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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동아일보 출신이지만 한국일보도 사랑합니다. 한국일보가 기자배출의 최고학교(전 ''사관학교''라는 말 싫습니다)였던 엄연한 사실도 인정합니다. 한국일보가 꼭 살아나 한국 언론개혁의 기폭제가 되어주십시오.
제가 20년간 젊음을 다걸기하며 뛰었던 동아일보를 스스로 떠날 때(1999년) 가장 절망적이었던 상황은 족벌사주의 무능과 무비전, 전횡, 특히 사람을 아낄줄 모르는 안하무인의 작태였습니다.
박권상, 김중배, 최일남, 장행훈을 비롯해 동아를 대표하던 많은 논객과 양심있는 언론인들,그리고 정의감, 취재력, 투지, 의리로 뭉친 젊은 후배들이 사주와의 갈등이나 노조와 관련해 회사를 떠나게 되는 일이 거듭되면서 사직서를 썼습니다. 저 자신 노조를 만드는 데 앞장섰으며 노조위원장도 맡아봤고, 한때는 고 김병관 회장의 아들승계를 막아보려고 노력해 봤지만 허사였습니다.
동아투위(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선배들의 복직과 보상 및 명예회복을 위해 고 김회장과 담판도 해봤지만 역시 우이독경이었습니다. 사주전횡을 막기 위한 모든 노력은 대부분 바위에 계란치기로 무력했습니다. 광고주 압력이나 정부의 간섭은 그 다음다음 문제였습니다.
특히 제 가슴을 후볐던 인터넷의 한 귀절이 있었습니다. 시민언론운동을 하던 한 분이 올린 글은 이랬습니다.
"민족과 역사를 배반하는 ''조중동'', 너희가 신문이라면 우리집 화장실 두루말이 화장지는 팔만대장경이다. 대오각성하라!".
한마디도 덧붙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변명도 싫었습니다. 거의 사실이었기 때문에….
오늘날 비판적인 독자들은 〈조선일보〉를 〈좃선〉으로, 〈동아일보〉를 〈똥아〉로 바꾸어 부릅니다. 이른바 ''조중동'' 세 신문 선후배들, 특히 현역들께는 죄송하지만 이것이 엄연한 현실인식의 한 부분인 것을 똑바로 인식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이후에 한국일보가 또다른 이름으로 불리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사주는 길게 볼 때 결코 ''절대선''일 수 없습니다. 동지이긴 어렵습니다. 문제는 기자정신, 저널리즘 기본의 회복입니다. 그러면 된다고 봅니다. 기자는 언제 어디서나 더도 덜도 아닌 기자이면 된다고 봅니다. 회사의 방향이나, 좌우 진영논리가 무슨 변명꺼리가 되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꼭 23년 전인 1992년 연말경 제가 파리특파원으로 일하던 시절, 동아일보 김중배 편집국장의 돌연한 사표소식을 전해 듣고 너무나 분하고 억울해서 기자협회보에 항의성 글을 썼던 생각이 납니다.
그때도 창밖으로 보이는 에펠탑을 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오늘 다시 파리에서 한국의 죽어가는 저널리즘과 시대착오적 교과서 광풍, 그리고 좀 더 바르고 좋은 신문을 만들려는 한국일보 선후배들의 분투모습을 떠올리니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한국일보가 빈사상태의 한국 언론을 되살리는 기폭제, 르네상스의 선봉장이 되어주십시오. 거듭 부탁드리고 응원의 박수 보냅니다.
- 2015년 11월 3일 파리에서.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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