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주권 범위는 휴전선 이남''이라는 일본 방위상의 발언이후 한일 두 나라 간에 파열음이 나오는가 하면 한반도 유사시 국제법적 상황 규정과 대응방안 모색 필요성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카타니 방위상이 지난 20일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북한은 한국의 영토"라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한국의 지배가 유효한 범위는 휴전선의 남쪽"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일으키자 국방부는 한일 양측이 이 발언을 비공개로 하기로 합의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연합뉴스〉.

그러나 이 발언을 비공개하기로 했다는 국방부 설명과는 달리 일본은 합의한 적이 없다고 밝혀 누가 거짓말을 하는가를 놓고 진실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나카타니 방위상이 문제의 발언을 한 사실도 회담 직후 그가 일본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알려지고 국내 언론에 보도돼 국방부가 대단히 민감한 문제가 해외에서 공개되는데 자국민의 알 권리를 외면하고 쉬쉬한 것이 아니냐 하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나카타니 방위상이 한 발언은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가 한국과 사전 협의없이 북한에 진입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한이 유엔에 가입되어 있어 국제법상 남북한의 지위는 별개의 나라로 구분되고 일본 측이 이런 논리를 근거로 한반도 유사시 한국과 협의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일본의 이런 태도는 한국의 헌법을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아베 총리가 과거 전쟁범죄조차 부인하고 외면하는 비상식적 태도를 일상화한다는 점에 비춰 결국 올 것이 왔다는 평가가 적당할 것이다. 한국 정부가 기를 쓰고 감추고 가리려 해도 영악한 일본 등 국제사회는 자기들에게 유리한 방향에서 한반도의 국제법적 위상을 살피고 향후 대응 논리를 모색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 대박론을 앞세우면서 남북문제에 대해 미국과의 찰떡 공조 속에 대북 압박을 강행하고 그런 과정에서 남북이 전쟁 일보직전까지 가는 상황까지 치닫기도 했다. 남북의 대치 상황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만큼 험악해지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은, 일본의 국제법적 해석을 앞세운 철저한 자국 이기주의 행태를 직시할 경우 모두의 눈앞에 선명하게 제시된다.

한국 정부는 나카타니 방위상의 발언을 감추려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남북이 유엔에 가입되어 있어 각각 독자적 국가라는 국제법적 의미를 바탕으로 한 분단 문제의 접근과 향후 분단 해소 과정에 대한 심각한 검토가 필요하다.

한국이 자국의 헌법에 따라 북한이 한국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북한이 급변 사태 등에 의해 정권이 붕괴하면 당연히 북한 땅이 한국 영토가 될 것이라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법과 충돌하는 국내법이 대외적으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그에 따라서 남북관계를 어떻게 추진해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한 냉정한 접근이 절실해진 것이다.

정부는 유엔 등이 악법으로 규정하고 개폐를 요구한 국보법을 존속시키기 위해 북한의 국제법상 위상에 대해서 외면하거나 그 의미를 가급적 축소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것처럼 어리석다. 외세는 일본처럼 한반도에서 이익을 챙기려 온갖 방법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수년전 북한 정권 붕괴 시 중국, 러시아 등과 분할통치하는 방안을 공식 검토한 것으로 이미 알려져 있다. 중국도 동북공정 사업을 벌이면서 동북아 역사를 자국 역사로 편입시키고 특히 한반도에 대해서도 자기 논에 물 대는 식의 역사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번에는 유사시 일본이 자위대의 북한 진입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북한은 우리 땅''이라는 국내법적 당위론만을 앞세운 채 미국과 함께 북한 붕괴를 기다리는 ‘전략적 인내’에 매몰되거나 ‘북한이 도발하면 천배로 갚아주겠다’며 전면전도 불사하는 식의 결의만을 내세워서 될 일이 아니다. 특히 박 대통령이 통일의 환상을 기회만 있으면 제시하면서도 통일 과정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외세의 침략적 근성을 고려할 때 심각한 직무유기라 하겠다.

모든 경우에 대비한 통일 방법을 연구해도 모자랄 판인데 국내에서는 국보법에 막혀 멸공통일 방식외에는 공론화가 불가능하고 이런 상황에서 외세는 미래의 한반도에서 이익을 챙겨갈 갖가지 요리 방식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은 이미 박정희부터 남북이 공멸하는 식의 전쟁을 통한, 또는 그에 준하는 방식의 재통합 시도가 가져올 위험을 충분히 검토했고 그 결과가 7.4공동선언 등으로 이미 나와 있다. 박 정권이 한반도의 평화적인 재통합 이정표인 7.4공동선언이나 6.15공동성명 등을 외면한 채 통일 대박론만을 앞세우며 남한 주도의 통일 방식을 직간접적으로 강조하는 결과는 과연 어떤 것일까. 특히 주변외세가 이를 어떻게 보고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지를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되었다.

국가보안법으로 남북관련 상상력을 묶어놓고 ‘튼튼한 안보’에 주력하는 식의 남북정책은 이해득실이라는 살벌한 논리만이 춤추는 국제사회에서 우물 안 개구리를 피할 수 없다. 이런 어리석은 모습이 일본방위상 발언과 국방부의 태도에서 드러난 것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같이 정부가 사전에 검열하고 허락하는 단일한 시각의 통일론만으로 다양한 시각과 논리가 횡행하는 국제사회의 파고 앞에 무력해진다는 두려운 사실이, 더늦기 전에 확인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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