조치''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며 중단을 하더라도 한 달 또는 두 달 정도의 예고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강력 반발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124개 기업이 모인 개성공단기업협회의 정기섭 회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어제 오후 2시에 얘기 듣기까지는 (개성공단 폐쇄는) 전혀 생각을 못했다"면서 경제가 정치에 종속돼서는 안된다고 울분을 토했다.

개성공단이야말로 세계 최장의 정전협정이 유지되고 있는 한반도에서 남북간 교류와 경제협력의 상징이자 평화의 나침판으로 여겨져 왔다. 이런 점에서 박 정권의 실질적인 개성공단 폐쇄 조치에 대한 비판이 크게 일고 있다<경향신문>.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트위터(@histopian)에서 “개성공단 폐쇄로 북한 피해 1000억, 남한 피해 수조원”이라며 “북한은 대기권 밖으로 로켓을 쐈는데, 우리 정부는 우리 기업을 향해 핵폭탄을 쐈다. 북한 응징보다 자해에 가깝다”라고 썼다. 이밖에 진중권 교수는 “빈약한 외교적·정책적 상상력의 결과”, 한상희 교수는 “박근혜 정부 전형적 포퓰리즘 정책”,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은 “남북관계 지렛대 소진…북한 관리 수단 없어져”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 발사에 대응한다며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이어 개성공업지구 가동 전면 중단 조치를 취하고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즉 사드의 한국 배치 협의를 공언했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은 미국, 일본과 긴밀히 공조태도를 보여 한미일 3각 동맹이 구체화되는 것으로 비춰졌다. 이런 움직임에는 당연히 중국과 러시아의 즉각적인 반발과 경고가 뒤따랐다.

북한 체제에 사활적 관건을 쥐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 한국 배치 협의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어 대북 제재는 고사하고 한미일 3각 동맹에 대한 대항체가 출현할 조건이 제시된 것과 같은 형국이 되고 있다. 중국, 러시아가 최근 한반도 주변에서 잇달아 군사훈련을 전개하며 한국과 미국의 사드 한반도 배치논의를 압박하기 위한 행동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동북아에 일고 있는 신냉전 구도의 재현 움직임으로 박 정권이 강행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조치가 과연 소기의 성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사드를 앞세워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목표와 일본이 재무장을 하려는 목표는 달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반도의 평화통일 가능성이 더욱 멀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박 대통령은 취임이후 통일대박론 등을 앞세웠지만 이런 목표를 향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외면하고 실질적인 흡수통합을 추구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다가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해 효율적인 대책은 고사하고 한미일 3각 군사동맹 체제 출현에 한 몫을 한 것이란 비판을 자초한다.

북한 지역에 위치해 있는 개성공단은 원래 군사적으로 주요 지역으로 북한군이 주둔하던 지역이었다. 그러나 공단이 조성되면서 북한의 군사력은 철거되었다. 만약 개성공단이 남측 정부의 희망대로 폐기된다면 공단 지역이 원래대로 북한군이 복귀하게 되어 대남 군사적 압박이 강화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박 정권의 대비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