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7일 국회에서 가진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역사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은 당연한 과제이자 우리 세대의 사명"이라고 강조하면서 강행의 뜻을 밝혔다.

박 대통령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정상화라고 못 박으면서 청소년의 미래나 통일의 그날을 위해 매진할 것이라고 밝혀 박 대통령이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역사 교과서가 유일무이한 ‘정론’임을 만천하에 선포했다.

박 대통령이 자신만의 ‘정상화’를 선언한 시정연설 현장에서 야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과 방향이 다른 ‘정상화’를 소리 없이 외치면서 국회 의사당 안에서도 ‘유일무이한 ‘정상화’란 존재치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다.

오늘날과 같은 민주주의 시대의 대통령은 당선이 되면 유권자 모두의 대통령이 되는 자세를 가지고 견해가 다른 세력들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리더십을 실천해야 제 격이다. 그렇지 않고 특정 정차 또는 정치집단의 리더에 국한하려 한다면 민주주의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그것은 대외적으로 국가 경쟁력 약화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국익에 반하는 태도를 한 것으로 지탄받는 것은 물론이다.

대통령이 자기의 소신에 의해 고집을 피울 경우도 피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럴 경우 그 소신이 나름대로의 타당성과 지구촌의 깨인 세력들에게만큼은 감탄할만한 그런 주제여야 한다. 지구촌의 행복지수를 끌어올린다는 자부심과 사명감 정도는 있어야 한다.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거나 한풀이 하는 식이면 국민을 피곤하게 만든다.

방향을 잘 못 잡는 대통령에 대한 정치 소인배들의 아부형 충성, 교태도 기승을 부린다. 대통령의 말도 되지 않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대해 새누리당 대표나 일부 ‘호위무사’들이 입에 거품을 물면서 박비어천가를 합창하는 것을 보면 인간적인 동정심과 함께 막가파 정치판에 구역질이 나기도 한다.

김무성 대표 등이 ‘대통령님이 옳소’라면서 거론하는 것들은 그 내용이 한결 같이 수준 이하의 정치적 선전에 불과하다. 정치적 선전은 부분적인 타당성만을 강조할 뿐 그 가려진 어두움은 침묵하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따라서 큰 뜻을 품은 정치인이라면 극력 피하는 방식이다. 가볍고, 소신 없으며, 결코 통 큰 정치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만천하에 공고하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정치 선전을 앞세우는 것은 박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박 대통령이 국회 시정 연설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일부의 우려처럼 역사 왜곡이나 미화 교과서 나오는 일도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거나 ‘집필되지도 않은 교과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두고 더 이상 왜곡과 혼란은 없어야 한다’고 말한 것은 부분적으로 타당하다고 하겠으나 정부가 역사 교과서 제작을 전담한다는 부적절한 측면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전형적인 정치 선전 발언이다.

김 대표가 국민을 정적을 공격하기 위해 근거 없는 폭탄성 발언을 남발자자 검인정 역사 교과서 집필자들이 그를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박 대통령이 국회나 청와대 비서관 회의 등에서 검인정 교과서에 대해 퍼붓는 공세도 피소의 위험이 다분히 있어 보기에 위태롭다.

더욱 심각한 것은 법치와 책임정치에 대해 박 대통령이나 김 대표가 거의 무지하다는 사실이다. 현행 역사 교과서 검인정 교과서가 문제 투성이라면 현 정부가 그런 교과서가 교육 현장에서 사용되도록 한 것에 대한 무한 책임부터 진다는 태도를 보여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자신들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것 아닌가 하는 무책임의 극치를 보이면서 유체이탈식 화법이 양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산적한 민생 문제 등에도 불구하고 시대착오적인 이념 논쟁의 불길을 거세게 만드는 국정화를 들고 나온 속셈은 여러 가지로 이야기 되고 있다. 박 대통령도 해외를 자주 나가는 편이라서 오늘날 지구촌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를 모를리 없을 것이다. 만약 몰랐다면 국민의 혈세가 들어갔을 외유 경비가 아까운 일이다.

박 대통령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유엔이 반대하고 베트남도 최근 그것을 폐기해서 대외적으로 설득력이 전혀 없다. 국내 여론조사에서도 반대가 그 찬성을 크게 앞지르고 있어 수도권 여당 의원들은 좌불안석의 모습을 보인다. 대통령만 국정화가 갖는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듯하다.

대통령이 비명에 부하의 총탄에 살해당한 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강해서인지, 내년 총선의 필승 전략이 국정화 강행의 부수효과인 이념논쟁, 즉 종북 몰이라고 확신해서 그런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일본에서 전쟁 범죄 등을 부인하는 교과서 검정을 강화하겠다고 밝히자 비판을 쏟아냈던 서울의 정부가 이제 일본과 같은 배를 탄 꼴이다.

위안부 문제 해결이 선행되지 않으면 절대 안 된다던 한일 정상회담이 슬그머니 기정사실화되면서 전쟁국가 일본을 만드는데 혈안이 된 아베가 회심을 미소를 짓고 있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남한과의 협의 없이 북한에 진입하겠다는 사실도 밝히는 등 남한 정부의 위상이 수평선 아래로 기우는 상황에서 국정화 문제가 터진 것은 우연일까, 아닐까. 이 정부가 흔히 해왔던 큰 일 터지면 또 다른 일로 그것을 덮는다는 방식이 이번에도 적용된 것인지 아리송하다.

박 대통령이 국정화를 내지르는 것이 결과적으로 청와대가 정치적인 이익을 챙길 것으로 판단한 것이 적중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대통령이 한류나 여자 골프 등으로 세계에 한국을 알리고 있는 젊은 세대는 배려해야 한다. 세계 최고의 선봉장인 이들이 해외에서 국내의 후진적 정치행위로 창피 당하지 않게 해주어야 한다. 대통령이 남북 문제나 국내 정치 등에서 세계가 박수칠 일을 못한다면 젊은 세대가 코리아를 부끄럽게 여길 ‘비정상적 정치’는 제발 하지 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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