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6년 7월 21 저녁, 잘츠부르크 롤레트 교회의 앞뜰. 잘츠부르크 시장을 지낸 지그문트 하프너씨의 누이동생 엘리자베트의 결혼식을 하루 앞두고 축하 음악회가 열렸습니다. 신랑은 남부 티롤 출신의 상인 프란츠 슈페트. 많은 하객들이 박수를 치는 가운데 모차르트가 이끄는 악단이 입장했습니다. 이들이 연주한 곡은 당당하고 상쾌한 행진곡 D장조였습니다. 근사한 제복을 입고 행진하는 악단, 참 멋있었겠죠? 게다가 모차르트가 앞장섰으니 말입니다.

모차르트 행진곡 D장조 K.249 (야노슈 롤라 지휘 프란츠 리스트 쳄버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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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8악장으로 된 D장조의 세레나데가 밤하늘을 수놓았습니다. 당시 증언에 따르면 이 연주는 그야말로 ‘음악의 대향연’이었다고 합니다. 악사들은 모두 서서 연주했습니다. 이 곡에는 콘트라바스는 있지만 첼로 파트가 없지요. 첼로는 서서 연주할 수 없기 때문에 작곡할 때 아예 빼 버린 것이지요. 결혼식 전야제에 어울리는 화려한 팡파레가 울려 퍼집니다. 생기있고 발랄한 알레그로 몰토, 결혼식 전야제의 즐거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킵니다. 이어지는 2악장 안단테, 3악장 메뉴엣, 4악장 론도에는 바이올린 솔로가 등장하는데, 모차르트가 직접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지휘했습니다.

〈하프너〉 세레나데 1악장~4악장 (찰스 마케라스 지휘 프라하 쳄버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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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악장 안단테, 밤하늘을 수놓는 바이올린의 노래와 오케스트라의 화음을 상상해 보셔요. 행복한 결혼 전야제의 분위기를 만끽하게 해 주는 대목이지요. 3악장은 축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G단조로 돼 있는데, 변화와 대조의 아름다움을 살려서 곡 전체에 탄력을 줍니다. 중간 부분에는 산뜻한 바이올린 솔로가 활약하지요. 4악장은 유명한 ‘론도’입니다. 크라이슬러가 피아노 반주의 바이올린 솔로로 편곡한 뒤 바이올린을 배우는 모든 학생들이 연습하는 곡이 됐지요. 바이올린 솔로가 마냥 귀엽고 발랄하게 뛰어노는 것 같군요.

이 세 악장은 따로 떼어서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연주하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전체 8악장 중 이 세 악장을 제외한 다섯 악장만 교향곡으로 녹음한 음반도 있더군요. 이 경우도 작품번호는 K.250입니다. <하프너>란 제목으로 알려진 교향곡 35번 D장조 K.385는 7년 뒤인 1783년, 지그문트 하프너씨의 아들이 귀족 작위를 받는 행사에서 연주했습니다. 이 <하프너> 세레나데와는 다른 곡이니 헷갈리지 마시길….

〈하프너〉 세레나데 5악장~8악장 (찰스 마케라스 지휘 프라하 쳄버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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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네 악장은 메뉴엣, 안단테, 메뉴엣, 그리고 축제풍의 화려한 피날레입니다. 이 가운데 6악장 안단테는 매우 특별한 대목입니다. 신학자 칼 바르트가 말했지요? 천사들이 모여서 신을 섬길 때는 바흐를 연주하겠지만, 천사들이 행복한 시간에 자기들끼리 놀 때에는 모차르트를 들을 거라고요. 이 말을 생각할 때 자연스레 떠오르는 곡이 바로 이 6악장 안단테입니다.

‘천사들의 합창’이라고 불러도 좋을 6악장은 형식도 독특하지요. 전체적으로 론도 형식인데, 첫 주제가 매번 변주곡처럼 바뀌어서 나오니 ‘론도 풍의 변주곡’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순간이 순결한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는데, 특히 첫 주제가 마지막으로 변주되어 나오는 부분(위 링크 12:27부터), 제2바이올린과 비올라가 피치카토로 반주하고 호른과 오보에, 제1바이올린이 차례차례 노래하는 이 대목은 눈물을 자아낼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이 대목은 슬프기까지 하지요. 아름다움의 극치가 슬픔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이 대목에서 확인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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