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광복절에 사면을 한다고 합니다. (우리의 대통령께서는 건국절이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싶은 것인지, 그런 문제에는 관심이 없는 것인지 나같은 사람은 알 길이 없으나, 나의 발칙한 감각으로는 광복절이어야 맞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광복절은 무려 70주년이군요. 그래서 70주년 광복절에 어울리게 사면도 좀 멀고 높은 안목에서 이뤄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1.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일본 제국주의 악법의 폐해를 청산하는 의미에서, 일제 시대의 악법이 부주의하게 계승된 탓에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고 처벌 받은 사람들에 대한 일반사면

2. 최근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즉 광우병/한미 FTA/밀양/강정/평택/각종 노동운동의 와중에서 일벌백계의 대상으로 불운하게 적발되어 처벌받은 사람들의 경우 과잉처벌의 사정들을 감안하여 개별적으로 사면

3. 유엔 인권위원회 등, 국제기준으로 볼 때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는 행위들을 아직도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는 뒤처진 법체계 때문에 처벌을 받았고, 그 때문에 공민권 제한을 받고 있는 정봉주, 곽노현, 노회찬 등에 대한 특별사면대통령이 스스로 알아서, 이런 방향의 사면을 실시함으로써 리더십을 발휘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면 참으로 행복할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미처 이런 생각을 못한다면, 옆에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새누리당의 주요 인물들이 건의하고 대통령이 받아들이는 나라에서 살고 있어도 마찬가지로 행복할 것 같습니다.

대통령도 새누리당 주요 인물들도 하긴 다른 일들 때문에 무척 바쁘실 테니까 미처 이런 생각을 못한다면 문고리 3인방인지 아니면 그냥 대통령 주변의 비서들인지, 그런 사람들이라도 이를 건의하고 대통령이 받아들이는 나라에서 살고 있기만 해도 별로 손색없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대통령도 새누리당 주요 인물들도 문고리 3인방도 미처 이런 생각을 못한다면, 하다못해 법무부의 관료들, 모르긴 몰라도 "엘리트 법률가"임을 자처하는 장관/차관/국장/과장들 중에서라도 누군가 잠시 미친 척하고 이런 원칙을 건의하고, 그것이 대통령에 의해 받아들여지는 나라에서 살고 있기만 하다면, 거의 팔짝팔짝 뛸만큼 행복할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경우를 다 양보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이라도 자칭 "수권정당"일 바에야 이와 같은 사면의 원칙을 공표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사면에 반영하도록 호소할 만하지 않을까요?

만약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재벌과 기득권자 위주로 사면을 감행한다면, 2016년 국회의원 선거와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와 같은 사면의 원칙을 새정치민주연합이 공약으로 내걸면 표가 깎일까요 늘어날까요? 만약 이런 사면의 원칙을 기둥으로 정의당과 연합전선을 펼친다면 표가 깎일까요 늘어날까요? 나는 늘어날 거라고 봅니다만, 점쟁이 흉내는 내고 싶지 않으니 예언은 아니고 단지 무책임하고 와일드한 추측일 뿐입니다.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아롱디리! 만약 새정치민주연합이 내년과 내후년에 이런 공약을 가지고 선거에 임할 것이라는 방침을 지금 천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새삼 뭉클한 희망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광복절에 대통령이 사면한다니까 다들 대뜸 재벌들 사면하려나 보다고 의중을 금방 읽는데, 새정치민주연합은 왜 아무런 의견도 내놓지 못하는 것일까요? 비전이 없어서일까요 아니면 원래 이것은 대통령의 권한이니까 자기들은 구경꾼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그랬다가도 막상 사면이 감행되고 여론이 잠시나마 악화되는 기미가 보이면, 슬그머니 뒷북치기를 시도하지 않겠어요? 아무 실효도 없이 며칠 떠드는 척하다가 그 사이에 다른 곳에서 사고 터지고 여론의 시선이 그 쪽으로 쏠리면 또 70년대 한국 축구 몰려다니듯이 따라가고 말겠지요. 이 나라에 이런 수준보다는 좀 나은 대안 정치세력이 보이기만 해도 상당히 희망과 행복을 느낄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