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국회의원 정수 조정 문제 등이 거론되지만 진짜 국민의 이익을 위한 방안으로 합의될지 불투명하다. 가장 합리적인 대의정치를 위한 선거구 획정이나 비례대표제 등에 대해 국민의 관점에서 정답이 나와야 민주주의가 발전한다.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원천 배제, 소멸시킬 수 있는 선거 제도 등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들리는 소리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현역 국회의원들의 자리를 보장해 주는 식으로 대충 조정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패배주의적 결말을 예상하는 것은 국회를 혼내고 훈수할 감시 기구나 제어 세력이 이 나라에 없는 탓이다. 국회라는 거대한 집단의 고삐 풀린 이기주의가 과거에 항상 그랬던 것과 같은 행패를 부리는 것을 저지할 방책은 정녕 없는 것인가?

국민의 머슴인 국회가 국민을 두려워하고 섬기는 일이 남의 나라 일처럼 되어 가고 있는 것이 의정 현실이다. 국회의원들을 뽑아놓으면 그 뒤부터 헌법기관인 개개 국회의원의 모습을 실종되고 당 대표나 당의 지침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병정놀이의 꼭두각시들만 날치는 꼴이 주로 연출된다.

국회의원들이 각자 유권자들을 향해 소신껏 봉사하는 것이 최우선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군대처럼 줄 서기를 하면서 당의 대표를 뽑아놓고, 같은 입장의 다른 국회의원이 그 비서를 맡는 일이 아무렇지 않게 되풀이 된다. 국회의원 공천권을 당 대표, 청와대 등이 제 멋 대로 행사하면서 국회의원들은 평등하지 않은 계급조직과 같이 되어버렸다. 최근 국민에게 공천권을 되돌려 준다면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여부를 놓고 여야가 다투고 있는데 서로 딴 소리를 하고 있어 무엇이 정답인지 아리송하다.

당의 결정이 정말 한 점 흠결 없이 완벽하다면 개개 의원의 자율성이 헌법에 보장된다 해도 집단행동이 용인될 터이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국정원 도청 의혹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불거진 뒤 새누리당의 경우 국정원 출신 의원이 언제나 전면에 나서서 국정원의 홍보요원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국정원을 완벽히 대변하는 그 의원의 뒤에 가려진 수많은 새누리당 의원들 대부분은 침묵하는 집단으로 전락했다. 국민의 기본권이 안보라는 명분으로 짓밟히지 않았나 하는 의혹이라면 모든 의원들이 발 벗고 나서서 난리를 치듯 진상 규명에 나서야 당연하다. 하지만 현실은 정망 실망스럽다. 이런 국회의 모습은 일회성이 아니고 구조화 된지 오래라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행정수반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여당 전체가 꼬리를 내리고 설설 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박정희 독재자 시절 흔히 그랬던 모습이 21세기 서울에서 등장한 것이다. 대통령이나 여당 국회의원 모두 자신을 뽑아준 주권자인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다. 대통령이 공포의 대상이라는 그런 모습이다.

오늘날 한국 정치는 정상적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정치인 가운데 가장 주목도가 높은 대통령이 의회를 깔보는 식의 통치자 행세를 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고 거대 여당은 그런 대통령 앞에서 꼬리를 내리고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모습이다. 멀쩡히 일하던 새누리당 원내총무가 대통령의 찍어내기 시도로 잘려나갔지만 여당 내에서 이에 대해 이렇다 할 반발이나 이의 제기는 이어지지 않았다. 의회민주주의가 바닥을 기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민주주의 역행 행태에 비해 거대 야당은 어떤 모습인가? 과반수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그에 가깝게 육박하는 의원이 소속된 새정치민주연합이지만 그 존재감이 보이지 않는다.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앞에 설설 기는, 그래서 3권 분립을 외면하는 꼴 볼견 여당보다 지지율이 한참 뒤진다. 여권의 부적절한 정치에 대한 반사이익조차 챙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당이 엉터리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존재가 야당이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그런 정치 집단의 역할과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우선 정치적 머리싸움에서 여권에 뒤진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정치적 아이디어, 대국민 선전 홍보전에서 기선을 제압하는 꼴이고 야당은 뒷북이나 치는 모습이다.

심지어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두 패로 갈려 여야처럼 갈등을 하는 일을 자주 벌이는데 이런 현상은 여권이 야당의 몫을 여권이 편을 갈라 서로 갈등하면서 정치 무대를 독점하는 것과 같은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야당의 존재감이 여권 내 갈등 드라마 속에서 더욱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야당이 오늘날 제 소임을 못하고 있는 것이 청와대와 여당이 빗나가는 현상의 배후 요인의 하나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정당은 집권을 목표로 하는 집단이다. 이를 위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것이 정당이다. 야당은 과연 그런 정당의 모습을 항상 보여주고 있는가. 새정치연합이 대소 정치 사안을 놓고 보여주는 모습은 집권에 대한 강력한 권력 욕구를 가진 집단으로 보기 어렵다. 심한 평가인지 모르나 국회의원 정도 하면 만족이라는 그런 정당으로 착각할 정도다.

야당의 주 무기는 참신성과 개혁적 공격성일 터인데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언론이 친여 매체가 절대 다수라는 현실이라 해도 야당이 여론을 주도하고 확실한 정치적 의제를 양산할 경우 여론을 움직일 수 있고 정치판을 좌우할 수도 있다. 헌정사상 첫 평화적 정권교체였던 1997년 대선에서 집권세력 전체의 적대적 대응에도 불구하고 야당 후보가 당선된 경우를 주목해야 한다. 오늘날 야당이 언론 탓만 해서는 안될 주요한 역사적 사례다.

정치적 리더십이란 유권자의 정치적 수준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집권에 성공하고자하는 정치인은 유권자보다 너무 앞서거나 뒤처지면 곤란하다. 유권자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려면 유권자의 심금을 울리는 감동적 정치를 해야 한다. 열렬한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유권자가 이해하고 동감할 수 있는 정치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한다.

국회 정수의 과반수가 넘는 여당의 김무성 대표는 미국에 가서 "중국 보다는 미국이다. 미국이 유일한 동맹이다"라고 말해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가 하면 한국전 참전 미군과 유가족들에게 감사의 큰절을 올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이승만 전 대통령이 국부라고 외치기도 했다. 차기 대권 주자군의 선두에선 정치인의 한심한 모습이다.

김무성 대표가 다극화된 국제정세를 전혀 의식치 못하는 것과 같은 언행을 하고 일본의 군국주의화가 강행되는 현실에서 친일세력 청산을 저지한 장본인을 추켜세우는 것은 정말 꼴 볼견이다. 머리 좋은 그가 그렇게 하는 것이 야당을 제압하는 것은 물론 유권자 다수 지지를 획득할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했을 법하다. 이 나라 유권자나 야당이여, 이런 시대착오적 정치인을 어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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